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메달 데이는 언제일까'.

2008 베이징올림픽이 성대한 막을 올렸다. 이에 따라 베이징올림픽 '톱 10' 입성을 노리는 한국대표팀이 언제 금메달을 목에 걸지가 세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번 올림픽은 개막 다음날인 9일부터 쉴새없이 금메달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특히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 데이'는 9일 사격을 시작으로 10일 양궁, 12일 수영과 레슬링, 16일 역도 등 주로 대회 초반에 나올 확률이 높아 초반 성적이 '톱 10'을 좌우할 전망이다.

 
 
# 첫 금메달은 사격(9일)


올림픽에서의 사격은 특별한 종목이다. 항상 첫 번째로 금메달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여고생 총잡이 여갑순이 첫 금메달을 따내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이후 3개 대회 12년 동안 사격에서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다르다. 한국 '여자 사격의 쌍두마차' 김여울(화성시청)과 김찬미(기업은행)가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9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리는 여자 10m 공기소총 결승에 나서는 이들의 메달 확률은 높은편이다. 세계 1인자 두리(중국)가 버티고 있지만 당일 컨디션에 따라 메달 색이 변하는 민감한 종목이 바로 사격이기 때문에 눈깜짝할 사이에 메달 색깔이 바뀔 수 있다.

한국은 이외에도 오후 4시부터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진종오(KT)와 이대명(한체대)이 또한번 금과녁을 겨누고, 오후 8시20분에는 남자 유도 60㎏급의 최민호(KRA)가 유도 첫 메달 사냥에 나선다.

 
 

# 박태환 데이(10일)


10일은 오전·오후 모두 놓칠 수 없는 빅게임이 이어진다.

먼저 오전 10시20분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릴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전에선 '마린보이' 박태환(단국대)이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와 1천500m에도 출전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선 400m에 전념하기로 했고, 8관왕을 노리는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이 종목 출전을 포기해 우승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또 이번 대회 싹쓸이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양궁은 여자단체전에서 금메달 사냥을 시작한다. 2회 연속 2관왕을 노크하는 박성현(전북도청)과 3차 월드컵에서 세계신기록(119점)을 작성한 윤옥희(예천군청), 주현정(현대모비스)이 출전한다. 여자단체전에서 한국은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한 번도 금메달을 다른 나라에 내주지 않았다. 물론 이번 대회 종합 1위를 노리는 중국의 텃세가 걸림돌이다. 아테네대회에서 여자단체전 은메달을 따낸 중국은 이번엔 홈그라운드 이점을 앞세워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 이외에도 오후 4시30분 여자 역도 53㎏급의 윤진희(한체대)와 펜싱 남자 에페의 정진선(화성시청)이 깜짝 메달에 도전하고 오후 8시45분에는 박성화호가 축구 남자 D조예선 이탈리아와 숨막히는 혈전을 벌인다.

# 양궁·유도 골든데이(11일)

전날 치러지는 양궁 여자단체전에 이어 11일에는 남자단체전이 또한번 일을 낸다. 금메달 확률은 높다. 남자는 1988년 서울대회에서 첫 단체전 금메달을 딴 이래 1992년과 1996년에는 노골드 수모를 겪었지만 2000년과 2004년 잇따라 단체전 금메달을 되찾아 왔다. 이번 대회에선 임동현(한체대)과 이창환(두산중공업), 박경모(인천 계양구청)가 한국 양궁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또 '한판승 사나이' 이원희를 꺾고 베이징행 티켓을 따낸 유도 73㎏급의 왕기춘(용인대)도 이날 메달 사냥에 나선다. 왕기춘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원희의 올림픽행을 무산시킨 만큼 부담도 크지만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에 차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전 체급(14체급) 출전권을 따낸 유도는 이번 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이외에도 한국은 이날 오후 9시40분 펜싱 여자 플뢰레에 남현희(서울시청)가 메달 찌르기를 시도한다.

 
 
# 레슬링 정지현의 결실(12일)

대회 5일째인 12일에는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0㎏급의 정지현(삼성생명보험)이 대회 2연패를 노린다. 정지현의 금메달 전선에 가장 큰 걸림돌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우승자 사사모토 마고토(일본)다. 정지현이 사사모토를 따돌리고 자신의 장점인 옆굴리기와 경기운영을 잘 해준다면 금메달 획득은 문제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에 앞서 오전 11시10분 박태환이 자유형 200m에 나서고 오후 1시에는 사격 남자 50m 권총에서 진종오와 이대명이, 저녁에는 유도 남자 81㎏급의 김재범(한국마사회)이 각각 메달에 도전한다. 또 남자 체조도 한국 체조 사상 올림픽 첫 단체전 금메달에 도전한다.

