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챔피언 이탈리아가 프랑스를 꺾고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죽음의 조'에서 극적으로 살아 남았다.

   2006 독일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는 1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레치그룬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최종전에서 전반 25분 안드레아 피를로의 페널티킥 선제골과 후반 17분 다니엘레 데로시의 추가골로 10명이 싸운 프랑스를 2-0으로 눌렀다.

   첫 승을 올린 이탈리아는 1승1무1패가 돼 같은 시간 선두 네덜란드에 0-2로 패한 루마니아(2무1패)를 제치고 네덜란드(3승)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독일월드컵 준우승국 프랑스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무2패, 조 최하위로 마감해 체면을 구겼다.

   우승 후보 간 맞대결이었지만 어느 팀이 이기든 루마니아가 네덜란드를 꺾어 버리면 8강 진출은 물 건너가는 상황.

   전반 10분 프랑스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왼쪽 측면 공격을 맡는 에이스 프랑크 리베리가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갔다. 대신 사미르 나스리가 투입됐다.

   전반 24분 프랑스에 더 큰 시련이 닥쳤다. 수비라인을 파고 든 이탈리아 루카 토니가 골키퍼와 1대1로 맞서자 수비수 에릭 아비달이 뒤에서 따라들어가며 반칙을 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아비달은 바로 퇴장당했다.

   이탈리아는 전반 25분 피를로가 차분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프랑스는 교체 투입한 나스리를 다시 빼고 수비수 장 알랭 붐송을 집어 넣었다.

   기선을 제압한 이탈리아는 토니를 앞세워 더욱 프랑스를 몰아붙였다.

   프랑스는 전반 34분 티에리 앙리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날린 오른발슛이 골대를 빗겨가고, 38분 카림 벤제마의 프리킥은 수비벽에 막히는 등 쉽게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오히려 이탈리아가 전반 44분 파비오 그로소의 왼발 프리킥이 골키퍼 그레고리 쿠페의 손을 스쳐 골대 맞고 나와 추가 득점 기회를 놓쳤다.

   프랑스의 꿈이 완전히 짓밟힌 것은 후반 17분이다. 미드필드 정면에서 얻은 이탈리아의 프리킥 찬스에서 데로시가 때린 강력한 오른발슛이 벽을 쌓고 있던 앙리의 발에 맞고 굴절돼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이탈리아는 D조 1위를 확정지은 스페인과 8강에서 격돌한다.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는 스위스 베른의 스타드 드 스위스에서 열린 루마니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9분 클라스 얀 훈텔라르, 42분 로빈 판 페르시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이탈리아(3-0 승), 프랑스(4-1 승)를 잇따라 대파하고 일찌감치 조 1위와 8강행을 결정했던 네덜란드는 3전 전승으로 산뜻하게 조별리그를 끝냈다.

   세 경기에서 막강 화력을 뽐내며 9득점을 올렸고 단 1골만 내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네덜란드는 뤼트 판 니스텔로이와 베슬러이 스네이더르, 라파얼 판데르파르트 등 앞선 두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던 멤버들을 빼고 훈텔라르, 아르연 로번, 판 페르시, 이브라힘 아펠라이 등을 투입하는 여유를 보였지만 전력에 큰 차이는 없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네덜란드는 후반 9분 아펠라이의 크로스를 훈텔라르가 골지역 정면에서 왼발로 차 넣어 결승골을 뽑았다. 프랑스에 리드하고 있으면서도 조마조마해 하던 이탈리아를 활짝 웃게 한 순간이었다.

   판 페르시는 후반 42분 골지역 왼쪽에서 통렬한 왼발슛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000년 대회에 이어 두 번째 8강 진출을 노렸던 루마니아의 꿈도 산산이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