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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는 남들과 다릅니다.'
VIP(very important person)는 사회적 용어로 정부 요인이나 국빈 등과 같이 특별히 대우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인물 등을 뜻한다.
하지만 이 개념이 경제적인 분야에 도입돼서는 소위 말하는 상위 소비계층을 뜻하게 됐다.
마케팅을 해야하는 입장의 기업들이 VIP를 중시하는 것은 상위 소수 고객이 매출에 있어서는 하위 대다수 고객보다 높은 성과를 올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상위 20%의 고객보다 상위 5%나 1% 고객을 잡기 위한 마케팅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VIP의 개념도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MVG(most valuable guest) 등 소수 부유층을 향해 진화하고 있다.
■ VIP가 사는법=주부 윤모(45)씨의 하루는 모두 VIP로 채워진다.
아침 아이들을 등교시킨 이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녀는 오늘도 커피전문점에 들른다. 매일 먹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라지컴 사이즈로 주문한다. 하지만 그녀는 커피 체인에 VIP 회원으로 등록돼 가격은 레귤러 값만 지불한다.
오전중에 그녀는 은행도 들렀다. 투자 상담을 비롯해 밀린 공과금도 내야하지만 그가 창구에서 기다리는 일은 없다. VIP실의 전담 PB가 윤씨의 업무를 도맡아서 해 준다.
친구들과 함께 한 점심시간도 통신회사의 VIP카드가 유용한 역할을 해준다. 10여만원에 가까운 음식을 주문해 먹었지만 VIP포인트로 30% 할인된 값을 지불했다.
점심을 먹고난 후에는 영화관람에 나섰다. 잠시 남는 자투리 시간에는 영화관 VIP라운지에서 친구들과 무료로 제공되는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오후엔 다음 주에 있을 부부동반 골프 부킹을 했다. 회원권은 없지만 VIP신용카드고객에게 제공되는 무료부킹 서비스를 이용했다. 항공권 역시 20% 할인된 가격으로 예약이 됐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남편과 쇼핑에 나섰다. 모 백화점의 VIP초청행사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백화점 휴무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내부에는 소수 고객만을 위한 패션쇼와 다양한 쇼핑행사가 열리고 있다.
저녁 식사 역시 백화점측에서 제공한 뷔페식을 이용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차 보증수리 때문에 캐피털사에서 VIP 고객에게 제공하는 리무진 서비스를 이용해 귀가했다.
■ 이유 있는 VIP마케팅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상위 1~ 20%의 고객이나 제품이 기업 수익 창출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라는 점 때문에 VIP시장을 가벼이 볼 수 없다. 특히 VIP 마케팅의 주 대상이 되는 부유층이 1998년 이후 연평균 20% 이상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자료에 따르면 국내 K은행은 VIP 고객 8.1%가 전체 수신의 73.6%, 영업 이익의 62.5%를 기여했다. H은행의 경우에도 평잔 1억원 이상의 VIP 고객이 전체 수신의 73%, 상위 1% 고객이 은행 수익의 40%를 창출했다.
카드사들도 마찬가지다. 2002년의 신용카드 대란을 겪은 카드사들이 VIP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도 VIP 마케팅의 주 대상인 플래티넘 카드 소지자들이 일반 고객들에 비해 카드 사용금액과 연체율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성과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은행이나 증권, 카드사 등 금융 회사들만이 VIP 마케팅으로 최고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급, 고가의 제품을 생산 · 판매하거나 수입 · 판매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 VIP의 진화-VVIP, MVG
VIP도 진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VIP 시장을 더욱 세분화 해 고객의 수요에 맞는 공략에 나서기 위한 것.
현대카드는 지난 1일 20~30대 프리미엄 고객을 위한 '레드카드(the Red)'를 내놓았다. 연회비 15만원의 레드카드는 가입과 함께 15만원 상당의 특별상품권이 지급되며 연간 누적사용액 실적에 따라 명품 패션 소품부터 최고급 와인, 미주·유럽 비즈니스석 항공권, 맞춤 골프클럽 풀세트 등의 경품을 제공한다.
롯데카드는 VIP보다 한 단계 진화한 VVIP카드인 '롯데 인피니트 블랙카드'와 '롯데 다이아몬드 블랙카드' 2종을 출시했다. 이 카드들의 연회비는 각각 100만, 30만원으로 선택된 소수의 회원에게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출시됐다.
비자카드는 프리엄 고객을 위해 김해·김포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프레스티지(Prestige) 라운지를 무료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VIP 라운지 운영에 나섰으며 또한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무료 스낵·음료를 즐길 수 있는 비자 프리미엄 카드 고객 전용 '비자 카페 V'를 운영한다.
또 신한카드도 하반기중에 VVIP고객을 위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MVG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초우량고객들 가운데에서도 연간 구매액이 3천만원 이상이었던 'MVG(Most Valuable Guest)'를 프리스티지, 크라운, MVG 등 3단계로 세분화했고 5천만원 이상 구매회원도 '에비뉴엘 VIP'와 '에비뉴엘 VVIP'로 구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5억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볼보, 재규어, 인피니티, 푸조 중 1대, 신세계 상품권 4천750만 원, JW메리어트 호텔 헬스 부부 회원권, 화가 오치균 등의 작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최상위 등급인 프레스티지 고객을 대상으로 구매액 대비 사은품을 지급하는 'G-프레스티지 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상품권 뿐만 아니라 국내외 여행권, 크루즈 여행, 피부 관리 연간 회원권, 스파 이용권, 국내외 고급 호텔 숙박권, 항공 마일리지, 건강검진권 등 고객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혔다. 영국 호주 캐나다 등 자녀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