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지 해수욕장의 장엄한 일몰은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글·사진 최갑수(여행 칼럼니스트)

아직 피서를 떠나지 못하신 분들에게 권한다. 안면도 나들이 어떠하신지. 남북의 길이가 24㎞, 폭이 6㎞에 불과한 자그마한 섬이지만 해안선은 232㎞나 된다. 동서 어디를 가나 바다와 맞닥뜨리게 돼 있는 이 섬에는 꽃지, 안면, 삼봉, 바람아래, 쌀썩은 여 등 크고 작은 해수욕장들이 들어서 있다.

안면도 하면 떠오르는 것이 꽃지 해수욕장의 일몰이다. '꽃지 낙조'는 한국을 홍보하는 관광사진에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전북 부안군 채석강, 인천 강화군 석모도의 낙조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일몰로 꼽힌다. 해수욕장은 여름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지만 피서철이 지난 요즘에는 한결 여유롭다.

해질 무렵이면 바닷가를 거닐던 사람들이 하나 둘 꽃지와 방포해변을 잇는 꽃다리 앞으로 몰려든다. 카메라를 꺼내고 해와 바다가 준비한 퍼포먼스를 즐길 준비를 한다. 슬슬 해가 지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 플래시가 연이어 터지고 셔터 소리가 들린다.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은 장엄하다. 하늘도, 바다도, 모래사장도 붉게 물든다. 꽃다리 바로 앞에 있는 바위가 바로 할미·할아비바위다.

▲ 소나무 울창한 안면도 자연휴양림을 산책하다보면 상쾌한 솔향이 가슴 속 깊이 스며든다.

안면도의 서쪽 해안은 서해안에서 가장 심한 리아스식 해안이다. 그만큼 모래사장이 많다. 해안도로를 따라 10여 개의 해수욕장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그 중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삼봉해수욕장과 안면해수욕장이다. 삼봉해수욕장은 꽃지해수욕장에서 20분 거리. 해변 오른쪽에 봉우리가 세 갈래로 갈라진 높이 18∼22m의 봉우리가 있다. 해넘이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은 넓은 백사장을 버리고 삼봉산과 사랑바위 사이를 찾기도 한다.

안면해수욕장은 확 트인 풍광이 시원하다. 동해의 어느 바닷가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단단하고 부드러운 모래밭은 맨발로 거닐기에 좋다. 햇덩이는 수평선 너머로 아주 넘어간 후에도 붉은 잔영을 오래 오래 남긴다.

▲ 썰물 때 드러나는 꽃지 해수욕장의 넓은 모래밭. 조개 캐기도 할 수 있다.

'쌀썩은 여'라는 곳도 있다. 안면도의 샛별해수욕장과 장삼포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해변이다. 조선 말엽. 당시 전라도에서 세금으로 거둬들인 쌀을 운반하던 감독관이 쌀을 빼돌리다 쌀이 몇 섬 남아있지 않은 지경까지 이르렀다. 결국 감독관들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쌀썩은 여'라고 부르는 암초에 일부러 배를 부딪쳐 침몰시켰고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안면도 남쪽 끄트머리에는 '바람아래'라는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해변이 숨어 있다. 지금도 이곳을 찾는 이는 그다지 없다. 연인과 혹은 가족과 함께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가볼 만한 곳이다. 시 '사평역에서'를 쓴 시인 곽재구 역시 바람아래의 풍광에 반해 그의 산문집 '포구기행'에서 이렇게 노래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바람의 눈썹이 보였다. 시간의 눈썹과 모래의 눈썹 또한 보였다. 한없이 아늑하고 고요했으므로 그들이 지닌 눈썹 또한 보였다. 한없이 고요했으므로 그들이 지닌 눈썹 몇 개가 하늘로 올라가 낮달의 영혼과 만나는 모습도 보였다.'

▲ 여름 휴가철이 끝난 안면도의 해변. 한결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저물 무렵 바람아래에 서 보자. 수평선 너머 점점 꺼져가는 해를 보고 있노라면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어지러워진다. 가슴 속에 무슨 무늬가 새겨지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일. 어떤 이의 마음속에는 꽃무늬가, 어떤 이에게는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어떤 이에게는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 음표처럼 떠서 우리네 가슴을 울릴 지도 모른다.

