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감독 (Boy Director)
2008년/ 한국/ 82분/ 드라마

감독: 이우열
출연: 김영찬, 론다 리 잭트니, 김상호, 최여진, 윤제문

개봉일: 2008.10.30.목 (전체 관람가)
★★★★★ (5.0/10)



강원도 깊은 산골마을 노을골에 사는 11살 소년 '상구'.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살아가는 상구에게 음악과 그림을 즐겼던 따뜻한 아버지의 기억과 흔적들은 삶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네 어귀에 자리잡은 창고에 그려진 아버지의 벽화를 사진으로 옮겨놓지 못해 늘 안절부절 못하던 상구는 큰맘 먹고 아버지의 오래된 8㎜ 카메라를 꺼내들지만 거사는 수포로 돌아가고, 설상가상으로 마을 개발로 인해 수일 내 창고가 허물어진다는 소식까지 듣게 된다.

카메라 사용법도 모르고 달랑 하나뿐이던 필름조차 못쓰게 만들어버린 상구는 크게 낙심하지만, 다행히 과거 영화감독을 자처하는 읍내 사진관 할아버지의 조언으로 서울에 있다는 청소년영화학교의 존재를 알게 된다. 상구는 눈감으면 코 베어간다는 서울상경을 결심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내에 카메라 사용법을 배우고 필름을 구해와야만 한다.


시골마을, 소년, 소녀, 동물…. 이런 단어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일단 관객들에게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선다. 실제로 특별히 어긋나고자 작정한 영화가 아닌 다음에야 대부분은 가족영화로 사랑받고 있고, 이런 영화들에게서 훈훈한 웃음과 감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이 영화 역시 이런 기대의 영역 안에 확실히 머무르는 작품이다.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주인공 상구가 사는 세상엔 표독스런 악인은 없고, 꿈결같은 풍경과 아기자기한 상황 속에 순진한 시골소년의 서울상경기는 의외로 '안전한' 모험이 된다.

'소년감독'은 매우 계획적이고 솔직한 영화이다. 주인공 곁에 존재하거나 스쳐 지나는 모든 인물과 사물들은 어느 것 하나 직접적인 상징과 은유의 매개체가 아닌 것이 없고, 전개와 결말 역시 일반적인 성장영화가 전통적으로 선택하는 통상적 궤도를 고스란히 따른다.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너무 정도(正道)에 입각하다보니 경직된 구조는 신선함을 증발시키고 현실적 공감대를 상실한 사건들은 관객들이 기대하는 재미에서 멀리 떨어진 유머와 감동을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사실 이런 아쉬움은 뚜렷한 주제의식을 가진 영화일수록 쉽게 발견되고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적어도 영화 '소년감독'은 그 접근 방식이 부자연스럽고 서툴지언정 착한 척 관객을 기만하는 작품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이 작품을 기본적으로 단순한 상업영화 이상의 가치와 평가의 여지를 남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인공 상구 역을 연기한 '김영찬'은 비교적 짧은 연기경력을 가지고 있는 아역배우다. 과거 '마파도 2 (2007)'의 단역과 김혜수와 함께 출연한 '열한 번째 엄마 (2007)' 등이 출연했던 영화의 전부지만, 대부분의 주목받는 아역배우들이 그렇듯 뛰어난 재능을 펼쳐 보인다.

또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출연하며 진정한 연기자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윤제문'은 영화학교 선생님으로 분해 과장되지 않는 유머코드를 만들어내는데, 그와 함께 도회적 이미지로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최여진'이 털털한 영화학교 조교로 맛깔스런 호흡을 맞춰내 나름의 변신이 많은 매체에서 거론이 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