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병원들, 수도권에 병원건립 러시

▲ 아주대 의과대학병원
수도권에 국내 주요 대학병원들이 몰려들고 있다. 어찌보면 과열 조짐이라할만도 하다.

우선 서울대는 지난 5월 오산시가 기증한 땅에 600병상 규모의 병원을 2015년 이전에 건립키로 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잇단 조성으로 최근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용인시에도 대학병원 설립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다. 연세대는 2010년말 완공을 목표로 용인시 기흥구 중동 산 100의 5 일대 6만9천600㎡ 부지에 40개 이상의 진료 과목에 1천200병상을 갖춘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희대는 용인시 기흥구 하갈동 산 27의1 일대 3만3천281㎡ 부지에 지하 6층, 지상 7층 700병상 규모의 경희의료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희의료원은 양·한방을 모두 갖춘 최첨단 시설을 보유할 예정이다.

한림대는 화성시 동탄지구에 600개 병상의 종합병원 건립에 나선다. 을지대는 수원 영통에 1천개 병상 규모의 병원을 오는 11월 착공한다. 두산그룹으로 인수된 중앙대병원은 경기도 하남시 하산곡동 일대의 중앙대 소유지와 향후 불하받을 시유지(옛 미군기지 철수 부지)에 500개 병상 규모의 제3병원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렇게 대학병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조짐을 보이자 그간 수원에서 유일한 3차 진료기관으로 자리잡아왔던 아주대병원도 광교 신도시 부근에 600∼800개 병상 규모의 병원 신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앙대학교병원
■ 대학병원이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까닭은?


주요 대학병원들이 잇따라 병원 신축에 나서는 것은 입원 치료를 받기위해 장기 대기중인 환자들을 흡수하고 인구 고령화와 수도권 신도시 조성 등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의료서비스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특히 용인을 중심으로 대형 병원 설립이 잇따라 추진되는 것은 용인시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태에서 의료시설은 절대 부족한데다 이 일대에 병원을 설립할 경우 용인지역 주민은 물론 동탄신도시와 여주·이천 등 경기 동·남부권, 나아가 강원도와 충청도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연세대의료원 관계자는 2005년말 용인에 대형 병원 설립계획을 발표하면서 "종합병원을 용인에 건립할 경우 경기남부지역은 물론 강원도와 충청도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도 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 대학병원 확대 찬반 논란

▲ 강남성모병원
당초 계획대로 대학병원들이 병원 신축을 추진한다면 앞으로 7~8년내에 수도권에 1만개 병상이 새로 생기게 된다. 그렇지않아도 고질적인 병상 부족과 만성적인 수술 환자 대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병상을 증설해야 할 처지다. 더구나 KTX 개통 이후 서울과 지방간의 거리가 단축되면서 인기 병원을 선호하는 지방 환자들이 서울로 몰려드는 실정이다. 병원들마다 규모 확장이 자체 위상을 높일 수 있는데다 수익 증대의 발판이라고 여기고 있어 이같은 무한 확장 추세는 더욱 과열될 전망이다.

주요 대학병원들의 신축 및 증설이 마무리되면 환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A대학병원의 관계자는 "대학병원의 경쟁은 장기적으로 봤을때 의료계의 발전과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제한뒤 "그러나 일부 국립대학병원의 경우 국가의 지원을 받아 연구 중심으로 운영이 돼야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립 대학병원들과 환자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라고 불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수원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전문의는 "최근 일반 환자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약간만 아파도 대학병원으로 가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대학병원이 좋은 시설과 우수한 인력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막상 대학병원을 찾아갔을때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은 기다림과 불친절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해 단순히 대학병원이 늘어나는 것이 시급한 문제가 아님을 지적했다.

S 종합병원의 관계자는 "현재의 의료전달체계는 의원급, 중소병원급, 대형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기관으로 구분돼 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특히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각 대학부속병원 및 대형 종합병원의 신증축이 몰림에 따라 이에 대한 병상 신증설을 억제함과 동시에 지역 거점 병원의 활성화를 위해 의료전달체계의 개선과 지역별 병상 총량제 상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의료수가가 높은 3차 의료기관에 환자가 몰릴수록 국민의료비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가만히 있다간 당한다'는 병원들의 위기의식이 과도한 병원 신축과 고가 장비 도입이라는 경쟁을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다"며 "신축에 나섰다가 경쟁에서 밀린다면 대학병원이라도 10년후 존립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