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 대통령 선거에서도 적(敵)의 적(敵)은 동지?"
미국 민주당이 버락 오바마를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전당대회를 25일 개막한 가운데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 진영은 민주당 당내경선 때 오바마와 막판까지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각종 TV선거광고에 `주연 배우'로 등장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매케인 진영은 전직 퍼스트 레이디이자 뉴욕주 출신 연방상원의원으로 민주당 대권주자였던 힐러리를 공격하는데 혈안이 돼 왔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놀라운 변화다.

   매케인 진영은 24일 `통과(Passed Over)'라는 제목의 TV광고에서 오바마가 힐러리를 제쳐놓고 조지프 바이든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것을 부각시켰다.

   민주당 일각에서 `오바마 대통령-힐러리 부통령 카드'를 `드림카드'라며 오바마에게 힐러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것을 압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가 이를 거부한 것을 강조, 힐러리 지지자들의 불만에 불을 지피고 나선 것이다.

   매케인 진영은 또 민주당이 `하나의 나라'라는 주제로 결속을 다지는 전당대회 첫날 행사에 맞춰 민주당 경선과정에 힐러리의 대(對)오바마 비판발언 모음집격인 `힐러리가 옳았나?(Was she right?)'라는 제목의 TV광고를 시작했다.

   해설자가 "누가 우리 나라를 이끌 경험을 가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매케인 의원은 선거운동에서 평생의 경험을 내세울 것이고 나도 평생의 경험을 내세울 것이지만 오바마 의원은 2002년에 행한 연설을 상기시킬 것"이라는 힐러리 발언이 뒤따르며 힐러리의 입을 통해 오바마를 공격하는 내용이다.

   이어 해설자가 "이제 미국인들은 가장 경험없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 지 아니면 그녀(힐러리)가 옳았는 지에 대해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광고는 결론을 내린다.

   매케인 진영은 이와 함께 위시콘신주 출신으로 힐러리 지지자에서 매케인 지지자로 변신한 데브라 바토세비치라는 여성 유권자의 주장을 담은 `데브라'라는 TV선거광고도 방영하고 나섰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매케인 진영의 여성 최고 선거참모인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 회장은 이날 4명의 옛 힐러리 지지자들과 함께 기자 간담회를 갖고 "전당대회가 열리는 덴버에서 민주당은 `단합'을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민주당은 분열돼 있다"면서 "민주당은 오바마 후보 뒤에서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민주당의 분열을 부추기고 나섰다.

   그러나 힐러리는 이 같은 공화당의 공세에 발끈하며 반격에 나섰다.

   힐러리는 전당대회 참석차 덴버를 찾은 뉴욕주 대의원들과의 조찬 회동에서 대법원 판사 임명과 교육ㆍ에너지 위기ㆍ외교 정책 등에 이르기까지 차기 대통령이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면서 "매케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 가운데 어떤 일도 처리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의 분열을 경계했다.

   힐러리는 또 "부시 대통령의 실패한 정책을 4년 더 감당할 수는 없는데 매케인이 당선되면 바로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힐러리는 매케인 진영이 자신의 대(對)오바마 공격 발언을 마음대로 TV 광고에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나 힐러리 클린턴은 그 같은 광고를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힐러리는 이어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격전이 벌어졌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제 우리는 단호한 의지로 하나가 됐다"며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오바마에 대한 결집된 지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