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사는 낙이 있나, 죽지 못해 사는거지…."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394 일대 일명 '달동네'로 불리는 이곳은 벌써부터 겨울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상록마을'로 불리는 이곳은 10통과 11통에서만 40여 가구가 기초생활수급자로서 국가의 지원만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28일 오후 찾은 이곳은 가파른언덕길에 위치, 한두 사람 겨우 지날 수 있도록 된 좁은 골목길에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고달픈 서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한낮이라 동네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없었지만 수소문 끝에 찾아간 한 '경로당'에서 오랜 세월 이곳에서 살아온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경로당에서 고단한 몸을 쉬고 계시던 10여명의 노인은 하나같이 '힘들어도 이렇게 힘들 수가 없다'며 다들 한숨만 내쉬었다.

특히 노인들은 "아픈 곳이 많아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지만 기름값이 너무 많이 들어 벌써부터 겨울만 생각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 태산같다"고 말했다.

"자식이 2명 있지만 다들 삶이 어려워 이곳에서 혼자 산 지 꽤 됐다"는 김금례(가명·80) 할머니는 "나이가 많아 아무런 일도 못하고 시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데 물가가 많이 올라 힘들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지금은 날씨가 안 추워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이 월 2만~2만5천원가량만 나와 어떻게든 꾸려나가고 있지만 겨울이 되면 어떻게 살 수나 있을는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한탄했다.

심덕수(가명·78) 할아버지는 "새벽 5시부터 일어나 폐지를 수집해 인근 고물상에 팔아봐야 고작 몇 천원 손에 쥐는 게 전부"라며 "치솟는 물가 등으로 벌써부터 다가오는 겨울이 겁난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그는 "부인과 사별하고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산 지 오래 됐다"며 "유일한 낙이 이렇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인데 물가는 오르고 날씨가 추워지면 이 또한 힘들어질까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치솟는 물가와 함께 난방비 부담 등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