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뽑아야 하나?'
축구대표팀 사령탑 허정무 감독이 다음 달 19일 열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사우디 아라비아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팀 구성에 고민거리가 생겼다.

   지난 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최종예선 2차전 직전 중앙 수비수인 김진규와 김치곤(이상 서울), 이정수(수원)가 부상으로 낙마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최근 대표팀에서 빠졌던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 회복과 징계 해제 등으로 재합류를 기대하고 있어서다. 감독으로서는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왼발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울산)의 부활이다.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북한, 일본전에서 잇따라 골을 넣어 우승에 앞장섰던 염기훈은 4월 왼쪽 발등뼈 피로골절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라 지루한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5개월 공백을 깨고 지난달 20일 성남전에서 복귀전을 치른 염기훈은 19일 인천과 경기에서 후반 43분 프리킥으로 시즌 첫 골을 신고했다. 허정무호 재승선 기대를 높인 것이다.

   염기훈도 "오랜만에 골을 넣어 기쁘고 이 골로 자신감을 얻게 됐다. 다시 대표팀에 뽑힐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며 대표팀 재발탁에 자신감을 보였다.

   UAE와 최종예선 2차전 4-1 대승 때 주장 완장을 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왼쪽 측면 미드필더를 맡아 1골 1도움을 올린 게 마음에 걸리지만 허정무 감독의 선택에 따라서는 포지션 변경을 통한 `염기훈 활용법'이 나올 수 있어 기대해볼 만하다.

   프랑스무대에 안착한 박주영(AS 모나코)과 최근 두 경기 득점포를 가동하는 빼어난 골 감각을 뽐낸 이동국(성남)도 감독의 고려 대상이다.

   종전 대표팀 공격수 중 A매치 두 경기 연속 두 골을 수확한 이근호(대구)와 고공 플레이에 능한 장신(190㎝) 스트라이커 정성훈(부산)은 사우디 원정에서도 허정무호에 계속 남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박주영과 이동국은 최근 훈련 중 오른쪽 허벅지를 다쳐 최소 2주 정도 재활이 불가피해진 신영록(수원)이 빠지면 그자리를 다툴 공산이 크다.

   박주영은 프랑스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14일 로리앙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이후 다섯 경기 연속 골맛을 못 봤지만 주전 자리를 굳히며 자신감을 얻은 게 장점이다.

   또 지난해 아시안컵 음주 파문에 휘말려 1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던 이동국도 11월2일로 족쇄가 풀려 대표팀에서 뛰는데 걸림돌이 없다.

   이동국과 함께 징계가 해제되는 `거미손' 골키퍼 이운재(수원)의 대표팀 복귀 여부도 관심거리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6월 월드컵 3차 예선 3차전이었던 요르단과 홈경기에서 2-2로 비긴 뒤 `이운재 사면 카드'를 꺼냈다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뜻을 접었다. 징계가 풀림에 따라 허 감독이 자연스럽게 이운재를 뽑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운재는 지난 8일 포항과 컵대회 4강 승부차기 때 눈부신 선방으로 소속팀 결승행에 앞장서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7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미들즈브러전에서 축구화 스터드가 잔디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릎 내측 인대가 손상됐던 김두현(웨스트브롬)은 빠른 회복을 보여 사우디 원정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김두현은 투르크메니스탄과 3차 예선 5차전 때 해트트릭을 작성했고 대포알 같은 중거리슛이 강점이다. 부상 회복에 따라 허정무호에 재승선할 수 있다. 내달 초 소속팀에 합류한다.

   지난 주말 탄천종합운동장을 찾아 성남-부산 경기를 지켜봤던 허정무 감독은 11월10일쯤 대표팀 소집 명단 23명 내외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표팀은 11일 출국해 사흘 뒤 카타르와 평가전을 치르고 19일 사우디와 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