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중심의 'MB노믹스'가 악전고투 끝에 출범 8개월을 지나고 있다. 인사 파문과 쇠고기 파동, 고유가에 따른 물가 불안에 이어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가가 사상 최대로 폭락하는가 하면 환율은 급등하는등 주가·환율이 등락을 거듭하며 'MB노믹스'의 발목을 잡았다. 환율도 급등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계속 치솟고 실질 경제 성장률은 바닥을 모른 채 떨어지는 등 '고물가 속 경기침체'의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다. 급기야 '위기는 없다'고 자신하던 이 대통령은 사상 최대 폭으로 평가되는 금리를 인하하고 은행들의 대외채무를 1천억 달러까지 지급보증키로 하는 등 극약처방에 나섰다. 위기임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경제상황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 자신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나 경제대통령으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는 균열음의 시작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 경기침체로 주차장 가득 메운 택시들.

■ 외부 요인에 발목 잡힌 이명박 정부?

새 정부들어 경기침체는 국제유가 급등, 세계 경기 후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외생변수가 악화된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새 정부의 일부 정책 실패도 중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때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도권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방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민심마저 이반하는 상황이 도래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방정책인 '선 지방 발전' '후 수도권 규제 합리화'로 선회하는 정책을 폈다.

지난달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 대통령이 규제 혁파를 다시 강조한 것도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난 8개월간의 이명박 경제 정책은 시장 흐름에 역행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수출을 늘리고, 인위적으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고환율 정책을 유지하고, 이른바 'MB 물가지수'를 만들어 물가를 통제하려 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시장경제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고환율 정책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더욱 자극해 물가불안을 키운 것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MB 출범 이후 굴욕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한반도 대운하 건설 추진, 수도·전기 민영화 검토 등 민심과는 동떨어진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 문닫힌 공장을 지키고 있는 개.

■ 고물가에 '발목 잡힌 MB노믹스'

최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성적표는 1년 전인 참여정부 때와 비교해 나아진 것이 거의 없다. 지난달 신규 취업자수는 15만3천명으로 1년 전(30만3천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60만개 일자리창출)의 3분의 1도 달성하지 못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소비자물가는 최근 6%가량 급등해 참여정부 때인 지난해 7월(2.5%)의 2배를 넘어섰다. 경상수지는 6월까지 53억5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청와대 경제팀은 10월께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연간 100억 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

최근 주가 폭락과 물가상승이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이 사상 초유의 금리인하 정책을 발표했다. 물론 한은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파격 인하하고 은행채를 일시적으로 사주기로 한 만큼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채권시장도 어느 정도 온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은행들은 각종 조치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 시흥시 시화공단 내 한 업체가 폐업, 공장 내부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 경제팀 인사 실기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민 정서를 간과하고 국민 통합을 소홀히 한 채 특정 학맥과 지연을 중시한 인사는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 'S(서울시)라인' 등 비아냥 섞인 용어를 만들어냈다.

최근 주가폭락과 물가상승등에 국제적으로 경색되고 있는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경제팀의 전면 교체가 대두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12월 경제팀 교체설이 존재하고 있긴 하나 최근 금융위기를 돌파하기위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의 조기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따라서 경제팀의 교체는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 정책 무게중심 변화 속 '기본 틀 유지'

'MB노믹스'의 색깔이 일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우선 거시경제 정책은 경상수지 안정에서 물가 잡기로 바뀌었다.

지나치게 '대기업 친화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요즘 오히려 중소기업이나 서민생활에 정책의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 최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하시기를 늦춰 이 자금을 서민생활 안정에 투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며 당초 성장력 제고에 사용될 예정이던 추경도 유가 환급금 등 서민경제 안정에 투입하기로 했다. 공기업 또한 한전, 가스공사 등이 민영화에서 제외되는 등 개혁안이 당초보다 상당 부분 후퇴했으며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사실상 철회됐다.

그러나 성장잠재력을 높이고자 하는 'MB노믹스'의 기본 틀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법인세, 소득세 등 각종 감세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며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같은 규제 완화책도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MB노믹스'는 각종 개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시점에 본격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침체된 건설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8·2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으며 민생안정을 위한 추경 편성 또한 성장률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