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차 세종기지 월동대원들이 증축된 생활동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한반도에서 직선거리로 1만7천여㎞ 떨어진 남극대륙 서북쪽 끝 사우스셔틀랜드(South Shetland) 군도의 킹조지(King George) 섬.

한국해양소년단연맹이 주도한 '남극관측탐험대'는 지난 1985년 11월 16일 남극에 첫 발을 디뎠고, 3년여 뒤인 1988년 2월 17일 국내 최초의 극지연구소 남극 세종기지가 이 섬에 세워졌다. 세종기지는 이후 20년간 우리나라 극지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하며, 머나 먼 남극 하늘에 태극기를 펄럭였다.

지난 20년간 남극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남극에 대한 이권을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

남극에는 우리의 세종기지를 포함해 18개국이 44개의 상설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남극에 관심을 집중해온 미국과 러시아, 칠레 등은 물론 일본과 중국 같은 아시아권의 선두주자들도 최근 자국 기지들에 대한 투자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설립 20돌을 맞아 세종기지를 리모델링하는 대수선사업을 지난 2006년 시작했고, 1천여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6천950t)도 건조 중이다. 또 올해 안에 후보지를 결정해 오는 2011년에는 남극대륙에 제2기지(대륙기지)를 건설, 극지연구의 새 장을 열 계획이다.

▲ 이전 세종기지

이 가운데 세종기지 대수선사업이 가장 빨리 끝난다. 설립 당시와 맞먹을 규모의 대 공사를 거쳐 세종기지는 오는 12월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100억원에 육박하는 사업비가 투입되는 세종기지 대수선사업의 현 공정률은 약 90%.

당초 계획은 올해 3월 준공이었지만 외국 선박을 이용한 건축자재 운반이 한 달 가량 지연됐고, 준공을 앞둔 올 4월 중순에는 강풍까지 몰아쳤다.

특히 4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에는 세종기지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인 초속 49.9m짜리 강풍이 불어닥쳤다.

5월부터는 혹독한 남극의 겨울로 접어들어 공사가 불가능, 어쩔 수 없이 여름이 시작되는 12월 마무리 공사가 재개된다.

강천윤 극지연구소 극지지원실장은 "연말에 한달 정도 마무리를 하면 바로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예산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자재 보급선을 따로 움직이지 않고, 매년 여름 연구용으로 빌려 사용하는 러시아 연구선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대수선 사업을 통해 증축된 세종기지 모습. /극지연구소 제공

준공은 안됐지만 세종기지는 이미 새로운 모습을 어느 정도 갖췄다. 중장비 보관동이 생겼고, 건물 간 연결통로도 만들어졌다.

월동대원들은 연결통로가 없어 그동안 남극의 겨울에는 불과 십여 m에 불과한 건물 사이를 중무장을 한 채 오가야 했다. 또 연면적 1천54㎡인 생활동은 마리안 소만과 맥스웰 만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세종기지 최초의 2층 건물로 지어졌다.

건물 신증축 외 폐열을 회수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열병합 설비가 갖춰졌고, 최신형 오수처리기와 유류오염방지시설 등도 설치됐다.

대수선 사업이 완벽하게 끝나면 최대 수용인원도 기존 60여 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된다.

강 실장은 "대수선사업은 노후시설을 교체하는 동시에 환경보호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며 "기지 규모가 커진 만큼 올해 하계연구단 운영시 인원 제한을 두지 않고 연구를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남극의 신사' 파수꾼 선언
한국 첫 '펭귄마을' 특별보호구역 지정 나서

▲ 킹 조지 섬 지도 중 'ASPA NO. X, Barton Peninsula'라고 표기된 부분이 환경부가 지정을 신청한 펭귄마을 위치. 나머지는 외국이 지정받은 곳.
남극 킹 조지 섬 세종기지에서 2㎞ 정도 떨어진 바닷가 언덕에는 펭귄들의 낙원이 있다.

국제적으로는 '나렙스키 포인트(Narebski Point)'로 통용되지만 세종기지 월동대원들은 '펭귄마을'이라고 부른다.

극지연구소가 작성한 '기초조사연구서'에 따르면 펭귄마을에는 턱끈펭귄(Chinstrap penguin) 2천900여 마리, 젠투펭귄(Gentoo Penguin) 1천7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펭귄의 주식인 남극도둑갈매기를 비롯해 남방큰재갈매기, 남극제비갈매기, 칼집부리물떼새 등의 조류와 해표, 남극털가죽물개 등도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극의 대표적인 식생인 지의류 51종과 선태식물 36종이 자생하는 등 좁은 면적에 비해 식물 종의 다양성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펭귄마을이 우리나라가 자연보호를 책임지는 '남극특별보호구역(Antarctic Specially Protected Area·ASPA)'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펭귄마을을 ASPA로 지정하기 위해 기초조사연구서와 '관리계획서'를 지난 6월초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에서 열린 '제31차 남극조약협의당사국회의(ATCM)'에 제출했다. 기초조사연구서는 안인영 극지연구소 연구원이, 관리계획서는 최재용 충남대 교수가 각각 주도적으로 작성했다.

ASPA로 지정을 신청한 지역은 남위 62도, 서경 58도 지점 펭귄마을 중 100㏊다.

펭귄마을 ASPA 지정은 내년 4월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개최 예정인 제32차 ATCM에서 최종 결정된다.

ASPA로 지정되면 관광객 등의 출입이 전면 금지되고, 어떤 구조물도 설치할 수 없게 된다. 단, 산란기 등을 피해 연구목적 방문만 일부 허용된다.

현재 남극에는 15개국이 지정받아 관리하고 있는 ASPA가 67곳이다. 펭귄마을이 ASPA가 되면 우리가 남극에서 관리하는 첫번째 특별보호구역이자, 우리 영토가 아닌 해외 특정지역의 자연보호를 책임지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질 뿐 아니라 남극 제2기지 건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안 연구원은 "현 분위기로는 큰 무리없이 ASPA 지정이 예상된다"며 "다만 펭귄마을이 아르헨티나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에 포함, 아르헨티나가 딴죽을 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남은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