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영어 몰입교육 정책을 발표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당선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8월 25일 취임 전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소신껏 하라'고 했다며 국제중학교 설립 추진의지를 밝혔다. 게다가 9월 2일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인사검증에서 '영어몰입교육'의 현실화 가능성은 전면 부인했으나 '국제중학교 설립'에는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국제중학교 설립 추진과 함께 이미 사교육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에는 국제중학교 입시와 관련된 정보를 구하려는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넘쳐나며, 각종 입시학원의 홍보 자료와 언론사들의 분석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특목고입시를 준비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치원에서부터 중학교 입시준비를 해야 할 판이다. '교육복지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오히려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으로 서민들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사회통합과 평등을 가능하게 한다. 지금처럼 '영어'에만 매달리는 사회 속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소외될 많은 서민들은 정부가 주장하는 교육복지를 누리기는커녕 언어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 불평등을 겪게 될 것이다. 영어로 국가경쟁력을 높여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정책들이 되레 사회통합을 가로막아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모든 문제는 '국제화=영어'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영어를 잘해야 국가 경쟁력이 강해지고 국제화,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어'가 아닌 '교육' 과 '사회' 자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는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진정한 교육복지와 사회적 평등을 이룰 수 없으며 지금처럼 우리의 근본인 우리말과 글을 등한시 하고 무조건 영어만 좇는다면 절대로 '글로벌 코리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조한솔 한글문화연대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