안면도는 소나무섬이다. 섬 전체 산림의 75% 이상이 소나무다. 게다가 섬 소나무숲으로는 드물게 해송(곰솔)이 아닌 육송(적송)이다. 단단한 데다 훤칠하고 쭉쭉 뻗은 안면도 소나무들은 고려시대부터 궁궐용이나 선박 건조용으로 사용됐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특별 관리를 받기도 했다. 왕실의 숱한 건축사업에는 소나무가 많이 필요했는데 왕실은 안면도 송림을 조성하고 이 일대에 70여명의 산지기를 두어 지키게 했다. 경복궁을 지을 때도 안면도 홍송을 가져다 썼다고 한다.

요즘은 휴양림으로 이용되고 있는 승언리 솔숲에 들어서면 솔향기가 그윽하다. 잘 생긴 소나무들 사이로 오솔길이 뚫려 있다. 키다리 소나무들은 방문객들에게 그윽한 오솔길을 내보이며 발길을 이끈다. 산책로는 다섯 코스가 마련돼 있다. 어느 길을 걸어도 소나무숲은 울창하고 솔바람은 향기롭다.

▲ 오션캐슬의 머드 마사지.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안면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 최고급 스파다. 오션캐슬 리조트에 있는 아콰월드가 바로 그곳이다. 오션캐슬에 스파와 마사지를 즐기러 오는 방문객들도 많다. 특히 인기가 있는 것은 실내에서 온천수 마사지를 즐길 수 있는 '스파 파라디움'. 스파 입구 문을 열고 들어가면 훅 하고 열기가 끼쳐온다. 초록의 활엽수들로 가득 찬 실내에는 가족, 연인, 친구 등 1∼4명이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스파시설 10개가 갖춰져 있다.

아콰월드 1층에 있는 스파 센터 '벨로'에서는 천연 머드를 이용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데 총 소요시간은 70∼80분. 전문마사지사가 온 몸 구석구석을 마사지한다. 마사지가 끝나면 온 몸이 뻐근하다. 하지만 1∼2일 후면 마사지의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뭉친 근육이 풀리면서 몸이 가뿐해진다.

가슴 시원한 바다와 온 몸을 상쾌하게 만드는 소나무숲, 피곤을 풀어주는 스파가 있는 안면도. 지금 가도 늦지 않았다. /ssuchoi@hanmail.net


■ 가는 길 = 서해안 고속도로 홍성IC를 빠져나오자마자 고가 밑에서 좌회전해서 1분 정도 달리면 왼쪽으로 안면도 가는 새 길이 나온다. 천수만 방조제를 거쳐 곧바로 안면도로 이어지는 왕복 4차선 도로다. 안면도 자연휴양림과 오션캐슬은 꽃지해수욕장에서 5분 거리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찾기 쉽다.

■ 먹을거리 = 꽃지해수욕장 입구에 자리한 대륙붕횟집(041-673-4282)에서는 한창 살이 오른 꽃게 맛을 볼 수 있다. 이 집 주인이 고기잡이배를 갖고 있어서 직접 잡은 것들만을 재료로 쓴다. 가오리의 일종인 갱개미(간자미)회를 내는 횟집도 많다. 봄·가을이 제철. 천리포횟집(041-672-9217), 바다횟집(041-674-6563) 등이 유명하다. 영양굴밥집도 별미. 본산은 서산간척지 도로 중간의 간월도다. 간월어촌계 옆의 큰마을 영양굴밥(041-662-2706) 등 굴밥을 내는 집들이 몰려 있다.

■ 잠잘 곳 = 안면도는 숙박할 곳이 많다. 꽃지해변과 안면도에 괜찮은 펜션이 몰려 있다. 해랑펜션(041-673-1008)은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 전용 해안도 갖추었다. 나문재(041-672-7635)는 산책로가 인상적인 펜션이다. 황도에서 가까운 씨엔썬(041-672-5100)은 단체 여행객들에게 알맞은 곳. 워크숍을 위한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다. 안면자연휴양림(041-674-5019)에 있는 '숲속의 집'에서도 숙박이 가능하다. 가스레인지, 취사용품, 샤워시설 등이 설치되어 있으나 세면도구는 준비해야 한다.

인터넷(www.anmyonhuyang.go.kr)을 통해 예약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