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2시30분, 인천지방법원 제413호 대법정.
"모두 일어나 주십시오"란 법원 경위의 말과 함께 판사들이 법정에 들어섰다. 재판장과 판사들이 자리에 앉았다. 이날 재판은 공갈사건 선고공판이었다. 중학교 2학년생이 2008년 9월26일 오후 8시30분께 남구 학익동 5 놀이터에서 이곳을 지나던 초등학교 6학년생을 위협해 1만원을 빼앗은 사건이었다.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검사는 증인을 내세우며 공소사실을 입증하려 애썼고, 피고인과 변호인은 피고인이 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 내용 등으로 알리바이를 입증했다. 양측의 공방은 1시간 가량 이어졌다. 결국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 당시 문제의 놀이터를 지나다 누가 도망치는 것에 휩싸여 덩달아 도망치다 경찰에 붙잡힌 피고인의 억울함이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날 공판은 '정식재판'이 아니었다. 인천 대화초등학교 6학년 2반 학생들이 벌인 모의재판이었다. 인천지법이 판사석을 포함한 법정을 통째로 외부인에게 개방하기는 극히 이례적이다. 이날 인천지법은 올해 하반기 멘토링 사업의 일환으로 펼치는 첫 모의재판을 진행했다.
서미경양이 재판장을 맡고, 권민정·정하영양이 각각 배석판사 역할을 했다. 김남택군은 검사를, 나광수군은 변호인을 맡았다. 최은석, 하준수, 홍민희, 유동녘, 염기연 학생 등은 법원 경위, 참여관, 실무관, 피고인, 증인 등의 역할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인천지법이 미리 준비해 준 시나리오를 읽는 수준이었지만, 재판장 역을 맡은 서미경양의 재판 진행은 매끄러웠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방청객으로 나온 학생들은 너도나도 재판진행을 직접했으면 하는 눈치였다. 지원자가 넘쳐나 누가 모의재판에 참여할지는 가위바위보로 정했다고 했다.
김이수 법원장이 직접 법정 방청석에 앉아 모의재판을 끝까지 경청하는 등 인천지법은 이날 모의재판을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
사진/윤상순기자 yo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