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을 나흘 앞둔 모의고사에서 기분 좋은 승전가를 불렀다.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우즈베키스탄과 친선 경기에서 기성용(서울)의 선제골과 혼자 두 골을 터트린 이근호(대구)의 맹활약에 힘입어 3-0 승리를 낚았다.
이로써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상대전적에서 5승1무1패의 우위를 지켰고 1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UAE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충전했다.
또 지난해 12월 출범한 허정무호는 첫 경기였던 올해 1월 칠레와 평가전에서 0-1로 덜미를 잡혔을 뿐 이날 우즈벡전까지 12경기 연속 무패(6승6무) 행진 중이다.
한국은 지난달 10일 북한과 최종예선 1차전에서 1-1로 비겨 힘겹게 출발한 가운데 같은 B조의 북한, 사우디아라비아(이상 1승1무)에 이어 동률인 이란(1무)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허정무호가 대표팀에 복귀한 박지성, 이영표 등 유럽파와 국내 좋은 활약을 펼쳤던 K-리거들을 앞세워 UAE전을 대비한 전술을 실험하고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허정무 감독은 최전방에 신영록과 정성훈을 투톱으로 내세우는 4-4-2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주장 완장을 찬 박지성과 젊은 피 이청용을 좌우 날개로 펴고 중앙 미드필더에는 경험 많은 김정우와 득점력이 뛰어난 대표팀 막내 기성용을 포진시켰다. 포백 수비라인에는 왼쪽부터 김동진-강민수-곽태휘-이영표를 차례로 섰고 골키퍼 장갑은 김영광이 먼저 꼈다.
수원벌은 가을 밤의 쌀쌀한 가을 날씨와 차가운 기온 만큼이나 식은 축구 열기 탓에 관중은 2만1천여명에 불과했지만 태극전사들이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즈벡의 골문을 먼저 열었다.
경기 초반 중거리포를 허용했던 한국이 대표팀 막내 기성용의 활약으로 귀중한 선제골을 뽑았다.
기성용은 경기 시작 3분여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이청용이 크로스를 올리자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그대로 왼발 발리 슈팅을 날렸다. 빨랫줄 같은 공은 오른쪽 골대 안쪽을 파고들어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 이그나티 네스테로프는 의표를 찌르는 슈팅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지난달 10일 북한과 최종예선 1차전 때 극적인 동점골로 A매치 첫 골을 신고했던 기성용의 두 경기 연속 득점포로 개인 통산 2호 골.
초반 주도권을 쥔 한국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전반 12분에는 신영록이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상대 문전이 열리자 오른발 중거리포를 날렸다. 신영록은 23분에도 같은 위치에서 맞은 단독 찬스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찼지만 공은 또 한 번 오른쪽 골대를 벗어났다.
무릎 부상 우려를 털고 대표팀 `캡틴' 중책을 맡은 박지성은 전반 29분 왼쪽 페널티 외곽에서 프리킥 키커로 나섰지만 슈팅이 수비수를 맞고 흘렀고 재차 찬 공은 힘이 떨어져 골키퍼에게 안겼다. 박지성은 2분 뒤 왼쪽 하프라인 부근에서 수비수를 따돌린 뒤 20여m를 돌파하는 드리블 쇼를 펼쳤지만 힘이 달려 수비수가 공을 걷어냈다.
우즈벡의 반격도 매서웠다. 간판 스트라이커 막심 샤츠키흐는 전반 33분 왼쪽 페널티 외곽 프리킥 기회에서 강한 왼발 슈팅을 날렸다. 공은 살짝 골대를 비켜갔다.
한국은 전반 39분 왼쪽 페널티 지역에서 기성용의 감각적 패스를 받은 김동진이 크로스를 올렸고 신영록이 골문 앞에서 솟구쳐 올라 헤딩을 꽂았지만 오른쪽 골대를 벗어난 게 아쉬웠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들어 골키퍼 김영광을 비롯해 박지성, 신영록, 김정우, 강민수를 빼고 정성룡과 김형범, 이근호, 조원희, 조용형을 대신 투입해 변화를 줬다.
그러나 후반 2분 만에 오른쪽에서 찔러준 땅볼 패스를 받은 이근호가 달려들며 발을 댔지만 공이 공중으로 떴고 후반 6분에도 이근호가 왼쪽 페널티 지역에서 전진패스를 받아 가슴으로 공을 진정시킨 뒤 슛을 때렸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이후 한국은 기성용, 곽태휘, 정성훈, 이영표, 이청용을 불러들이는 대신 김치우, 서동현, 송정현, 오범석, 최성국을 차례로 기용했고 선수들을 테스트했다.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1-0의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한국의 해결사는 이근호였다.
후반에 교체 투입된 이근호는 후반 27분 후방에서 날라온 롱패스를 받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공을 정지시킨 뒤 오른발로 반대쪽 골대를 노리고 강하게 차 골 네트를 흔들었다. 이근호가 지난해 6월29일 이라크와 친선경기에서 A매치 첫 골을 터트린 이후 1년 4개월여 만의 골맛이었다. 허정무 승선 후 첫골.
기세가 오른 이근호는 후반 40분에도 김치우가 하프라인에서 프리킥한 공을 서동현이 문전에서 헤딩으로 떨어뜨려 주자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세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오랜 만의 완승을 확정하는 쐐기골이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전사들을 붉은 악마를 향해 인사했고 그동안 답답한 플레이에 냉랭했던 축구 팬들도 뜨거운 박수로 대승을 축하해줬다.
허정무 감독은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모든 선수를 기용했는데 선수들이 잘해줬다. 이런 상승세를 타고 UAE와 경기에서 잘하겠다"며 2차전 승리를 다짐했다.
-월드컵축구- 이근호 두골 폭발..우즈벡 수능 완승
입력 2008-10-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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