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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산악회는 특별해서 취재해도 좋을듯한데…" 동네 하찮은(?) 친구가 만나자해서 사무실로 찾아갔더니 자기가 나가는 산악회가 특별하다고 허풍을 떨며 호들갑이다. "그래. 너희 산악회랑 한 번 가보지 뭐." 그렇게 해서 일정에도 없는 산행 스케줄이 생기는 바람에 일요일 아침의 늦단잠은 물 건너 가버렸다. 이른 아침 약속 장소에 나가 28인승 리무진 버스에 올라 타보니 생각보다 더 쾌적하고 넓은 느낌이 든다. '간사한 몸뚱이가 좋은건 먼저 알아서 한다'고 자릴 잡고 앉았는데 잠이 절로 오는듯 하다.
민박집들과 펜션이 빼곡히 있는 쌍곡계곡으로 차량이 들어서면서 "산행시간은 3시간30분으로 하고 원점 회귀 산행이니 편안하게 산행하시고 내려오시면 맛나는 식사가 기다릴겁니다." 양재호(56) 회장의 안내말에 벌써부터 배가 고파온다. 버스는 군자산 산행 들머리를 지나 보배산(775m)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는 주차장에 일행을 내려 놓는다.
간단한 체조와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푼 다음 최상범(50) 등반대장의 안내로 계곡으로 내려서는데 어제까지 내린 비로 인해 쌍곡계곡의 수량이 불어나 있어서 건너기가 수월치 않아 보인다. 그 중 김정헌(39) 회원이 "회장이 된다면 산행때마다 계곡에 다리를 놓아서 회원들이 빠지지 않게 하겠다"고 사전선거 운동에 열심이었지만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마음 상해할까봐 웃으면서 맞장구를 쳐준다.
산행 시작은 시루떡 모양의 떡바위에서 건너다 보이는 큰바위 문수암 위로 등산로가 나 있다. 그 길을 따라 오르면 청석재로 올라가는 구간으로 오른편에 작은 계곡을 두고 걸어간다. 이 계곡이 끝나는 지점에서 5분 거리에 청석재가 있고 보개산과 칠보산으로 가는 분기점이다. 완만한 구간이어서 그다지 어렵지않게 걷다가 계곡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청석재로 올라서는데 가파른 고개가 잠깐이다. 계곡부터 청석재까지 구간은 1시간이면 넉넉하다.
■ 암봉 줄잇는 능선 '황홀한 조망'
"예전에는 칠봉산으로 불렸던 곳인데 9월이면 송이가 지천이었다"고 회상하는 류정우(53) 운영위원장의 말에 다들 발밑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없다. 칠보산 고스락을 향해 청석재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잡고 올라 뒤돌아보면 쌍곡구곡을 칠보산과 사이에 두고 솟은 군자산(948m)과 작은 군자산(827m)이 손에 잡힐듯 다가와 있다. 두 아들을 데리고 오르던 최성근(39) 회원이 바위 구간에서 아이들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고 회원들도 이리저리 손을 모아 도와주니 아이들이 잘도 올라온다.
순간 필자도 가족과 함께한 산행이 있었는가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칠보산 자체로는 심심한 면이 없잖아서 보배산과 연계해 산행하거나 청석골로 들어가 신라시대에 창건하였다는 고찰 각연사와 보물 433호인 석조비로자나불좌상, 통일대사탑비 등을 구경하고 나오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청석재에서 칠보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왼편으로 가파른 비탈과 벼랑을 이룬 청석골을 굽어 보면 산 아래 각연사가 고즈넉한 자태로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북쪽으로 보배산이, 서쪽으로는 여전히 군자산과 작은 군자산을 조망할 수 있어서 심심하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역시 이 구간도 암봉과 소나무의 자태에 넋을 잃을 지경이다.
청석재에서 오른 편으로 방향을 잡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들이미는 카메라에 억지 웃음을 지어가면서 올라도 20여분이면 칠보산 고스락에 서게 된다. 작은 돌기둥에 칠보산이라 각인하여 세워 놓은 고스락에 서니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서쪽 방향으로 탐방 제한을 해놓은 펜스를 넘어가면 남쪽 방향으로 속리산 구간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이곳도 많은 사람들이 식사자리로 점령을 하고 있어서 여전히 북적인다. 하긴 하늘과 맞닿아 시원하게 펼쳐진 산군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까닭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리이기도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일게다.
