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을 마지막 한 팀이 가려진다.
네덜란드(2승)-루마니아(2무), 프랑스-이탈리아(이상 1무1패)의 본선 조별리그 C조 최종전이 18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시간) 동시에 킥오프된다.

   네덜란드가 2006 독일 월드컵 우승.준우승국인 이탈리아(3-0 승), 프랑스(4-1 승)를 잇따라 대파하고 일찌감치 조 1위로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지어 나머지 한 장의 8강 진출권을 놓고 세 팀이 운명의 일전을 벌인다.

   네덜란드가 루마니아에 패하면 프랑스-이탈리아전 결과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조 2위는 루마니아의 몫이다.

   다만 네덜란드가 루마니아에 이기거나 비겼을 때는 프랑스-이탈리아전 승자가 웃는다.

   네덜란드가 루마니아를 이겼을 때 프랑스-이탈리아가 비기면 네덜란드를 제외한 세 팀이 나란히 2무1패가 돼 세 팀 간 골득실 등을 따지는 복잡한 상황이 된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이탈리아, 프랑스는 과연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 네덜란드-루마니아(18일 오전 3시45분.스위스 베른 스타드 드 스위스)

   루마니아는 일찌감치 8강 진출이 결정된 네덜란드가 이번 대결을 느긋하게 즐겨주길 바라지만 뜻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 않다.

   1988년 선수로서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이번에는 감독으로서 대회 정상에 도전하는 마르코 판 바스턴 네덜란드 감독은 루마니아전을 앞두고 16일 네덜란드축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약간의 변화는 있겠지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더구나 누가 주전이고 비주전인지 가리기 힘들 만큼 화려한 멤버들이라 루마니아로서는 네덜란드의 전력상 변화를 실감하기 어려울 듯하다.

   일단 뛰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왼쪽 윙포워드 아르연 로번은 루마니아전에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로번은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서 처음 그라운드를 밟은 프랑스와 2차전에서 후반 45분만 뛰고도 1골1도움을 올렸다.

   아직 한 경기도 못 뛴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 클라스 얀 훈텔라르는 뤼트 판 니스텔로이 대신 출전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두 골을 넣은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와 두 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던 라파얼 판데르파르트 대신 로빈 판 페르시와 이브라힘 아펠라이의 선발 출전도 점쳐지고 있다.

   두 경기를 치르며 한 차례씩 경고를 받았던 수비수 안드레 오이여르와 미드필더 나이젤 데용은 8강을 대비해 벤치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루마니아는 역대 최고 성적인 8강에 올랐던 2000년 대회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당시에도 독일, 잉글랜드, 포르투갈과 죽음의 조에 속했던 루마니아는 1무1패 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잉글랜드를 3-2로 꺾고 극적으로 8강에 합류했다.

   역대 전적에서는 네덜란드가 7승3무1패로 압도적인 우위다. 하지만 루마니아는 이번 대회 예선에서 네덜란드에 1승1무를 거두고 조 1위로 본선에 올랐다.

   이탈리아와 2차전에서 마수걸이 골을 터트린 주포 아드리안 무투의 발끝에 기대를 걸고 있다.
  
   ◇ 프랑스-이탈리아(18일 오전 3시45분.스위스 취리히 레츠그룬트 스타디움)

   '미리보는 결승'으로 기대됐던 빅매치가 자칫 '패잔병들의 경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2000년 유럽선수권대회(프랑스 우승)와 2006년 월드컵(이탈리아 우승) 결승에서 맞붙었던 두 팀이 궁지에 몰렸다.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최소 두 팀 중 하나는 8강에 오를 수 없다.

   루마니아가 네덜란드를 이기면 두 팀 다 죽음의 조에서 희생양이 된다.

   자력으로는 8강 진출이 어려워도 일단 최종전을 승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역대 전적에서는 승부차기 승리를 무승부로 간주하더라도 이탈리아가 17승10무8패로 앞서 있다.

   독일월드컵 결승에서는 연장까지 120분 혈투를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가 5-3으로 이겼다. 이후 이번 대회 예선에서도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프랑스가 2006년 9월 홈 경기에서 3-1로 이겨 월드컵 결승 패배를 깨끗이 설욕했고, 1년 뒤 원정경기에서는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007-2008 시즌 각각 독일과 이탈리아 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른 루카 토니,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이상 이탈리아), 프랑스 리그 최다 득점자인 카림 벤제마(프랑스) 같은 걸출한 골잡이들을 보유하고도 두 경기에서 한 골씩에 그친 득점력을 어떻게 살려내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