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평낙조는 화성시의 8경 가운데 제4경으로 불리울 정도로 풍경이 뛰어나다. 그러한 궁평항이 화성방조제의 건설과 함께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가운데 변화가 일고 있다.송산면 출신 조용필씨의 대형 가요무대가 열리는가하면 대규모 포구축제도 9월에 열린다고 한다.  /조형기 편집위원 hyungphoto@naver.com

 
 
■ 솔밭해수욕장의 풍경


"100살 넘은 해송 '병풍'·2㎞ 백사장… 갯벌서 조개캐는 모습 한폭의 그림"

바다는 늘 식량창고이자 보물이다. 특히 서해는 다양하고 풍부한 어족 자원과 바라보기만 해도 즐거운 해안으로 휴식처를 제공해 준다. 화성시의 궁평리 마을도 그렇게 다가온 곳이었다. 바지락으로 대표되는 조개가 많이 나고 곰솔(해송)이 병풍을 두른 솔밭해수욕장은 궁평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폭 50여에 길이 2㎞쯤 되는 백사장과 100여 년 된 곰솔 5천여 그루가 방풍림을 이루는 곳, 예서 먹는 생선회 맛과 도시에서 먹는 맛이 어찌 같을 것인가? 아이들은 모래바닥인 솔밭에서 이리저리 뛰고 소나무의 구부러진 줄기들과 갯벌에서 조개 캐는 사람들의 뒷모습 등이 모두가 그림이었다. 게다가 해질녘의 바다 모습은 사람의 발걸음을 잡기에 충분하다. 오죽했으면 화성시의 8경 가운데 제4경으로 '궁평낙조'를 집어넣었을까?


# 궁사(宮士)가 많았던 들판, 궁에서 관리하던 들판-궁평리

화성방조제 건설로 궁평리에 변화가 찾아든다. 드넓은 갯벌 식량창고가 사라지고 주민들의 소득도 줄어들었다. 간단한 도구 하나와 바구니만 챙기면 '돈'을 캐던 시절은 이제 옛 일이 되어 버렸다. 방조제 옆으로 튼튼한 포구를 만들고 배들이 안전하게 드나들도록 해 주었다. 대규모 어시장도 만들어 생선과 조개를 모으고 사람도 그만큼 모이기를 기다렸다. 궁평리 선착장이던 이름이 궁평항으로 바뀌었다. 대규모 포구축제도 열어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란다. 주말이나 공휴일에 비해서 평일에는 찾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6월에 열던 포구축제를 이제는 9월에 연다(9월 6~7일). 인근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주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이다.

궁평리는 1리와 2리로 나뉜다. 1리는 김녕 김씨들이 많이 살고, 2리는 초계 정씨들이 대부분이다. 초계 정씨들의 고택 두 채가 눈에 띈다. 99칸 집으로 부르는 정용채 가옥과 잘 만든 초가집 정용래 가옥이다.

초계 정씨는 조선 선조 무렵 정인수가 궁평리로 들어오면서 번성하게 된다. 정인수의 아들이 청도군수 등을 지내고, 영조 때에 이르러 경기수사와 훈련대장을 지내는 정여직(鄭汝稷)을 배출하게 된다. 궁평리 초계 정씨 종친회장 정용선(1941년생)씨의 7대조가 되기도 하는데 묘소는 서신면 상안리에 썼다고 한다. 정용채 가옥과 정용래 가옥은 아래 윗집이면서 모두 동향을 하였다. 정용채 가옥이 높은 곳에 산을 배경으로 기와지붕을 하고 우뚝 섰다면, 정용래 가옥은 낮은 곳에 초가로 소담하게 앉았다. 또 윗집이 크고 위엄을 드러낸다면 아랫집은 작으면서 소박하다. 초가지붕이 주는 정서도 한 몫을 한다. 지금 윗집은 사람이 살면서 잘 가꾸어나가는 반면 아랫집은 폐가처럼 풀이 무성하다. 그래도 보호한답시고 함석 담장을 임시로 둘렀는데 초가와 영 어울리지 않는다.

▲ 정용채 가옥.

# 어촌계, 부녀회, 작목반을 각급 관청에서 지원하고

어촌이면서 농촌이기도 한 궁평리는 이제 시장으로도 거듭난다. 어촌계원의 숫자가 120여명이고 고기잡이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250여명이 넘는다. 어촌계장 정승만씨는 방조제를 막기 전에는 계원들 연 평균소득이 2천여만원이었으나 지금은 1천500여만원선이라고 한다. 서해안의 뛰어난 갯벌이 사라지면서 소득도 줄어들었다는 얘기이다.

