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길재단이 '풍요롭고 행복한 사회'로 세상을 바꿀 것이다. 가천길재단은 가천의대길병원과 가천의과학대학교, 경원대학교, 가천문화재단,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 가천미추홀봉사단 등에 5천여명의 임직원이 '이윤의 사회환원'에 앞장서고 있다.
1958년 인천시 중구 용동에서 작은 규모의 산부인과의원으로 출발한 가천길재단은 22일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이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의료·교육·문화·언론에 큰 족적을 남기며 다가올 반세기를 향해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가천길재단의 미래 성장동력은 가천의과학대 '뇌과학연구소'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경원대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 등이다. 640억원을 들여 건립한 뇌과학연구소는 뇌 속을 놀라운 영상으로 잡아내 외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은 미래 과학기술의 주류인 융합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670억원을 투자한 암·당뇨연구원은 지난 5월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 개원했다. 이 연구원이 보유한 동물실험실은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최고의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연구소는 세계화 시대에 한국 의료산업을 이끌어갈 '메디컬 거북선'이 될 것이다.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
바이오나노과학은 생명공학과 의료분야에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학문이다. 질병을 곧바로 진단하는 질병진단칩 개발, 내시경을 진단하는 나노 로봇, 암세포만 공격하는 나노 미사일 등 연구결과에 따라 앞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이러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난해 10월 9일 경원대학교 안에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이 설립됐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이 건물 전체를 오직 바이오나노대학만 쓰도록 했다. 건물 리모델링과 각종 기자재 구입비로 60억원이 들어갔다. 대학 내부의 각 연구실과 실험실 사이에는 벽이 없다. 바이오나노라는 '융합학문'에 걸맞게 서로 소통하면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바이오 물리와 바이오 에너지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 UC버클리대학의 스티븐 추 박사를 연구원 명예원장으로 영입했다. 스티븐 추 박사는 1997년 레이저광을 이용, 기체 상태의 원자를 냉각해 그 운동을 고정하는 획기적인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경원대는 올해 바이오나노대학을 신설하고, 처음으로 신입생을 모집했다. 강의는 전 과목이 영어로 진행된다. 학생들에게는 기숙사가 무료로 제공되고, 매월 30만원씩 학업 보조금까지 지급된다.
현재 전임 교수만 해도 장창현 학부장 등 14명에 이른다.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 미국 퍼튜대 박사, 서울대와 카이스트 박사 등 최고 브레인들이 한데 모였다. 교수들의 평균 연령이 37세로 최연장자가 44세이고, 최연소자는 33세에 불과하다.
교수들은 1인당 학생 4명을 책임지고, 4년 내내 연구와 진학·생활지도 등 모든 분야에서 멘토 역할을 담당한다. 국내 대학에서 교수 대 학생 비율이 1 대 4인 것도 드물지만, 4년 동안 담임교수제를 시행하는 것도 처음이다. 이들이 지난해 발표한 SCI 논문은 46편에 이른다. 올해는 100편 이상이 목표다.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현재 전 세계 당뇨 환자는 2억4천600만명이다. 2025년에는 3억8천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암 환자를 더하면 전 세계 인구의 1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원한 치료방법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9일 인천 송도테크노파크 안에서는 많은 축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가천의대 이길여 암·당뇨연구원' 개원식이 열렸다. 인류의 난치병으로 꼽히는 암과 당뇨병 정복을 목표로 개원한 이 연구원은 아시아 최초로 '마우스대사질환특화센터'를 갖추는 등 세계 수준의 연구 시설을 구축했다.
연구원 원장을 맡은 김성진 박사는 암 발병 원인 연구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미국 국립보건원 종신연구원 출신이다. 종신연구원은 개인 실험실과 연구진, 예산권까지 제공되는 자리로, 수백명의 연구진 가운데서도 단 10여명에게만 주어진다. 김 원장이 쓴 SCI 논문은 192편에 달한다.
'이길여 암·당뇨연구원'에는 시카고 로잘린드프랭클린의대 당뇨병 연구팀 전희숙 교수와 예일대 최철수 교수, 일본 쓰쿠바대 마무라 미즈코 교수 등이 함께 하고 있다. 비만 분야의 대가인 하버드대 김영범 교수와 HHT의 동물 모델을 만든 플로리다주립대의 오석 교수, 단백질 분야의 석학인 미국 솔크연구원의 최승현 교수도 연구원 겸임교수로 합류했다.
#가천의대뇌과학연구소
조장희 가천의대뇌과학연구소장은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로 손꼽힌다. 조 소장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핵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양전자단층촬영장치(PET)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로 있던 1975년에 조 소장이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장비다.
영양분에 방사성 물질을 붙여 투여하면 암세포 등에서 영양분이 소비될 때 양전자가 나오는데, 이 기기는 이것을 감지해 영상으로 변화시킨다. PET를 쓰면 엑스선이나 단층촬영기(CT) 또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달리 암세포가 이제 막 활동하는 단계에서도 암을 감지할 수 있다.
뇌과학연구소는 2006년 4월 20일 가천의대 길병원 본관 앞에 문을 열었다. 지하 2층, 지상 6층으로 이뤄진 연구소는 조 소장을 중심으로 50여명의 연구원이 연구에만 몰두하게끔 되어 있다. 또한 세계에서 단 두 대뿐인 7.0T(테슬러) 엠알아이가 설치돼 있다.
조 소장의 연구 목표는 사람의 뇌를 손금 보듯 들여다봄으로써 치매와 중풍, 뇌종양 등 각종 뇌질환을 발병 전에 진단할 수 있는 '꿈의 영상기기'를 개발하는 일이다.
21세기 뇌기능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 이 기술 개발은 알츠하이머병, 파킨스병, 정신분열증 등 외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뇌질환의 조기 진단과 예방, 치료뿐만 아니라 인지과학 연구에도 신기원을 이뤄낼 것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조 소장은 서울대, 아주대, 삼성의료원과 함께 세계 최초로 살아있는 사람의 뇌에 기반한 '한국인 뇌 지도(New Brain Anatomy)'를 만들었다. 조 소장은 "뇌를 손금 보듯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며 "몇 년만 지나면 뇌종양에 걸릴 가능성을 유전자 수준에서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