■ 푸른하늘 맞닿은 쌍곡구곡
"가끔은 마음으로 오르는 산을 생각하며 산에 다녔는데 좋은 사람들과 다니는 것 자체가 좋은 산을 이미 마음에 두고 오르는 것이란 점을 깨닫게 해준 산악회가 엘레강스"라고 윤정희(46·여)회원이 운을 뗀뒤 "어느날 돌이켜 본 시간들 중에 가장 소중했던 시간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산에서 보낸 시간일 것"이라며 산 예찬론을 편다. 칠보산 정상에서 희양산(999m)을 바라보던 김정헌(39) 회원과 이남식(39) 회원이 백두대간의 구왕봉·장성봉에서 대야산으로 이르는 선을 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과도 함께 가야할 산이 많음을 느낀다.
칠보산 산행의 가장 좋은 코스는 구봉능선 길인데 아쉽게도 입산금지 구역이 돼버려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위해 돌아서는데 발걸음이 도무지 내키질 않는다. 칠보산 고스락에서 대부분의 하산 코스는 거북바위를 통해 살구나무골로 내려가는 길이다. 막장봉에서 흘러내리는 시묘살이 계곡과 악휘봉의 살구나무골 계곡이 만나는 합수점과 강선대를 지나 쌍곡폭포까지 볼거리가 널려있어 많은 산악회가 하산코스로 잡는 곳이다. 오전에 건너던 쌍곡계곡 위로 해가 걸려있어서 계곡의 물소리가 더욱 힘을 다해 굽이치며 흘러 시원하게 느껴진다. 다시 신발을 벗고 건너는데 내친김에 몸을 담그어 땀을 씻어내고 서둘러 배고픔을 해결하러 다시 신발을 신는다. 식당 시설을 임차하여 점심식사를 준비하여 놓은 장소에 이르러 양재호 회장 내외분이 마련해 놓은 푸짐한 메뉴에 양껏 배를 채우는데 배부른 것만큼 사람을 간사하게 하는 게 또 있을까. 몇몇의 회원과 의기투합해 회장님의 장기집권을 기원해 본다.
■ 교통
▲ 자가용: 영동고속도로 → l 중부고속도로 → 연풍IC → 34번국도 → 신대교 지나 517번 지방국도
▲ 대중교통: 괴산 → 칠성면 쌍용구곡 (1일 4회 운행) 30분 소요
■ 등산로
떡바위 → 청석재 → 칠보산 → 청석재 → 떡바위 (3시간 10분)
떡바위 → 청석재 → 칠보산 → 거북바위 → 살구나무골 → 쌍곡구곡 (4시간 30분)
떡바위 → 1·2·3·4·5·6·7·8·9봉 → 칠보산 → 살구나무골 → 쌍곡구곡 (5시간)
도미골 → 보배산 → 칠보산 → 거북바위 → 살구나무골 → 쌍곡구곡 (5시간 20분)
엘레강스산악회(수원)
2007년 6월에 창립하여 7월에 첫 산행을 시작하여 이제 14회차를 넘긴 산악회다. 월중 번개산행을 통해 회원들의 산행을 지원하고 정기산행에서도 선두와 후미가 항상 함께 이동하는 소수 정예를 지양하는 산악회이다. 보통의 45인승 버스가 아닌 28인승으로 운영되므로 항상 예약이 필수이며, 산악회 인원을 증대시키려 하지 않으므로 신속 정확한 산행 예약이 선결조건이다. 산행회비 또한 일반산악회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적립금으로 연말의 송년회와 신년 시산제 행사를 치르고 있다. 회원들의 자부심 또한 남다르고 산악회에 대한 애정 또한 각별한데 수원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양재호(56) 회장의 무한사랑과 회원들의 단결로 한층 빛을 발하는 산악회다.
회장 : 양재호 011-229-5553
후미대장 : 김정헌 010-4122-37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