# 축구 8강 진출을 위한 교두보(13일)

한국 축구가 오후 6시 온두라스와 D조 최종 예선전을 갖는다. 한국은 마지막 경기인 온두라스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 오후 6시20분부터는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김민철(성신양회)이 메달 사냥에 도전한다. 김민철은 2006년 대표선발전에서 정지현을 꺾고 도하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이후 정지현이 60㎏급으로 체급을 다시 낮추면서 이 체급 국내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펜싱에선 남자 플뢰레의 최병철(화성시청)이 메달 사냥에 나선다. 세계 랭킹 8위인 최병철은 빠른 순발력을 바탕으로 하는 접근전을 즐기다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 공격하는 '변칙 펜싱'에 능하다.

#양태영 명예회복의 날(14~15일)

올림픽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염원하는 한국은 평행봉 또는 철봉에서 금메달을 꿈꾼다. 그 중심에는 양태영(포스코건설)이 있다. 양태영은 4년전 아테네올림픽 남자 개인종합에서 심판의 오심 때문에 폴 햄(미국)에게 금메달을 내주며 마음 고생이 심했다.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기량을 갖춘 평행봉 3인방이 이주형 감독의 지도아래 스타트 점수와 기술을 높여 중국과 일전을 벼르고 있다. 국내 1위 양태영, 2006 도하아시안게임과 지난해 세계선수권 금메달 김대은, 2006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 유원철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선수들이어서 연결 동작과 착지에서 실수하지 않는다면 금메달이 가능하다. 한국은 이외에도 오후 6시30분 양궁 여자 개인전에 이어 15일에는 남자 개인전에서도 임동현과 박경모 등이 출전해 또한번 금맥을 터트린다. 유도에선 남자 100㎏급의 장성호(수원시청), 여자 78㎏의 정경미(하이원)가 각각 메달에 도전한다.

 
 
#종주국 태권도의 날(21~23일)


21일부터는 한국 태권도가 금메달 수확에 나선다. 한국은 태권도에서 3개 이상 금메달을 따내며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움과 동시에 막판 순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21일에는 여자 57㎏급 임수정(경희대)과 남자 68㎏급 손태진(삼성에스원)이 금빛 발차기에 나선다. 이 둘은 한국이 손꼽고 있는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미국이 자랑하는 로페스 남매라는 벽을 넘어야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

다음날인 22일에는 2005년과 2007년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 황경선(한체대)이 여자 67㎏급에 출전해 4년 전 동메달 아쉬움을 날려버릴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23일에는 태권도 종주국 헤비급 대표로 선발된 차동민(한체대)이 남자 80㎏ 이상급에 출전해 마지막 금메달 소식을 전할 채비를 마쳤다. 차동민은 2007 세계선수권대회 MVP 다바 케이타(말리)와 니콜라이디스 알렉산드로스(그리스) 등과 금메달을 놓고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

 
 
#세계를 들어올린다(16일)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고양시청)이 의외로 손쉽게 금메달 소식을 전할 수도 있겠다. 세계 기록 보유자이자 최고 라이벌인 중국 무솽솽이 출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미란은 방심하지 않고 세계신기록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올림픽 기록은 2004년 아테네대회에서 중국 탕궁훙이 장미란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던 305.0㎏. 당시 장미란은 302.5㎏을 들어올려 올림픽 기록을 세웠지만 뒤이어 등장한 탕궁훙이 2.5㎏을 더 들어 아쉽게 은메달에 그쳐야 했다. 금메달 여부보다는 장미란이 올림픽 기록과 세계기록을 동시에 경신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더 쏠리고 있다. 장미란의 활약은 오후 8시에 볼 수 있다.

또 한국은 배드민턴 남자 복식의 정재성-이용대(이상 삼성전기)조가 금메달을 따내 효자종목을 과시할 태세다. 다만 라인 선심 대부분이 중국 심판들로 배정된 만큼 주최측의 텃세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마라톤 이봉주의 투혼(24일)


대회 폐막일인 24일에는 '올림픽의 꽃' 마라톤이 열린다. 사실상 생애 마지막이 될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넉 달 착실히 준비해 온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삼성전자)의 투혼을 다시한번 볼 수 있다. 이봉주는 팀 후배 이명승(29)과 함께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지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이래 4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 이봉주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강도 높은 100일 프로젝트를 치르며 올림픽을 단단히 대비해왔다.

남자 마라톤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열리며 코스가 평탄해 철각들이 초반부터 속도전을 벌일 예정이어서 꾸준하게 스피드를 유지하는 게 메달 획득에 있어 최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