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사는 국기를 꽂은 커다란 차량으로 이동하며 행사에 참석하여 멋진 연설을 하고 연회에서 품격 있는 사교를 한다. 때론 본국 정부의 정책을 주재국에 이해시키고 외교적 협상을 주도한다. 대사는 주재국에서 국가를 대표한다. 대사의 모든 언행과 행동은 외교적 행위이며 한나라의 이미지를 좌우한다.
그래서 대사는 '폼생폼사(?)' 한다. 대사의 폼(form)이 그 국가의 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가 대사의 폼을 어느 정도 결정짓기도 한다. 즉 대사도 대사 나름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에는 장·차관을 역임하는 등 중량감 있는 대사들이지만,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그리 크지 않은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에 부임하는 대사들도 우리와의 관계에 따라 다르지 않다.
외교부에 입부한 직업 외교관들은 대사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꼭 직업외교관이 대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필요도 없다. 미국의 경우 직업 외교관 보다는 정치인이나 학자 등 외부전문가가 더 많다. 미국 대통령을 대리하여 국가이익을 실현할 적임자이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역대 주한 미국대사는 직업 외교관 출신이 더 많았다. 중앙정보국 출신인 제임스 릴리(13대)와 도널드 그레그(14대), 대학총장을 지낸 제임스 레이니(15대) 대사는 예외다. 한반도 문제를 풀어 가는데 외교적 경험이 풍부한 직업 외교관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캐슬린 스티븐스 신임 주한 미국대사의 부임소식이 흥미를 끈다.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고, 순두부찌개를 먹으며, 30여 년 전 시골중학교 영어선생님을 했었고, (이혼 했지만) 한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이 있다는 아줌마 대사의 부임으로 '이해부족에 의한 오해'는 적어도 없으리라 기대해 본다.
/문화커뮤니케이터·한국외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