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림토 문자라는 것은 한단고기의 단군세기(檀君世紀)편에 나오는 말이다. 250여개나 되는 부족국가를 다스리던 3대 단군 가륵이 부족 간에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것을 해결하고자 정음 38자를 만들고 이를 '가림토 문자'라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림토 문자가 한글의 원형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세종실록에 실린 문장들을 근거로 들고 있다.
즉 '이 달에 상감께서 친히 스물 여덟자를 지으시니, 그 자는 고전을 본떴다'는 훈민정음 창제 첫 발표문과 '글자의 형태는 비록 옛 전문을 모방하였다지만, 음을 쓰고 글자를 합하는 것이 모두 옛것에 반대되니 실로 의거할 바가 없습니다'는 집현전 학자들의 상소문 등이 그것이다.
실제 사실은 한 가지일터인데, 후대 사람들의 해석은 왜 이리 다를까. 문헌 고증이나 증거가 될 만한 유물이 나오지 않는 한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을 듯하다. 삼국시대 이전의 오래된 역사라 쉽게 고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한반도가 아닌 현재 중국 영토에서의 일이니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문제 해결의 열쇠가 고작 고증이나 유물 발견과 관련된 것인가라는 부분에 이르자 생각이 조금 바뀐다. 이런 근거가 제시되기만 한다면 한글 기원의 역사는 처음부터 새로 써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림토 문자의 증거로 제시되는 탁본을 떴던 서울대 사회학과의 고 이상백 교수는 가림토 문자가 우리나라 '한글의 어머니 글'이라고 말했다.
왜 이런 한글의 원형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가 재야 사학자들에게서만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다. 비록 정통 역사서로 인정받지 못한 사서라고 하더라도 그 속에 진실을 밝힐만한 실낱같은 단서가 있다면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가림토 문자가 한글의 원형이라는 증거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만일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한글의 나이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다. 기왕이면 한글이 오백 살이 아니라 오천 살 쯤 되어 세계문자의 최고령이 되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진실 여부를 떠나 다양한 관점에서 한글의 역사와 기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기를 소망해본다. 물론 가난한 지금의 한글연구 현실이 보다 풍성하고 빛을 받을 때 가능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