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에 설악산은 명산(名山)중에도 명산입니다. 그러나 그런 설악산이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신청했으나 아쉽게도 세계자연유산등록에 탈락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대다수의 우리네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1995년 유네스코가 설악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는데 있어서 조사활동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꼼꼼하게 조사를 한 결과 아쉽게도 설악산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유네스코가 조사를 하는 동안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한 마리도 만날 수 없었다는 것이 탈락의 이유였다는 것입니다. 생태계 변화는 기후의 변화나 인간세계가 변화를 초래하는 원인 등 어느 것 하나 무관한 것은 없습니다. 설악산에 야생동물이 사라진 이유라면 밀렵꾼이 놓은 올무와 덫이 큰 위협이 되었다고 생각되기 쉽지만, 설악산을 오르내리는 수많은 등산객이 무심코 외치는 "야호" 소리가 더 큰 위협이 되었다는 것에 무게를 두는 학자도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엘마 게이츠 박사는 사람이 화를 낼 때 입김에서 무서운 독성(毒性)이 나오는 실험을 했는데 1시간 정도 계속 화를 내면 무려 80명을 죽일 수 있는 독을 내뿜는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기분 좋은 말은 기(氣)를 살리고, 기분 나쁜 말은 기를 죽이는데, 억울한 말을 들으면 기가 막힌다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인 것입니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사람의 말, 즉 말소리가 자연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라디오를 들으며 산행을 하는 사람,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사람들, 자동차 경적과 휴대폰 소리 등 이렇듯 사람들이 도시의 온갖 소란스러움을 산으로 가져가다보니 순진한(?) 야생동물이 얼씬거리지 않을 수밖에….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나뭇잎이 몸을 부비는 소리… 자연의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가족의 화목과 심신의 건강을 추구하려면 바로 이번 추석연휴에 시골집이나 휴양림 또는 한적한 산사(山寺)를 찾아서 온갖 소리를 내는 숲의 언어에 귀를 열어봅시다.

입은 잠시 침묵하고, 분주한 마음도 잠시 가라앉히고, 오감을 열고, 숲의 요정들이 나누는 낮은 대화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시다. 그 순간 자연과 완전히 하나가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느낌이 좀 더 발전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크든 작든 주말이면 가족과 친지와 더불어 함께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자연공간이 나에게로 인연되어 주어질 것입니다. 사람이 땅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에게로 좋은 땅은 그 인연에 의해서 다가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네 인연 농사를 어떻게 지었느냐에 따라서 현실적으로 차이가 날 터이지만….

/smnc@hanmail.net /(주)써플라이 엠엔씨 회장·(사)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