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의 수도권 규제 철폐를 위한 '金의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오는 25일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 등 명확한 답을 어떤 방식으로든 내놓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규제 철폐 혹은 완화란 카드를 던지기 전엔 '金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게 김 지사 측근들의 예측이다. 김 지사는 이미 "앞으로 남은 도정 재임기간 2년동안 수도권 규제 철폐에 주력하겠다"며 정치적 생명을 건 한판 승부를 예고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비수도권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기도 왕따론'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지사가 과도한 정치적 욕심으로 인해 정치적 위기를 자초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비수도권 반발'
이명박 정부가 수도권 완화 요구를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되면서 비수도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김 지사의 수도권 규제 철폐 촉구에 대해 이완구 충남지사가 '공산당식 발언'이라며 맹비난하고, 지역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규제 완화를 비난하고 나서는 등 비수도권의 반발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김 지사와 이 지사 두 사람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맞장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김 지사는 "과천 정부청사의 세종도시 이전은 40조원 상당의 예산 낭비"라며 무용론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이 지사는 "국회에서 법적으로 합의한 내용을 되돌리려는 처사는 잘못된 것"이라며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될 경우 준민란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지사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발언에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도 규제 완화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비수도권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충남도 등 13개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들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오 시장과 김 지사의 '반 지역균형발전' 움직임에 공동 대응키로 하면서 '경기도 왕따론'이 현실화되고 있다.
■'중앙정치권 왕따론'
민주당 경기도당이 연일 강도 높은 발언으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외치고 있는 김문수 지사에 대해 '새로운 지역주의를 야기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박기춘)은 지난달 26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가진 주간 정례브리핑에서 수도권 규제 철폐를 외치는 김 지사의 발언이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민주당은 '균형 발전은 공산당도 못하는 일' '경기도에 대한 현 정부 정책은 배은망덕한 행위' 등 그간 김 지사가 쏟아낸 막말 행태를 꼬집었다.
김유임 도당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의 일관성 없는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도 문제지만 김 지사의 선동적 정치행태가 더 문제"라며 "김 지사의 이같은 막말 발언은 이중삼중의 규제에 허덕이는 경기도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1천100만 경기도민을 볼모로 삼는 대권 행보 정치일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 정치가가 아닌 행정가로 돌아오라"고 촉구함으로써 김 지사의 최근 강경 발언의 의도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세균 당대표도 지난달 22일 "김 지사가 국가균형발전정책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말을 거침없이 토해내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것 같다"고 지적하는 등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내 의원들도 수도권의 이익 챙기기에 앞장 서고 있는 김 지사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대권'을 향한 행보가 과하다고 꼬집는 등 한나라당 내에서도 비경기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전선이 구축되고 있다.
■'李心의 背反'(?)
김문수 경기지사가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 등을 향해 연일 포화를 쏟아대자 청와대 측근들이 발끈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 지사는 "이 대통령이 청와대란 구중심처에 갇혀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한편 청와대 핵심 참모들의 책임이 크다며 몰아붙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을 중심으로한 청와대 참모들 일각에서 "큰 일을 하게 될 김 지사가 통치권자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일삼는 건 잘못"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여기에다 김 지사가 지난 1일 정치권의 지방행정구역 개편 논의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서면서 불길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의 한 측근은 "김 지사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세워지지 않은 행정구역 개편까지도 현정부의 책임인양 발언하고 있다"며 "나중에 큰 일을 하실 분이 대권 야욕에 눈이 어두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경기도의 입장은 정반대다. 김 지사의 한 핵심 측근은 도가 이 대통령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명분'을 쌓아주고 있다는 것.
특히 도의 규제가 가시적인 완화 혹은 철폐로 이어질 경우 예상되는 천문학적인 투자로 인한 고용창출 성과 등은 국가경쟁력 강화로 연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도가 가뜩이나 고환율 등의 악재로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가경제를 살릴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 족쇄를 끊기 위한 '金의 전쟁'이 누구의 성패로 끝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규제가 풀리면 김 지사는 용이 돼서 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되는 반면 이 대통령이 규제 완화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김 지사는 재기불능의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세인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