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아동성폭력범을 `강제로', 약물을 주입해 거세시키겠다는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의 계획이 폴란드 국내외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투스크 총리는 최근 자신의 딸을 15세부터 6년간 성폭행해 두 아이를 낳게 한 45세의 폴란드 남성이 체포된 사건과 관련, 이 같은 계획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런 자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고 이런 경우에는 인권을 얘기할 수도 없다"면서 "특히 개전의 정이 없는 소아성애자들에게는 이런 강제적 처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독일,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이 성범죄자에 대해 본인이 희망할 경우 심리치료를 병행해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를 법적으로 강제화한 나라는 아직 없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25일 폴란드 보건법무부가 형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투스크 총리는 다음달 의회통과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유럽연합(EU)이 이 문제와 관련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클라우스 핸쉬 유럽의회 의원은 "형법은 회원국 소관사항"이라면서 기껏해야 도덕적, 윤리적 차원에서 이를 비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폴란드 국민들이 유럽인권재판소에 이 법을 제소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핸쉬 의원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헬싱키인권연맹은 의학적 치료를 강제해서는 안되며 누구도 다른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고 말할 권리는 없다고 비판했다.

   폴란드 민주좌파연맹의 리자드 카리즈 의원도 최근 인터뷰에서 "총리의 발언은 스캔들"이라면서 "폴란드에 인간이 아닌 사람이 있다는 발언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폴란드 인권단체들과 법률 전문가들은 폴란드 헌법이 신체형을 금지하고 있으며 환자의 의지에 반해 강제로 약물요법을 시행하는 것은 폴란드 국내법과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슈피겔은 투스크 총리가 화학적 거세의 대상을 `소아성애자', `어린이를 강간한 범죄자', `화학적 강제 거세가 필요한 사람' 등으로 엇갈려 지목하고 있어 누구를 겨냥해 이 법안을 만들려하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독일 베를린 소재 샤리테 병원의 성심리학자인 크리스토프 요제프 알러스 박사는 투스크 총리의 계획을 '순결 포퓰리즘'의 산물이라면서 "소아성애는 범죄가 아니라 성적 관심이 어린이에게 향하는 질병으로 이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아동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아동 성폭력범의 3분의 1만이 소아성애자이며 나머지 3분의 2는 알콜중독같은 다른 요인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알러스 박사는 이와 함께 화학적 거세의 효과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화학적 거세를 하더라도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U의 법률 전문가도 "강제 거세는 현대 형법과 양립할 수 있는 적절한 처벌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국제적 반대 기류에도 불구하고 보수적 성향이 강한 폴란드 국민들 사이에서 이 법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84%에 이르고 있으며 덩달아 투스크 총리의 인기도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 일간 가제타 비보르차의 지난 주말 여론조사에 따르면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시민강령(PO)의 정당지지도는 2주 전에 비해 10%포인트나 높은 58%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