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추석 명절이 이렇게까지 썰렁할 줄은 몰랐어요."

토요일인 지난 6일 오전 안양 관내 보육시설인 A집. 이곳에서 생활하는 어린이·청소년 등 40여명과 직원들의 어깨가 축처져 있었다. 예년 같으면 추석 선물을 든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아이들도 덩달아 신이 났을텐데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보육원 관계자는 "지난 '설'때만 해도 기관·단체·개인 등 10곳에서 쌀·떡국·쇠고기·과일 등 위문품이 접수됐는데 올해는 2개 기관과 기업에서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왔을 뿐"이라며 썰렁한 추석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그는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이웃까지 생각하며 살아가기가 쉽지않다는 생각은 하지만 풀이 죽어있는 아이들을 보면 왠지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이슬기(가명·7)양은 "추석때 '특별한 블록'을 선물로 받고 싶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인근에 있는 B집에도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들어온 위문품은 거의 없었다. 10여년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기업이나 기관·개인의 후원물품이 매년 줄어들고는 있지만 올해처럼 없은 적은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설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문이나 성금·위문품 전달이 올해 크게 줄었다. 추석때 보내준다는 기업이나 기관도 없는 실정이다.

시설원의 관계자는 "평소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이 이번에도 찾아주실거라 믿고는 있지만 아직 방문객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그는 "썰렁하다 못해 '추운'추석을 맞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한가위'가 꿈같은 얘기로 끝날까봐 걱정이 앞선다"고 강조했다.

안양시 관계자도 "기업들이 필요한 경비만 지출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지 공동 모금액도 줄었다"며 "경제가 어렵지만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위축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