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경기침체의 공포로 7~9% 폭락하며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이 금융기관이 자본을 직접 투입하는 등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공조에 나선 이후 리보(런던은행간 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하는 등 자금경색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실물경제의 타격으로 경기침체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됐다는 우려가 금융위기 대책의 약발을 단숨에 사라지게 한 결과다.

   이날 잠정집계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733.08포인트(7.87%) 하락한 8,577.91을 기록, 13일 9,000선을 넘은 지 이틀 만에 8,500선으로 다시 내려앉았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150.68포인트(8.47%) 떨어진 1,628.33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90.17포인트(9.03%) 떨어진 907.84를 기록했다.

   다우지수와 S&P 500지수의 이날 하락률은 블랙먼데이 때의 22.6% 이후 가장 컸으며 역대로는 각각 9번째와 6번째로 큰 하락률이다. 다우지수의 이날 하락폭은 지난달 29일 미 하원이 7천500억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부결시켰을 당시 사상 최대인 778포인트 폭락했던 것에 이어 역대 두번째 기록이다.
이날 증시는 미 정부가 금융기관에 직접 자본을 투입키로 하는 등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초강수를 두고 있지만 소비와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등 경제의 엔진이 꺼져가는 신호음이 곳곳에서 들려 경기침체의 공포를 키우면서 다우지수가 9,000선이 쉽게 무너진 뒤 하락폭을 키웠다.

   이틀 전인 13일 다우지수가 사상최대인 900포인트 넘게 폭등했던 당시의 기대감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이로써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지난 10일 수준을 약간 웃도는 선으로 추락했다.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9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1.2% 감소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1991년 이후 17년만에 처음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경기침체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미국의 기업 판매도 2년만에 최대인 1.8% 감소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벤 버냉키 의장도 이날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은 중요한 첫 단계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희망대로 안정을 찾는다 하더라도 더 광범위한 경기 회복은 바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경제의 어려움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임을 인정했다.

   FRB가 이날 내놓은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도 암울한 현실을 반영했다.

   베이지북은 미국의 지난달 경제활동이 거의 모든 지역에 걸쳐 둔화됐으며 기업들이 투자를 재조정하고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임에 따라 전반적인 전망도 훨씬 더 어두워졌다고 밝혔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이날 발표한 뉴욕주의 제조업활동을 나타내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는 10월에 마이너스 24.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나타내는 이 지수는 9월의 마이너스 7.4보다 더 떨어진 것이자 2001년 지수 산출 이후 최저치로 뉴욕주의 제조업 활동이 최악의 수준으로 얼어붙었음을 뜻한다.

   S&P의 전략가인 샘 스토벌은 미국이 경기침체에 들어섰음을 경제상황이 보여주고 있다면서 세계경제가 침체로 진입하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마켓워치에 말했다.

   경기침체 공포를 반영하듯 뉴욕증시에서는 세계 경제성장과 관련된 실물경제 주들이 급락세를 주도했다.

   산업 전반에 쓰이는 알루미늄을 제조하는 알코아는 12.8% 떨어졌고 설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러는 11.4% 하락했다. 국제유가의 하락속에 엑손모빌도 13.9%나 떨어졌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각각 12.8%와 10.2% 하락하는 등 금융주도 급락했다.
JP모건은 이날 3분기 순이익이 5억2천700만달러(주당 11센트)로 작년 동기의 33억7천만달러(주당 97센트)에 비해 84% 감소, 톰슨로이터스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주당 21센트의 손실 전망보다는 실적을 내놓았지만 5.4%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