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개헌 일지

▲제1차 개헌=1952년 4월 곽상훈 의원 등 123명이 의원내각제 개헌안을 제안, 5월에 정부가 양원제와 대통령직선제 개헌안을 제출했음. 전원위원회는 두 가지 안을 종합·발췌해 7월에 대통령직선제, 국무원불신임제를 담은 개헌안을 상정, 통과됐음.

▲제2차 개헌=1954년 9월 이기붕 의원 등 134명이 대통령 중임제 철폐, 국민투표제 도입, 국무총리제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헌법개정에관한건' 제안. 표결 결과 135표로 재적 203인의 3분의2가 되지 않아 부결이 선포됐지만 이틀 뒤 '사사오입' 방식을 적용, 가결된 것으로 결정을 번복.

▲제3차 개헌=4·19 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 하야한 직후 과도정부가 개헌 주도. 정부형태를 의원내각제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

▲제4차 개헌=1960년 10월 윤형남 의원 외 114인이 발의.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과 구 '반민주행위자공민권제한법'을 비롯한 소급입법들이 제정됐음.

▲제5차 개헌=5·16쿠데타로 설치된 국가재건최고위의 '작품'. 혁명정부에서 공포한, 헌법에 우선하는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을 개정, 헌법개정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치도록 함. 기존 헌법에 규정된 헌법개정절차를 회피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변칙적 개헌을 합리화 하려는 의도.

▲제6차 개헌=1969년 8월 윤치영 의원 외 120인이 제안. 국회의원 증원, 국회의원 각료 겸임, 대통령 탄핵정족수 강화, 대통령 연임을 3기에 한하도록 하는 내용. 같은 해 9월 야당(신민당) 의원들의 농성으로 본회의 장소를 변경후 원안가결됐음.

▲제7차 개헌=이른바 '유신헌법'. 대통령에게 긴급조치권, 국회해산권, 국회의원 정수 3분의 1 추천권 부여하고, 중임제한 규정을 두지 않으며 국정감사권 폐지, 회기단축 등을 통해 국회를 약화시키고, 대통령에게 법관임명권, 위헌법률심판권, 정당해산 결정권 등을 부여 사법부까지 무력화 함.

▲제8차 개헌=기본권 강화, 대통령 7년 단임제, 대통령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 국회해산권 제한 등의 내용이 골자.

▲제9차 개헌=1987년 전두환 대통령이 '대통령 직선제'를 내용으로 하는 개헌을 올림픽 이후로 미룬다는 담화 발표(4·13조치) 직후 6월 항쟁이 일어남. 사태해결을 위해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이 대통령직선제를 골자로 한 6·29 선언을 하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함.

참여정부 당시인 2007년 초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중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제언하면서 정국은 '개헌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당시 한나라당을 이끌었던 박근혜 대표는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노 대통령의 개헌론을 일축했다.

하지만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8대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의 필요성에 찬성입장을 밝힌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개헌논의는 이제 '가부(可否)'의 문제가 아닌, '시기'와 '원포인트냐, 멀티포인트냐'의 문제가 돼 버렸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18대 국회가 지난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인 '20년 체제'를 손 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년 체제', 이제는 바꿔야 할 시기=제18대 국회가 출범한 2008년은 제헌 60주년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18대 국회 출범 이전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개헌 필요성의 공감대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에 달하는 여야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헌 논의가 이처럼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지난 1987년 6·29선언으로 탄생한 현행 헌법(제9차 개헌)의 개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데다 9차 개헌 이후 21년이나 된 현행 헌법이 시대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개헌의 필요성이 사회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현행 헌법이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아 단 한 번만 하도록 하겠다'는, 좁은 의미에서의 민주주의 보장에만 중점을 뒀기 때문에 한시성이 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밖에도 현행 대통령제가 5년 단임제이기 때문에 정책의 책임성과 계속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주장, 승자 독식의 폐해, 지역주의의 심화, 제왕적 대통령제 심화라는 갖가지 주장이 나오고 있어 일단 개헌 논의의 초점은 권력구조 개편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원포인트' 개헌이냐, 권력구조 개편 뿐만이 아니라 영토, 기본권, 경제 조항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멀티포인트' 개헌이냐는 점이다.

■멀티포인트 개헌=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가져갈 것인가, 의원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로의 변화가 필요한 것인가, 대통령 중임제로 가야 하는가, 중임제로 간다면 임기는 몇 년으로 해야 하는가….

과거 군사정권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도입된 대통령 단임제가 이제는 역사적인 기능을 다 했다는 데에서 파생된 '권력구조 개편론'만 해도 여러 주장이 혼재하고 있다.

정치권이 눈을 돌리고 있는 방향은 임기말 레임덕을 완화할 수 있고 대통령이 차기 대선을 의식해 여론을 반영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으며,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4년 중임제'다.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 '멀티포인트 개헌'을 추진하게 될 경우 영토·기본권·경제조항 등 각론을 둘러싼 주장이 얽힌 실타래처럼 꼬여 있어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영토조항의 경우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은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 내 유일한 합법정부는 대한민국 정부라는 점을 들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 등 북한을 더 이상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고, 현행 헌법 4조에서 북한을 평화통일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이 헌법 3조와 배치된다는 점을 들어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현행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는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라고 명시돼 있는 점, 남북이 군사적 대치를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영토조항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본권·경제 조항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도 있다.

예를 들어 '모든 국민은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갖는다'처럼 헌법 조항에 명시돼 있는 '모든 국민은'이라는 조항은 외국인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다.

또 경제민주화를 위한 규제·조정의 기능을 국가에 위임하고 있는 헌법 119조2항의 경우도 자유시장경제질서 조항과 괴리된다는 점에서 경제계를 중심으로 개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대 국회에 개헌이 달려있다=18대 국회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공론화 된 개헌론을 언제 처리할 것이냐는 점이다.

제 정당의 대표들과 과반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는 있지만 경제상황이 나아진 뒤 내년이나 내 후년에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18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김형오 국회의장은 개헌론과 관련, 7월 17일 제헌 60주년 기념식 경축사에서 "의장 직속의 헌법 연구 자문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의장 직속의 헌법연구 자문위원회 구성에 착수하는 등 개헌준비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각 당의 대표들도 개헌에는 일단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내년 이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지난 7월 22일 경인일보 등 한국지방신문협회 소속 회원사와 가진 공동 인터뷰에서 "논의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당 차원의 논의의 시기에 대해 숙의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올해는 경제를 살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내년쯤이나 개헌을 논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금년 중 개헌 추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7월 24일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 인터뷰에서 "개헌을 하겠다면 제18대 국회에서 논의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라면서 "민생이 도탄에 빠져있는데 개헌을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시기를 뒤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