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한나라당 내에서 국정난맥상을 수습하고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 '보수대연합'이라는 큰 그림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그림은 친박(親朴·친 박근혜) 인사들의 복당에 이어 자유선진당과의 전략적 제휴가 모색되고 있고 그 매개고리로서 '심대평 총리 카드'가 무르익고 있는 형국이다.

보수대연합 카드가 정국 타개책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급격한 지지층 이반에 대한 위기 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이런 구상에 대해 난국을 타개할 묘안이라는 옹호론보다 정치공학적인 세 확대는 반짝 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 처방은 아니라는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일단 옹호론은 이명박 대통령을 주축으로 하는 보수 재결집이 정계 개편과는 전혀 다른 좌파 어젠다에 대응하기 위한 합리적 우파의 단결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이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의 만남은 정계 개편과는 다른 문제"라고 전제한 뒤 "보수가 뭉치는 것이 나쁠 게 전혀 없으며 이는 쇠고기 국면 타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촛불 시위를 점차 반미 등 좌파 어젠다로 옮기려는 세력들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라도 우파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긴밀하게 협조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이 총재의 고정 지지기반이 50%는 넘을 것"이라며 "이들 3자의 결합은 여권을 지탱하는 든든한 하부구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여권의 보수대연합 카드가 정치공학적인 단순한 '덧셈 정치'에 불과하며, 이는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래지향적인 선진 정치에서 뒷걸음치는 행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현재의 난국이 보혁 대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민심 오판과 각종 정책 혼선에서 기인한 만큼 이반된 민심 회복을 위해서는 신뢰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당장 통합민주당은 "1990년 3당 합당을 연상시키는 '보수대야합'"이라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이를 통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보수대연합의 당사자인 자유선진당 이 총재도 단순한 보수 세력의 연대는 난국을 풀어가는 정확한 인식이 아니라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총재는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지금의 위기는 보수가 결집하지 못하고 세가 약해서 그렇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면서 "이번 사태는 그것보다는 보수정권이 제대로 못해서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보수대연합이 국회 의석 수를 200석 가까이 만들어주겠지만 의석이 지지도를 반등시키는 데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진 게 의석 부족이 아니라 그동안 보여준 모습들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난국 타개책으로 "우선 쇠고기 문제를 해결한 뒤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하고, 대운하 등 몇 가지 이슈에 대해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세 가지 문제가 동시에 만족돼야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보수대연합에 대한 이견이 나오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 보수대연합과 관련, "민심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보혁대결' 구도로 해결하라는 게 아니다"면서 "정권 보수화 보다는 시민사회의 의견에 귀기울이고 균형있는 정책을 내놓으라는 지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심대평 총리 카드'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야 훌륭한 분이지만, 이게 지역 연합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한다"면서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시민사회계 인사를 등용하는 것이 국정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광근 의원은 "현 상황에서는 권력 재편의 의미를 갖는 보수대연합이란 오해로까지 확산시킬 필요가 없다"며 "지금은 권력 구조 개편의 시기도 아니며 국민이 탕평쇄신책을 원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일치된 방향을 함께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친박복당으로 국민통합" '박근혜 껴안기'로 보수대연합 가속
한나라당이 탈당한 친박 인사들에 대해 전향적 복당 결정을 내리며 '박근혜 껴안기'에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최근 여권 핵심부에서 정국 타개 카드로 거론되는 '보수대연합' 구축 흐름과 맞물려 범여권의 내부 결속을 공고히 하려는 작업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입당심사위를 열어 비례대표 공천헌금 문제로 구속 기소된 친박연대 김노식 의원을 포함해 18대 공천 낙천자 5명에 대한 원칙적 일괄복당을 허용했다. 김 의원에 대해선 기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잠정보류 단서를 달았다.

결국 같은 건으로 기소된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와 양정례 의원도 동일한 수준에서 복당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의미이고 홍사덕 의원에 대해서도 입당을 받겠다는 신호인 것.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 오찬 회동을 갖고 '심대평 총리' 카드를 제안한 것까지 고려하면 쇠고기 정국을 고리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국정난맥상을 해소하기 위해 당 밖에서는 보수 성향의 선진당과, 당내에서는 '여당내 야당'인 박근혜 전 대표측과 손을 잡기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국정 지지도가 10%대를 맴도는 상황에서 '원샷'으로 지지도를 회복할 묘책이 없는만큼 우선 내부에서부터 또 전통적 지지층인 보수층으로부터 방향 전환을 이끌어내고 궁극적으로 '보수연대' 틀의 확장을 통해 지지세를 회복해 국정주도권을 다시 쥐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전향적 복당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보다 국민대통합"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누구는 된다, 누구는 안된다 그러지 않는다. 현재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박 전 대표를 껴안고 내부를 다잡아야한다는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일단 박 전 대표 측에서는 당의 최종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그간 주장해 온 '일괄복당'이 관철될 경우 국정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