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 돌머리해수욕장&용천사


여름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수은주는 30도를 훌쩍 넘었다. 연일 찌는 듯한 후텁지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곧 여름 휴가 시즌이 시작될 터. 피서지로 이름난 곳에는 어느 곳이나 인파들로 가득 메워지리라. 아직 휴가지를 정하지 못한 이들, 전남 함평은 어떨까? 조개를 캘 수 있는 드넓은 개펄과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고즈넉한 사찰,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비공원이 있다. 일상에 지친 몸을 데울 수 있는 해수찜도 준비되어 있다.

# 신나는 조개잡이-돌머리 해수욕장

시원하게 뚫린 서해안 고속도로 함평 나들목을 나와 함평읍으로 향하다보면 돌머리 해수욕장 표지판이 나온다. 광주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이기도 한 돌머리 해수욕장은 전남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 석두마을에 있다.

돌머리 해수욕장에 들어서면 우선 그 넓이에 놀란다. 개펄은 마을에서 무려 5~6㎞까지 펼쳐진다. 이 넓은 개펄은 조개를 캐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가득하다. 돌머리 해변의 개펄은 국내에서 질이 우수하기로 손꼽히는데 게와 조개, 해초류가 지천이다. 가끔 커다란 게를 잡은 아이들의 환호성도 들린다. 햇볕은 따갑지만 얼굴에 진흙을 잔뜩 묻히고 여름 한낮을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여름이 아니더라도 돌머리 해수욕장에는 '바다체험'을 즐기려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사계절 끊이질 않는다.

물이 들어올 때면 돌머리 해수욕장은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돌머리 해변은 바닷물이 맑고 수심이 얕다. 해변 한 편에는 7천930㎡ 규모의 인공 해수풀장도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해변 뒤편에는 울창한 곰솔숲도 조성되어 있고 원두막과 야영장,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는 편이다.

# 해수찜의 원조-해수찜 마을

돌머리 해변에서 10분 거리인 궁산리 일대는 전통 해수찜 원조 마을로 유명하다. 널찍한 개펄을 앞마당 삼아 해수찜 간판을 달고 있는 집이 많다. 함평의 해수찜은 물을 데우는 방식이 다른 곳의 해수탕과 다르다. 바닷물을 받아 놓은 탕에 소나무 장작으로 뜨겁게 달군 유황석을 넣어 데운다. 그러면 수증기가 하얗게 피어오르면서 해수가 뜨거워진다. 그 물에 쑥이나 약초를 담가 약효를 높인다. 함평 해수찜에서 넣는 유황석은 아무리 달구어도 돌이 튀지 않고 오히려 서로 엉겨 붙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사우나복을 입고 해수에 수건을 적셔서 어깨나 관절부위를 찜질한다. 찜질을 하다가 물이 식으면 탕에 들어간다. 탕을 하나 빌리면 4명이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2만5천원 정도. 해수찜질을 하고 나서는 따로 샤워를 하지 않아야 약효가 오래 간다고 한다. 해수찜은 보통의 바닷물과는 달리 끈적임이 없어 샤워를 하지 않아도 전혀 불쾌하지가 않다. 이곳 해수찜은 피부질환, 신경통, 관절염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평일에도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다. 모두 100년 전통을 자랑한다는 3곳이 영업을 하고 있다.

용천사와 자산서원도 가볼 만 하다. 용천사는 서해안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백제 무왕 때 지어졌다고 한다. 대웅전 층계 아래에 '용천(龍泉)'이라는 샘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 샘에서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용천사 주변으로 대규모 꽃무릇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다. 세계 최대 규모다. 꽃무릇 군락지가 152만㎡에 달한다. 9월이면 절 부근의 숲과 계곡은 물론이고, 절로 들고 나는 왕복 2차선 도로 양편에도 꽃무릇이 피어오른다. 해마다 꽃무릇 만개시기에 맞춰 꽃무릇 큰잔치를 연다.

