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는 초등 3, 4학년이 주 1시간 공부하는 영어를 주 3시간으로 2시간 늘리고 5, 6학년이 주 2시간씩 수업하는 것을 주 3시간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한국인의 영어 실력이 정말로 형편없는 수준이라면, 분야별로 그 기대치는 어느 정도이고 공교육에서 담당할 역할은 어디까지인데, 우리의 영어 교육은 무엇이 문제라서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결과를 빚는가에 대한 정교한 조사와 연구 분석과 대안 마련 과정을 먼저 밟는 게 정석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연구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 이 건 범 (주)위즈덤하우스 기획위원
초등 영어 수업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세계화 시대에 영어는 국가 경쟁력이다'라는 기본 전제 아래 '영어 환경에 노출되는 것과 영어 사용 기회가 많아야 영어 실력이 오른다'는 너무나도 뻔한 근거를 대면서 주당 1시간으로는 부족하니 수업 시간을 늘리자는 주장을 펼쳤다. 이런 주장은 1990년대 중반에 초등학교에 영어 과목이 생길 때 했던 주장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중학교부터 영어를 배우는 건 늦으니 더 일찍 초등학교부터 영어에 노출시키고 영어 사용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당시의 주장이었다. 지금은 그게 양적으로 부족하니 시간을 더 늘리자는 주장으로 변한 것이고, 조금 더 지나면 초등 1학년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사실 오늘날의 영어 실력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나 불안감은 '개인 경쟁력'의 문제, 즉 학생들의 내신 점수, 대학 입시, 취업, 승진 등에서 영어 실력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면이 제일 크다.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이라면 이런 사실을 충분히 깨닫고 있고, 영어를 잘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희망은 있더라도 자기 필요를 별로 못 느껴 꾸준히 공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임을 실감한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영어 수업 시간을 늘리자는 주장의 자가당착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당연히 영어 환경에 노출되기 어렵고 영어 사용 기회가 적다. 그런 환경을 전제로 어떻게 효율적인 영어 공부가 가능할까를 고민하지 않고 수업 시간만 늘리면 해결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니, 도대체 시간을 얼마나 늘려야 한단 말인가? 유학 가서 생활하는 아이들만큼 늘릴 수 있는가?

우선 중·고등학교 영어 교육부터 찬찬히 뜯어보길 권한다. 평가와 교육 과정은 함께 가는 것이니, 지금의 영어 시험이 영어 실력 측정이나 향상의 계기로 적절한가 평가해 보고, 수업 방식은 효율적인지 검토하자. 거기서 고칠 걸 고친 다음에 그 효과를 분석하고 초등 영어 교육 문제를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