포도작목반도 25가구나 되어 궁평리 포도를 널리 알린다. 적당한 습기와 온도로 당도 높은 포도가 생산돼 구미를 당기게 한다. 복숭아 등 과수원과 축산, 논농사 및 밭농사도 병행하는 마을이어서 뭐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어느 지역 어느 사람이든 마찬가지의 고민이 자녀 교육이리라. 서해안 끝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보니 자녀들 교육 문제에 이르면 모두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다.

어촌계 선단은 바다를 오가며 부지런히 고기를 잡아오고 잡아온 생선은 200여명 상인이 입주한 어시장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싱싱한 생선회와 조개구이는 바닷가의 정취를 북돋고 바지락칼국수는 그 시원한 국물로 달아난 입맛까지 되살려준다. 어촌계 부녀회는 법인으로 등록도 하였다. 보다 투명하고 과학적인 경영으로 마을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마을의 행사를 지원하고 주민 대소사에 상부상조하며 서로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촌계 부녀회장 겸 법인 대표는 양옥순(1954년생)씨이다. 회원은 70여명인데 경기도가 지정한 슬로푸드 체험 마을, 서해일미마을을 궁평항에서 이끌어간다. 100여명이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면적의 식당을 직접 운영한다. 궁평항으로 들어오는 생선과 조개 등으로만 식단을 꾸려나가는데 계절에 따라 메뉴가 달라진다. 봄에는 낙지와 주꾸미, 여름에는 붕장어, 겨울에는 낙지와 꽃게·굴 등으로 식탁을 차린다. 특히 낙지나 주꾸미·붕장어 철판볶음은 이미 주변에 소문이 다 났다. 5년여 동안 운영하면서 이제는 맛 내는 비법도 터득하여 어느 조리사 부럽지 않게 음식을 낸다. 패스트푸드의 반대말이 슬로푸드이니 그들의 우직한 노력이 빛을 발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 정용래 가옥.

# 희망의 궁평리-도시와 농어촌의 상생

궁평리 마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은 도시 사람들이다. 가족 단위나 직장 단위로 와서 휴식을 즐기고 음식을 사먹고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고마운 상대를 꼽자면 단연 1사1촌을 맺은 단체들이란다. 수원세무서는 궁평리 어촌계 부녀회와, 농업진흥공사는 궁평1리와, 한신공영은 궁평2리와 관계를 맺었다. 위 기관들과 회사는 단체로 방문하여 바다에서 쓰레기를 줍고 청소를 해주는 등 주민이 생업 때문에 손을 쓰지 못하는 부분을 챙겨준다. 그뿐만 아니라 음식도 꼭 이 마을에서 먹고 건어물 등을 사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자주 찾아올수록 형제나 자매처럼 가까워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만나 본 주민들마다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도 드러냈다.

▲ 궁평리 갯벌을 찾은 가족들.

궁평리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각종 어촌 체험이다. 어촌형 슬로푸드 체험말고도 갯벌 체험을 통해 조개도 캐고 갯벌 썰매도 탈 수 있으며, 낚싯배를 타고 갯바위에 가서 낚시를 하거나 황금어장에 가서 선상 낚시를 즐길 수도 있다. 그리고 궁평항에서 뜨는 서해도선을 타고 한 시간 거리인 입파도와 국화도 등지를 다녀올 수도 있다. 또한 유람선을 타면 도리도. 입파도와 제부도를 돌아 절경을 만끽하게 된다. 꽃게 체험은 배에서 경매로 구입하여 간장게장 등 다양한 요리를 해보고 직접 가져가는 체험이어서 인기가 높다.

내일도 새벽같이 뜨기 위해 해는 저녁마다 제 모습을 감춘다. 더구나 바다 저편으로 빠져드는 해를 보려니 마음이 들뜨는 듯하다. 순식간에 바닷물을 발갛게 물들이고 하늘도 물들이며 해는 진다. 궁평낙조가 아름답다더니 이 아름다운 모습을 매일 보는 마을 사람들은 그 심성도 아름답지 않을까. 서신면을 돌아나오자니 신라 말 청해진과 함께 바다를 제압했던 당성진의 당성 팻말이 어슴푸레 보인다.

▲ 궁평항 횟집.


/염상균 역사탐방연구회 연구위원 sbansun@naver.com
/후원 : 경기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