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여행
잠시만이라도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렇다고 1박 2일로 훌쩍 떠나자니 마음이 편치 않다. 어디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다녀올 데가 없을까? 그런 이들을 위해 강화도를 추천한다. 서울에서 넉잡아 2시간이면 닿는다. 바다가 있고 갈매기 울음소리가 있고 마음 쉬기 좋은 아담한 사찰도 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 한 잔은 어떨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놀러가자고.
글·사진/ 최갑수(여행 칼럼니스트)
# 오랜만에 느끼는 포구의 정취, 대명포구
김포시 양촌면에서 초지대교까지 연결되는 4차로 도로를 타면 대명포구에 닿는다. 행정구역상 김포에 속한다. 하지만 여느 어촌 마을에 온 듯한 정취를 풍긴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다 내음이 훅, 하고 끼쳐온다. 처음 드는 생각은 '서울 도심에서 고작 20여분을 벗어났을 뿐인데 분위기가 이렇게 다를까'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 드는 생각은 '오길 잘했다'는 것.
주차장에서 바다가 멀지 않다. 바닷가 개펄에는 어선이 배를 땅에 대고 비스듬히 누워 있다. 갈매기가 끼룩끼룩하고 날아다니는 모습이 정겹다. 선착장까지 걸어갈 수 있다. 선착장 가는 도중, 땅 위에 올라온 배 몇 척을 만난다. 배는 여러 번 타 본 적이 있지만 배 밑바닥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다. 스크루와 조향키가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이리저리 바다를 거닐다 어판장으로 향한다. 대명리 어촌계가 운영하는 1천650㎡ 규모의 어판장에는 선주들이 직영하는 42개의 어판장이 있다. 오전 9시∼오후 8시 문을 연다. 이곳에서는 어촌계 소속 어민들이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을 구입할 수 있다.
대명포구에서 나와 초지진으로 향한다. 초지진은 1866년 병인양요 때와 1871년 신미양요 그리고 1875년 운양호 사건 때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초지진에 올라 바라보는 강화도의 풍광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바다에는 초록색 예쁜 등대가 우두커니 서 있다. 바다 너머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목덜미에 맺힌 땀을 씻어준다. 개펄에는 아이들이 조개를 잡느라 뛰어놀고 있고 누군가가 캔버스를 세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 다향 가득한 절, 전등사
전등사는 고구려 아도화상이 세웠다는 고찰이다. 대웅전의 처마 밑에 있는 신기한 나무 조각상으로 유명하다. 벌거벗은 여인이 네 귀퉁이에서 지붕을 인 형상이다. 전설에 따르면 절을 짓던 목수가 자신의 사랑을 배반하고 도망친 여인에게 벌을 주기 위해 조각해 넣은 것이다. 얼마나 사랑했기에 자기를 두고 떠났다고 긴 긴 세월의 저주를 내린 것일까. 절이 중건된 때가 조선 광해군 13년(1621)이니 벌써 385년째 저러고 있는 셈이다.
# 넓은 바다 그리고 바다를 물들이는 일몰, 동막 해수욕장
광활한 갯벌 위로 쏟아지는 한낮의 태양은 눈부시다. 해수욕장 동쪽 끝에 있는 분오리돈대에 오르면 갯벌의 장관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동막 해수욕장의 물은 갑자기 깊어지지 않는다. 한참을 걸어가도 고작 무릎 높이 밖에 차지 않는다. 왜 사람들은 바다를 찾는 것일까. 아마도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서해의 황톳빛 바다는, 괜히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동해의 바다와 달리 보는 이를 차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내다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장화리로 간다. 동막리∼여차리∼장화리 길은 노을질 무렵이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길의 어디에서 봐도 낙조가 아름답지만, 특히 장화리 낙조가 빼어나다. 특히 장화리 해양탐구수련원 앞 바닷가에 서서 떠나보내는 일몰은 감동이다.
/ssuchoi@hanmail.net
■ 맛집=강화도는 '갯벌 장어구이'로 유명하다. 민물장어를 강화도 갯벌에 '방목'시켜 기른 것이다. 바닷장어와 육질이 비슷하지만 쫄깃하고 기름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등나무횟집(032-937-4000)이 잘한다. 인공 조미료는 넣지 않는다.
■ 숙박=전등사와 함허동천 사이에 '은빛 비치는 들'(032-937-2737)이라는 카페가 있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게스트 하우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외관이 인상적이다. 찻집 건물 옆에 또 다른 건물이 한 채 서 있는데 펜션이다. 객실은 단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