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강식물원 나무벤치.
여름꽃은 봄꽃, 가을꽃보다 화려하다. 강렬한 여름 햇살을 품고 피어낸 터라 꽃송이도 크고 색상도 진하다. 꽃 보기 좋은 식물원을 한번 찾아가보자. 별 발품 들이지 않고 화사한 꽃들을 구경할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찾아가볼 만한 '비교적' 덜 알려진 식물원, 수목원 3곳을 소개한다.

글·사진/ 최갑수(여행 칼럼니스트)

# 포천 뷰 식물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아' 하는 짧은 탄성이 터져나온다. 어릴적 동화 속에서 보던 모습. 하얀 외벽을 두른 집이 서 있고 주위는 온통 꽃밭이다. 지지난해 5월 문을 연 뷰 식물원은 '예쁘다.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일동 레이크 GC 건너편, 유동리의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리잡은 포천 뷰 식물원의 면적은 6만6천100㎡ 정도다. 식물원 치고는 그다지 넓은 편은 아니다. 작정하고 돌아보면 1시간이면 충분한 넓이. 하지만 뷰 식물원에서 시간은 더디게 간다. 발걸음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식물원을 온통 수놓고 있는 형형색색의 꽃들과 눈을 마주치고 사진을 찍다 보면 한자리에 계속 머물게 된다.

뷰식물원의 가장 좋은 점은 기타 식물원이 산책로와 꽃밭을 엄격히 분리해 꽃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경고판을 붙인 대신, 산책로와 꽃밭을 따로 구분해두지 않았다는 것. 이런 덕분인지 아이들은 꽃밭을 신나게 뛰어다닌다. 유모차를 밀고 나들이를 나온 엄마 아빠도 꽃밭에 폭 파묻혔다. 서울 대치동에서 찾았다는 주부 김민선씨는 "아이들이 직접 꽃을 만져보고 향도 맡아볼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식물원은 7개의 테마 가든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근정원'에는 20만포기의 튤립 9종과 무스카리, 크로커스, 수선화 꽃무리가 피어난다. '락가든'에는 잔디패랭이, 상록잔디패랭이 등 내한성 식물 100여종이 어우러진다. 각종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뷰 가든'에서는 양귀비의 알싸한 맛을 이용한 양귀비 비빔밥과 양귀비 국수를 맛볼 수 있다. 부드러운 국수면발과 쌉싸래한 양귀비 줄기가 어우러져 묘한 맛을 빚어낸다. 뷰가든 내 '그린 숍'에는 야생화와 원예, 화훼 용품, 허브 등을 판매한다.

# 평강 식물원

평강식물원은 산정호수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8년여의 공사 끝에 지난해 문을 열었다. 고층습지, 고산습원, 암석원, 습지원, 이끼원, 만병초원 등 12개 테마정원에 5천여 종의 식물이 자란다. 59만4천900㎡에 달하는 규모에 쉽게 볼 수 없는 희귀 고산식물이 자라다보니 학자들도 자주 찾는다. 지난해 11월에는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12개의 테마정원 가운데 가장 주의깊게 볼 곳은 넓이만 5천900여㎡에 달한다. 우리나라 백두산에서만 자생하는 백두산떡쑥을 비롯해 월귤, 털진달래 등의 희귀 고산 식물들을 비롯, 미국 로키 산맥, 네팔의 히말라야, 알프스 지역의 에델바이스 등 총 1천여 종에 달하는 고산식물과 바위에 붙어사는 다육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고산식물 전시장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은 '습지원'이다. '우물목'이란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지역은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평강식물원은 느긋하게 돌아보기에 좋다. 고층습원 주변에 놓여진 나무데크를 따라 걷다보면 한나절이 금방 간다. 곳곳에 쉬기 좋은 나무 벤치도 마련되어 있다.

 
 
# 벽초지문화수목원


문화와 수목원이 만나면 어떤 모습이 될까. 경기도 파주에 자리한 벽초지문화수목원에 가면 알 수 있다. 꽃과 식물이 여러 조형물들과 어우러려 있는 모습이 여느 수목원과는 다르다.

국내 대부분 수목원이 산을 끼고 있는 반면 벽초지문화수목원은 들판에 위치하고 있다. 약 13만2천㎡의 공간에 관목과 교목은 물론 야생화 1천400여종이 자란다. 아치형의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잘 가꾸어진 정원에 들어선 것 같다. 언덕은 커녕 오르막도 거의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수목원의 출발은 약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곳의 절반은 피혁공장 터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공장 소유주가 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조경을 시작했다. 그러나 1996년 현재의 박정원 사장이 인수하면서 변신을 시작했다. 공장 터를 모두 헐어내고 전국 각지에서 소나무를 구입해 새로 꾸몄고 온실도 새로 만들었다. 10년 간의 공사 끝에 2005년 9월 15일 수목원으로 탄생했다.

수목원의 풍경은 수목원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호수 '벽초지'가 대표한다. 호수면에 가지를 늘어뜨린 수양버들, 부채붓꽃과 미나리아재비, 동의나물 등이 심어져 있다. 연꽃도 화사하게 피었다. 호수 한 편에는 '파련정'이라는 정자도 마련되어 있다. 정자에 앉아 바라보는 호수의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그리고 통나무를 엮어 배부른 다리로 만든 무심교가 있다. 허브 온실도 마련되어 있다. 990㎡ 규모에는 라벤더를 비롯해 로즈메리, 베고니아, 문라이트 등 80여 종의 허브가 향기를 내뿜고 있다. 한가운데 예쁜 분수를 중심으로 허브와 관상식물, 석류·밀감 등 유실수들이 주위를 두른다.

벽초지문화수목원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족히 2시간은 걸린다. 입장할 때 나눠주는 안내 팸플릿부터 펼쳐보는 게 좋다. 어떤 경로를 따라 이동하면 좋을 지가 비교적 자세하게 나와 있다.

작가프로필

여행작가 최갑수씨가 경인일보 주말신문 경인플러스 '휴! 떠나자' 여행면을 새로 맡습니다. 최 작가는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1997년 시 '밀물여인숙'으로 등단했고 '출판저널'과 '굿데이' 문화부 기자를 거쳐 한겨레, 경향신문 등에 여행에세이 등을 연재했으며, 현재 여행전문 프리랜서로 활동중입니다. 저서로는 포토에세이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예담)와 시집 '단한번의 사랑'(문학동네) 등이 있습니다.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여행수첩

■ 포천 뷰 식물원=(031)534-1136, www.viewgarden.co.kr. 서울 동부간선도로를 따라 의정부에서 43번 국도를 탄다. 포천을 지나 만세교검문소에서 우회전, 시기산삼거리를 지나 우회전해 3㎞를 가면 포천뷰식물원. 입장료 어른 4천원, 어린이 3천원, 오전 9시~오후 6시
■ 평강식물원=(031)531-7751, www.peacelandkorea.com.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자유로를 이용해 파주 방면으로 간다. 전곡과 산정호수를 지나면 평강식물원이다. 입장료 성인 5천원, 청소년 4천원, 오전 9시~오후 6시
■ 벽초지문화수목원=(031)957-2004, www.bcj.co.kr.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자유로를 이용해 문발IC로 나온다. 등원교차로와 광탄사거리, 방축삼거리를 차례로 지나면 벽초지 문화수목원. 성인 6천원, 어린이 4천원, 오전 9시~오후 6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