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인연을 안고 있는 금오산은 소백산맥의 지맥이다. 박 전 대통령은 혁명 후 국토개발 당시 귀향하여 금오산을 오르다 널려 있던 쓰레기와 병 조각을 보고는 손수 주우며 자연보호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를 계기로 금오산은 자연보호 발상지가 됐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 때문이었는지 1970년 6월 전국에서는 최초로 금오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금오산의 원래 이름은 중국 허난성(河南省)의 숭산(嵩山)과 생김새가 비슷하고 남쪽에 있다 하여 남숭산으로 불렸다 한다. 황해도 해주에 북숭산이 있는 관계로 남북 대칭을 이루게 되었다. 금오산은 불교와도 인연이 깊은데 그 연유는 신라에 불교를 전한 아도(阿道)화상이 노을속 황금빛 까마귀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고 이름을 지었다 한다. 또 고려 문종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출가한 왕자가 훗날 대각국사 의천으로 금오산에서 수행하며 머물렀고 풍수사상으로 유명한 도선국사가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게 된 수행처가 금오산 내 도선굴이다.

# 비가 오면 더욱 신나는 산행길

서로 반기며 안부를 묻는 등 버스 앞은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정겨움이 이런 것이리라. 정기산행을 떠나는 이들의 마음에 얼마나 많은 기대와 설렘이 자리하고 있으며 얼마나 서로를 반기고 있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안양시 만안구청 맞은편에서 오전 7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39명의 산악회원을 태운 버스가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법성사에서 출발, 약수암을 거쳐 정상인 현월봉에 오른 다음 정상 아래 헬기장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금오산 저수지 방향으로 하산하는 5~6시간 정도 소요되는 코스가 되겠습니다." 박유찬(43) 산행대장의 간략한 금오산 소개와 더불어 신입회원들의 인사말이 이어진다. 차창을 보니 경부고속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리는 버스 안으로 아침 햇살이 번져온다. 그렇게 3시간40여분이 걸려 법성사 입구에 내려서니 그곳엔 비가 내리고 있다. 경내로 들어가 수통에 물도 채우는 사이 주차장에선 회원들이 구령에 맞춰 체조 중이다. 몸을 푼 회원들은 곧바로 산행길에 접어들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며 가는 길을 막아서려 한다. 그러나 비가 와도 산행은 해야 하는 것. 그렇게 두어기의 봉분을 진행하니 우리를 반기듯 하늘이 열려있는 돌길로 이어졌다. 이렇게 법성사에서 약사암으로 오르는 길은 20여분의 순탄한 길과 1시간의 가파른 길로 되어 있다. 특히 약사암 직전 돌계단 길은 거친 숨을 내쉬게 만든다. 일행들은 약사암에 모였다가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쉬엄쉬엄 따라붙는 필자의 걸음으로도 약사암까지 대략 1시간40여분 정도 소요되었다.


#거대한 바위 아래 자리한 약사암과 종각

"맑은 날이었으면 더욱 황홀한 경관을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약사암 바로 앞 작은 암봉 위에 자리한 종각까지 이어진 구름다리를 보고 있자니 더욱 그렇다. 풍광을 못 본 것은 비협조적인 날씨 탓으로 돌리고 어쩔 수 없이 종각의 실루엣만 바라보고는 약수암으로 발걸음을 되돌린다. 거대한 바위 아래 자리한 약수암은 공사 중이라 건축자재들이 널부러져 있고 비까지 내려서인지 어수선하다. 약수암에서 현월봉 정상까지 가는 도중 왼편으로 '맑은샘표' 약수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천연의 약수다. 한모금 마시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아 순서를 기다려 겨우 한잔 얻어먹고 정상으로 향한다. "군포산악회 파이팅!!" 이 한마디를 외치기 위해 10여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사람들로 북적이는 현월봉에는 통신탑과 고압 전선탑까지 있어 장터를 방불케 한다. 이곳에서 맑은 날이면 볼 수 있는 산으로는 북쪽으로 황학산, 서북쪽의 삼도봉과 민주지산, 남쪽으로는 수도산, 그리고 동남쪽의 팔공산을 볼 수 있다. 이래저래 정신이 없는 현월봉을 뒤로 하고 바로 밑 헬기장으로 점심성찬을 먹기위해 자리를 옮겼다.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능선에서 헬기장으로 내려서니 족히 200여명은 되는 등산객들이 점심식사 중. 그래도 헬기장의 공간은 충분히 넓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장소여서 그런지 여기저기에 음식물 찌꺼기들이 널려 있어 눈에 거슬린다. 기분이 언짢아지고 누구에게든 화를 내고픈 마음이 울컥해 밥맛도 좋을 리 없다. 정상주라고 한잔씩 걸쳤을 법한 한 무리는 노래에 몸을 흔들기까지 한다. 이럴 때 쓰라는 단어가 꼴불견이 아닌가 싶다. 문득 이 산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러한 환경이라면 동물이 살 수 없는 조건이 아닌가 싶다. 산이 인간만을 위한 놀이터로 변해버린 것은 아닌지 안타깝기만 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곳이 제주지역 일부로 알고 있어요." "설악산도 신청은 했는데 보류되었다고 하네요. 서식동물의 분포도가 미약하다는 게 그 이유였답니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는 송화석(48) 회장이 유네스코 지정 배경과 관련된 정보라며 귀띔을 해 준다.


