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산 명품 핸드백이 지역에서 잇따라 대규모로'짝퉁 제조'되고 있어 소비자 주의가 요망된다.

화성서부경찰서는 7월 21일 수억원대의 유명 브랜드 핸드백과지갑 등을 권한 없이 상표 도용해 제조·판매한 혐의(상표법 위반)로 김모(48)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이에 앞서 경찰은 같은 기간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한 빌딩내 제조장에서 독일 MCM 상표를 도용한'짝퉁' 핸드백과 장지갑 등 439점(시가 1억원 상당)을 몰래 생산·보관한 혐의로지난 7일 최모(30)씨를 구속하고,신모(39)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경찰은 "시중에 진품으로 대량 유통됐을 가능성도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온라인 짝퉁 유통경로


이러한 '짝퉁'의 유입 패러다임이 최근 크게 뒤바뀌고 있다. 짝퉁 제품 제조와 유통의 거의 모든 공정이 국내에서 이뤄지기 시작했고, 더이상 명품에만 국한되지 않은 채 영역도 넓혀가고 있다. 명품의 대중화, 매스티지(masstige)가 '고급스럽고도 일상화된' 명품의 소비패턴을 확산시켜 놓은 것처럼 일부 지하계층에서 통용되던 짝퉁 역시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

# 손기술 뛰어난 한국산이 최고

이처럼 대중화된 짝퉁은 짝퉁간 서열화 현상을 낳았다. 이른바 A급, SA급, 특SA급 등의 분류가 그것으로, 등급이 높아질수록 정품제품과 구별이 어려워지고, 가격도 비싸다. 심지어 박음질의 정교함에 따라 판매 가격도 천차만별로 널뛰게 된다. 때문에 생산 비용을 절감한다며 중국 등지에서 아웃소싱을 했던 짝퉁 생산기지가 세계 최고 수준의 손기술을 자랑하는 한국으로 유턴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가공기술도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국내산은 '진짜 같은 가짜'가 대부분이다. 명품과 짝퉁은 본사에서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짝퉁의 초정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수도권 백화점 매장 3~4곳에서는 프라다 모조품을 들고 찾아와 '하자 있다'며 진품으로 교환해간 사례가 지적재산권센터에 신고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요즘엔 수년간 짝퉁 상품을 취급해온 관세청 단속반들도 국내 특허권자에게 감정을 의뢰한다. 과거 단순히 상표를 모방하는 수준에서 독특한 제조 기법까지 따라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대신 이들은 독특한 만큼 철저히 개별 시스템으로 작업을 한다. 조운식 서울본부세관 조사계장은 "국내 생산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업자들이 더욱 조직화되고 있다"며 "워낙 점조직으로 움직여 적발하기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조직원 한 사람이 적발되더라도 연계가 안 된다"고 전했다.

# 짝퉁지갑 제조원가는 3만원

짝퉁제품의 국내 생산 단계는 크게 제조공장, 중간유통업자, 도매업자로 나뉜다. 짝퉁 유통의 가장 첫 단계는 도매업자가 국내 베스트셀러 아이템을 선정해 중간유통업자(나카마)에게 연결해 주고, 이 업자는 샘플을 구매해 제조공장에 생산을 지시하는 것. 중간유통업자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제품의 부위별, 부품별로 별도의 제조공장을 접촉한다. 명품 짝퉁이 적발되면 판매자와 다르게 제조자는 실형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단속이 심해질 때마다 '제조 장인'들은 잠수를 타기 일쑤여서 접촉 과정은 더욱 어렵다.

이후 중간유통업자는 각 제조공장에서 취합한 부품을 결합해 완성품을 생산하며 이를 도매업자에게 연결한다. 짝퉁 물품은 이런 과정을 거쳐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판매망에 오르게 된다. 짝퉁에 정통한 한 상인에 따르면 지갑의 제조원가는 3만원을 넘지 않는다. 최근엔 위험수당으로 매입원가가 1만~2만원 올랐다고 한다. 수원시내 한 짝퉁 판매상은 "요즘은 단속이 너무 심해 제조장인들도 씨가 말랐다"며 "제대로 된 공장(제조공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국산 중저가까지 '짝퉁' 대열에

지난해 한국 의류산업협회 지적재산권보호센터가 집계한 짝퉁 적발 순위를 보면 루이뷔통과 구찌, 샤넬 등이 상위를 차지했지만 빈폴, 엠씨엠, 필라 등 국내 중가 브랜드 모조품도 크게 늘고 있다.

또 한나라당 이달곤 국회의원이 지난 19일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위조상품 적발현황자료'에서도 '엠유스포츠' '이동수', '엔진', 'EXR', '빈폴' 등 한국산 명품 상표가 짝퉁 도용 건수에서 샤넬과 구찌, 까르띠에 등과 함께 상위권을 형성하는 등 이제 짝퉁은 국내외산을 불문하고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원인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열풍 탓. 패스트 패션은 유행에 따라 상품 주기를 바꾸며 새 것을 내놓는 아이템을 통칭한다. 고가의 명품을 사느니 몇 달마다 쉽게 바꿀 수 있는 중저가 짝퉁을 여럿 구입하는 게 젊은층에게 오히려 실속파로 평가받는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리고 있는 것이다.

연세대 사회학과 유석춘 교수는 "명품 1~2벌보다는 같은 가격의 중저가 짝퉁 수십여벌이 갖는 경제사회학 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