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푸슈킨의 유명한 시 구절이다.

삶이 우리를 속이는데, 어찌 슬프거나 화가 나지 않는단 말인가?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낭만적이다. 그 고단하고 슬픈 삶을 종교와 예술로서 이겨낸다.

러시아 국기의 위쪽 흰색은 성스러움을 의미한다. 러시아인들은 러시아를 신성한 나라라 생각한다. 1천년이 넘는 그리스 정교의 영향 때문이다. 어려운 생활일지라도 교회에 성금을 내기위해 가벼운 주머니를 더욱 가볍게 털어낸다. 이들의 신앙심에는 배고픈 주머니들도 소용이 없다. 러시아인들의 종교에 대한 신념은 투철하다. 계속되는 외침, 정부의 가혹한 수탈과 착취, 그리고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그리스 정교였다. 또한 러시아인들만큼 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들도 드물다. 어려운 경제적 상황 속에서도 볼쇼이, 말린스키 극장 등에는 주말이면 여전히 5만에서 6만의 군중들이 모인다. 러시아 정부 역시 엄청난 국고를 투자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랑과 지원은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레닌 도서관으로 이어져 러시아의 문화예술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으며 러시아를 지탱해주는 정신적인 기반이 되고 있다.

어떤 이는 러시아를 알록달록하다고 한다. 세계 영토의 8분의1의 크기, 한나라에서 11시간의 시차가 나는 나라. 소속되어 있는 공화국만 하여도 몇 십 개가 넘고, 수십여 민족이 어울려 사는 나라.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 걸쳐 아시아인 듯 유럽인 듯, 러시아만의 독특함을 유지한다. 우리 눈에 비친 러시아도 주당에게는 '보드카의 나라', 남자들에겐 '미녀들의 나라', 예술애호가들에겐 '문학과 예술의 나라', 장년에겐 '소련', 노년에겐 '빨갱이의 나라' 등으로 다가오기에 러시아가 알록달록하다는 표현에 동의한다. 알록달록한 러시아의 근간에는 하나의 러시아로 묶어주는 그들의 종교와 예술이 있다.

러시아인들은 우리만큼 '우리'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만큼 가족과 친구가 우선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국빈방문 했다. 그들과 진정한 '우리 친구'가 되기 위해 '알록달록 러시아'를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커뮤니케이터·한국외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