#볼거리 즐비한 하산길

자리를 정리하자마자 일행들은 할딱고개 방향을 하산길로 잡고 내리막 비탈길에 들어선다. 빗줄기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도 재차 소낙비를 쏟아붓는 통에 일행들은 그냥 젖은 차림으로 내려간다. 송 회장은 "등산스틱은 하산길 무릎보호 역할이 크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장비"라며 "나이 들어 산행을 온전하게 즐기려면 등산스틱은 필수품"이라고 일행들에게 설명한다. 등산에서 무릎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덧붙여 등산스틱은 반드시 두 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가파른 내리막에서는 더더욱 진가를 발휘하는게 등산 스틱이다. 반면 낭떠러지와 같은 구간에서 등산스틱을 의지해서 오르는 행위 등은 삼가야 한다. 한 시간여를 내려가니 할딱고개다. 햇살이 살포시 반겨주니 일행들은 주변 풍경을 구경하느라 한참을 머무르며 시간을 보낸다. 할딱고개 암봉에서 왼편으로 보이는 도선굴로 가기 위해 하산을 서두르는데 다시 비가 온다. 참으로 변덕스런 날씨다.

도선굴에 도착하기 전 대혜폭포를 지나는데 수량도 별로고 물줄기가 아예 없는 듯하다. 도선굴은 미끄러운 바위표면으로 인해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다. 하산길과는 무관한 곳이지만 반드시 들렀다 갈 만한 곳이므로 시간이 걸려도 올라보는 게 좋다. 바위 아래 해인사 옆으로 케이블카 정류장이 있어서 이를 이용하여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돌탑들이 즐비한 하산길을 따르며 산행을 마치니 5시간30분이 소요되었다. "채미정에 들러 고려말 충신인 길재 선생의 뜻을 기리는 시간이라도 가졌어야 히는데…." 마음만 두고 떠나는 금오산 뒤편으로 구름이 피어오른다.

산행안내


■ 등산로

법성사~약사암~현월봉~할딱고개~대혜폭포~관리사무소 (5시간 30분)

법성사~약사암~현월봉~약사암~마애보살입상~할딱고개~관리사무소 (6시간)

■ 교통

대중교통: 구미역에서 12번 버스가 자주 다니며 25분 정도 소요된다. 택시로는 15분 거리다.

자가용: 경부고속도로~구미IC~중앙로~금오산사거리에서 좌회전.


군포산악회
체육대회 개최 등 단합 돋보여,군포시민 주축 회원수 830여명

군포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2005년 9월 7일 창립된 군포산악회는 이번 정기산행이 36회째이다. 인근 타도시 주민의 참여도 많은 편이며 온라인 회원은 830여명. 정기산행은 매월 둘째주 일요일에 하고 있다. 안양시 만안구청 건너편에서 출발한다. 현재 백두대간 산행을 매월 넷째주 토요일에 무박으로 진행 중이기도 하다. 매년 5월이면 온 가족이 모여 체육대회를 치르면서 산악회 단합을 도모한다. 먼 거리도 서슴지 않고 달려와 산행에 동참하는 회원들이 많은 열정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회장 송화석 : 010-2668-8123
산행대장 박유찬 : 010-9302-7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