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사회의 화두가 '소통'에서 '홀대'로 바뀌었다.

최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내놓은 '지역발전정책 기본 구상 및 전략'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국토해양부 소속 고위 공무원들이 "인천항이 성장해서는 안된다"는 망발이 터져나와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인천을 들쑤셔 놓았다.

인천시·경기도·서울시가 같은 수도권에 있지만 지역발전 정책에 대한 반응은 저마다 다르다. 경기도는 크게 반발하고 있고, 인천은 침착함을 보이고 있다. 서울은 지난 2002년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의 제목을 연상케 한다. 양동근·이나영 주연의 '네 멋대로 해라'다. 역시 서울의 뱃심은 두둑하다.

지난해 참여정부 말기에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 나온 정부의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이었다. 정권이 바뀌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요즘 인천바닥엔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말이 널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천에서 기자회견을 두 번이나 가졌다. 지난해 12월 4일 송도 갯벌타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선 '국제경제허브도시 인천발전 구상안'을 내놓았다.

당시 이 후보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동북아 관문으로 조기에 정착시키겠다"며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지리적 이점, 인프라, 인력 보유 등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인천을 잔뜩 추켜세웠다. 또 "국내외 투자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강력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며 "수도권 규제를 받지않고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없도록 관련 법률을 정비하겠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기자회견 마무리 발언은 당시 참석자들의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약속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반드시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평생을 약속을 지키면서 살아왔다. 말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당초 계획보다도 성과를 더 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 대통령이 인천을 실망시키는 것은 '새만금 조기 건설 구상'이다.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오는 2020년까지 조기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지역발전정책 기본구상·전략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육성 방안은 없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각종 규제에 묶여 개발과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산모가 아이를 낳아 놓고 돌보지 않는다." "의붓자식 취급을 당하고 있다." 인천에선 여러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국비 지원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2007년 1천40억원을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지원했다. 올해 지원액은 673억원으로 줄었고, 내년도 국고보조금 신청액 중 357억원만 반영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새만금을 집중 육성한다고 가정해 보자. 인천경제자유구역이 동북아 관문으로 언제 정착할지 의문이다.

새만금 조기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여론도 있다. 정부가 엉뚱한 곳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추는데 약 10년 걸렸다. 두바이의 급성장은 고유가로 벌어들인 '오일달러'와 값싼 외국 노동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천지역 A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5년 사이에 호미로 땅을 파는 이상의 것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며 "새만금을 두바이형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정부를 향해 연일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를 놓고 인천사람들의 의견은 양쪽으로 갈린다. 인천도 경기도처럼 강력 항의해야 한다는 쪽과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팽팽한 것이다.

B의원은 "(인천도) 경기도지사가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했고, C의원은 "인천은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데, 우리에게 지장이 오는 것은 틀림없다"고 경고했다.

D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경기도가 그렇게 한 것에 대해 비판이 많다"고 했다. E의원은 모 중앙 일간지의 사설을 인용하며 "야당을 너무 오래하다보니 여당 단체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잊어버린 것 같다"고 비꼬았다. F의원은 "정부의 의지표명이 노선의 수정인지, 수도권을 포기한 것인지 좀더 진지하게 따져보고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 구도심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홀대론'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가 경제자유구역에만 많은 세금을 투입하고 구도심은 홀대한다는 목소리다. 인천을 전국 상황에 비유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수도권', 구도심은 '지방'인 셈이다.

시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구도심 개발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시민들이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안상수 시장이 '인천(전국의 수도권) 홀대론'과 '구도심(인천의 지방) 홀대론' 등 입장이 상반된 두 홀대론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