# 고즈넉한 여름산책-용천사와 자산서원

여름이라 꽃무릇은 피지 않지만 절집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절은 크지 않지만 투박하면서도 정감 있는 모습으로 서 있다. 댕강 댕강 울리는 풍경 소리가 귀를 씻어준다. 대웅전 옆쪽에 자리한 석등을 유심히 볼 것.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다. 용천사 유물들은 6·25 전쟁 때 대부분 분실되거나 손상되었지만 다행히 이 석등은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자산서원은 조선중기 호남사림의 거두였던 곤재 정개청이 1589년 기축옥사에 연루되어 유배지에서 병사하자 그의 제자들이 스승의 신원운동을 전개하면서 건립한 서원이다. 이 서원은 1616년 엄다면 엄다리 제동마을(당시 무안현 지역)에 설립하여 1678년 자산서원이라는 사액을 받았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함평 자연생태공원으로 가보자. 국내 최대의 생태공원이다. 난 보존과 육성을 위해 설립되었는데 난뿐만 아니라 우리꽃과 나비, 곤충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165만2천여㎡ 부지에 국비 등 220억원을 들여 8년간의 공사 끝에 만들어졌다. 수서곤충관찰학습장, 장미원, 자란동산, 우리꽃생태학습장, 풍란관, 동양란관 등이 있다. 국화 등 3만여 그루의 꽃길을 따라 공원에 들어서면 대형 인공폭포와 함께 야영장과 암벽등반 등 11종의 모험시설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 입맛을 감탄시키는 육회비빔밥

함평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이 있다. 바로 육회비빔밥이다. 전국의 수많은 미식가들이 함평 비빔밥 한 그릇을 맛보기 위해 먼 걸음을 마다하지 않는다. 비빔밥하면 으레 전주비빔밥이 대표주자라고 알고 있지만 함평 육회비빔밥은 맛에 있어 전주비빔밥에 뒤지지 않는다.

함평이 육회비빔밥으로 유명한 이유는 예로부터 큰 우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함평 우시장은 '함평 큰소장'으로 부를 정도로 소 거래가 많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함평 육회비빔밥의 맛은 신선한 생고기에서 비롯된다. 주문을 하면 큼직한 스테인리스 그릇에 밥과 나물과 육회가 담겨 나온다. 보기에는 영락없는 시골장터 음식이다. 그리고 돼지피로 끓인 선짓국이 따라 나오고 고춧가루와 간장, 마늘 등으로 만든 양념장이 놓인다. 비빔밥이라 반찬은 그다지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겉절이나 묵은 김치 등이 전부다. 특이한 것은 돼지비계를 삶아 얇게 썬 채가 함께 나온다는 것. 그릇에 양념장과 돼지비계를 한 숟가락 넣고 비비면 된다.

비빔밥을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고급스러운 맛에 반한다. 기름기가 없는 소 엉덩이와 허벅지 살코기만으로 맛을 낸 육회는 씹을수록 입에 감기는 촉촉함이 질감을 더한다. 끝맛은 고소하다. 돼지비계 역시 느끼하거나 비리지 않다. 부드럽고 쫄깃하다. 마무리는 선짓국으로 하면 된다. 매운 양념을 넣지 않아 개운하다.

드넓은 개펄, 온갖 꽃이 핀 생태공원, 그윽한 사찰과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 함평. 이 여름을 한층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곳이다. /ssuchoi@hanmail.net


■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함평나들목으로 나와 23번 국도를 따라 주포주유소가 있는 주포삼거리까지 직진한다. 여기서 손불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주포교 앞인데 다시 우회전하면 돌머리 해수욕장(061-320-3224)에 닿는다. 용천사(061-320-3364), 자산서원(061-320-3364), 자연생태공원(061-320-3514), 해수찜 마을에는 '함평주포해수찜'(061-322-9489), '신흥해수찜'(061-322-9900), '함평신흥해수찜'(061-322-9487) 등이 영업하고 있다. 기차는 서울~함평을 호남선이 매일 9회 운행한다. 버스는 서울~광주~함평이 수시 운행한다. 5시간 30분 소요. 함평군청 문화관광과 061-320-3364, www.hampyeong.jeonnam.kr

■ 맛집=육회비빔밥은 '대흥식당'(061-322-7953)이 유명하다. 외관은 그리 번듯하지도 않고 주변의 풍광이 뛰어난 어느 식당에 비할 것도 못된다. 하지만 육회 비빔밥 한 그릇을 먹으러 서울 등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육회비빔밥 5천원, 육회 3만원.

■ 잠자리=최근 폐교를 개량하여 펜션으로 만든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061-322-3515)이 소문을 타고 있다. 폐교였던 건물을 주인 내외가 5년간 직접 개량하여 일궈낸 곳인 만큼 곳곳에 정성스러운 기운이 가득하다. 집에서 직접 놓아 키운 닭으로 만든 백숙도 일품이다. 읍내에 머물기를 원한다면 장급 여관이나 모텔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