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조와 원장 사이에 벌어진 격한 마찰로 시련을 겪었던 경기도립의료원이 올해는 비교적 조용하다.
안정세를 찾아가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올 1월 1일 '구원투수'로 나선 조준필(49) 도립의료원장(수원병원장 겸임) 역시 단단히 한몫을 했다.
연세대 외과 교수와 아주대 응급의료센터 소장을 지내는 등 소위 '잘 나가는' 의사에서 공공의료인으로 변신한 조 원장.
아직 40대인 조 원장은 역대 도립의료원장 중 최연소다. 그래서일까. 그에게서는 '공공의료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욕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배어나왔다.
조 원장은 "내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아 공공의료부문으로 왔다"며 "지난 9개월 동안 정말 바쁘게 산 것 같다.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정신이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도민의 기대수준은 매우 높지만 그 기대를 십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이라며 "지위고하나 재산의 많고 적음 등을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체 의료시장에서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미미하다. 경기도립의료원만 보더라도 민간의료기관을 따라가기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도립의료원은 '뉴 스타트(New Start), 경기공공의료 2008'이란 비전을 통해 '동북아시아 최고의 공공병원'이 되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일단 내년에는 노후의료장비 교체 및 첨단 의료장비 구입, 수원병원 종합검진센터 설치 및 지역응급의료기관 확충, 이천병원 장례식장 증·개축, 저소득층 비급여 진료 지원 등을 위해 총 580억여원의 도비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조 원장은 "공공의료부문의 열악한 인프라는 도민의 외면을 부르고, 우수한 전문인력의 진입을 막는 악순환을 유발한다"며 "이 고리를 끊고 싶다. 공공의료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지속발전가능한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공의료는 민간부문의 의료수가 인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공공의료가 시장논리에 내밀려 고사되면 도민의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면서 "나 역시 민간에서 일했지만 민간에서는 이런 논리를 불공정거래로 간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공의료 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