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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이란 말이 퍼지게 된 연유는 한 방송프로그램에 있다. 연예인들의 가상 결혼체험기를 상황극으로 만든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에서 댄스그룹 주얼리의 보컬 서인영이 신랑인 가수 크라운 제이에게 "신상을 사달라"고 깜찍한 애교를 부리면서 이른바 '신상녀(신상품을 선호하는 여자) 신드롬'을 낳게 됐다.
TV에서 서인영은 신상 구두에 대해 애착을 넘어서 집착을 보인다. 신발장 안에는 이미 신상 구두가 진열돼 있는데도 가상 남편에게 끊임없이 신상을 사달라고 조른다. 그는 이전에 케이블 리얼리티 프로그램 '카이스트'를 통해 '신상품 구두 수집가'로서의 면모를 이미 과시한 바 있다.
이 밖에 MBC 주말드라마 '달콤한 인생'의 박시연은 매회 최신 브랜드 패션을 선보이는가 하면 케이블TV 올리브의 '악녀일기3'에서는 구두 사랑에 빠진 철없는 여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한다. 앞으로 이들 '신상녀'의 활약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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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녀'는 '된장녀'의 또 다른 버전으로 보이기도 한다. 명품 소비라는 점을 언뜻 보면 둘 다 같아 보이는데 두 단어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사실 된장녀는 구체적인 모델이 없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화제를 모았던 내용을 일부 언론에서 좀더 구체적인 이미지로 만들어내면서 된장녀 논란은 증폭됐다. 된장녀는 주로 허영에 가득 차 있고 독립적인 경제력도 없으면서 명품을 선호하는 여성들을 말한다. 물론 이 가운데 스타벅스 커피를 사먹는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여성들이 된장녀로 매도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에 비해 신상녀는 구체적인 모델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서인영이 신상녀의 대표주자가 돼버렸고, 사실 그 이전에 원류를 찾는다면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의 캐리 브래드쇼(사라 제시카 파커)를 들 수 있다. 영화 속 캐리는 디올사의 글라디에이터(450~3천달러대)를 전용 구두처럼 신고 다니며 남자친구한테는 마놀로블라닉 구두(900달러대)를 선물받는다. 그녀는 택시비가 없어도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을 10㎝하이힐을 신고 걷고 방세 낼 돈은 없어도 500달러짜리 구두는 꼭 사고야 만다.
신상녀는 과거 명품만을 고집하던 명품족 혹은 된장녀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 꼭 비싼 물건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것을 먼저 받아들여 유행을 선도한다는 개념이 강하다. 그리고 신상녀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솔직한 말투'와 '과감한 행동'에 있다. TV를 통해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고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하는 서인영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반감을 사기보다 오히려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신상녀 찬반논란
신세대 여성들에게 '신상'이 어필하는 부분은 무척 크다. 인터넷에서 여성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한 판매업자는 "사실 같은 제품이라도 요즘에는 '신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 절대 주목받지 못한다며 연예인들이 TV나 영화에서 착용하거나(선글라스, 구두 등) 들고다니는 제품(지갑, 핸드백 등)을 일주일 이내에 이미테이션(모조품)으로 만들어 신상이라고 선전한다"고 밝혔다.
최근 매스컴에 노출되는 신상녀의 이미지가 과거에 비해 긍정적인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신상녀를 사치와 과소비의 트레이드 마크로 여기는 사람 또한 적지않다.
대학생 정기원(23)씨는 "여자친구가 신상 핸드백을 사달라고 졸라서 한번 사준 적이 있는데 그 이후에 신상 요구 횟수가 점점 더 잦아져서 경제적으로 많이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요즘 사회분위기가 신상을 안사주면 좋은 남자친구가 아닌 것처럼 받아들여져 속상하기까지 하다"고 덧붙였다.
회사원 서미경(27·여)씨는 신상녀 신드롬에 대해 "남자들이 자동차나 카메라를 좋아하는 것처럼 여자들은 구두나 핸드백을 좋아하는 것 뿐인데 언론에서 지나치게 '신상녀'를 부각시켜 대다수의 여성들을 사치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정신과 정종현 교수는 "명품에 집착하는 부정적인 의미의 '된장녀'와 달리 '신상녀'는 오히려 귀엽고 솔직하고 당당하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며 "신상녀가 값비싼 신상품의 소비와 과시를 통해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표현하려하며, 이를 통해 자기만족을 느끼는 것은 요즘 세대의 정체성 혼란(혹은 자신감 부족)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몰, 패션아이콘 '신상' 잡아라
유통업체, 특히 인터넷 쇼핑몰들은 이번 여름 패션, 뷰티 등 관련 제품의 소비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신상녀 신드롬을 놓치지않고 저마다 '신상'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특판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옥션(www.auction.co.kr)에서는 '신상녀 서인영의 메이크업 따라하기' 코너를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서인영을 메인 모델로 내세워 여성 화장품 브랜드인 '메이블린 뉴욕'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메이블린 뉴욕은 마스카라를 처음 만든 회사이기도 하다. 마스카라, 에센스 스틱, 라이너 등을 8천500~1만500원 사이에 팔고 있다. SK에서 운영하는 쇼핑몰 11번가 (www.11st.co.kr)에서는 '여름 신상 핫스타일 지침'이라는 섹션에서 티셔츠, 반바지, 커플 룩 의상 등을 팔고 있다. 심지어 유아복에도 '스타일 키즈 2008 여름 신상 특선'이라는 이름을 붙여 신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디앤샵 (www.dnshop.com)에서는 '신상샌들 베스트 오브 베스트' 전을 운영하고 있다. 최저 3천800원부터 3만원대까지의 여성 신발을 판매하고 있다. 일부 수제화의 경우 원 플러스 원 행사를 해서 판촉을 더욱더 유도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으로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