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1년 와신상담을 끝내고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SK 선수 28명과 코치 6명은 11일 오전 2008 아시아시리즈가 열릴 일본 도쿄로 떠났다. 전력분석팀은 4일 오전 먼저 건너갔고, 김성근(66) 감독도 9일 저녁 서둘러 합류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아시아시리즈는 한.중.일.대만 4개국 야구리그 우승팀이 모여 아시아 왕중왕을 가리는 대회다.
이번 대회에는 두산을 4승1패로 물리치고 한국시리즈를 2연패한 SK와 일본시리즈 우승팀 세이부 라이온스, 대만과 중국 리그를 제패한 퉁이 라이온스, 톈진 라이온스가 참가한다. 사자가 우글거리는 소굴에 비룡 한 마리가 뛰어든 형국이다.
현해탄을 건너는 SK 선수.코치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1년 전 도쿄돔에 남겨두고 온 쓰라린 패배의 아쉬움이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지난해 창단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첫 정상을 밟은 SK는 호기롭게 일본시리즈 우승팀 주니치 드래곤스와 대결을 맞이했다. 2005∼2006년 한국을 대표한 삼성 라이온즈는 일본 롯데 마린스와 니혼햄 파이터스에 무릎을 꿇고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는 데 만족했지만 언제까지나 아시아 2위 자리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
사상 처음으로 우승 각오를 밝힌 SK는 예선 1차전에 김광현을 선발로 내세워 주니치를 6-3으로 격파해 파란을 일으켰고, 중국, 대만팀을 연파하고 예선 1위로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결승에서 다시 격돌한 예선 2위 주니치와 대결 결과는 5-6 역전패. 두번째 투수 김광현이 이병규에게 얻어맞은 투런포가 뼈아팠다.
여느 팀이라면 일본팀을 한번이나마 꺾은 것으로 만족할 법도 했지만 SK는 달랐다. 김성근 감독은 주니치에 진 바로 그날 2008년 팀의 목표를 `아시아시리즈 우승'으로 내걸고 팀을 단련해왔다. 역전패의 주된 원인을 수비 실수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그때 저지른 수비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코나미컵 직후부터 수백 번이나 연습했다"고 말했을 정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2연패로 아시아시리즈 참가 조건을 달성한 SK는 지난 4일부터 문학구장에서 하루도 쉴새 없이 훈련을 하며 칼을 갈아왔다. 애초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 시상식이 열린 6일과 10일은 쉴 계획이었지만 11일 도쿄돔에서 훈련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휴식없이 문학구장을 구르며 땀을 쏟아부었다.
선수단 28명에는 한국시리즈에 참가한 김광현 등 26명에다 투수 전병두와 내야수 김동건이 가세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주니치전에 참가했던 이호준, 정경배, 박정권 등 타자들의 부상 공백을 걱정하는 한편, 올해 처음 참가하는 이승호, 정우람, 전병두 등 `좌완 트로이카'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최대 난적은 역시 일본 대표인 세이부 라이온스. 취임 1년차 와타나베 히사노부(43) 감독의 지도로 투타 모두 젊은 피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성공한 세이부는 힘있는 선발진과 거포가 즐비한 타선까지 짜임새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대결 상대였던 주니치보다 힘든 상대"라고 경계했다. 올해 일본시리즈 7경기에서 25타수8안타(0.320), 2홈런, 5타점을 치며 세이부 타선을 이끈 나카지마 히로유키가 왼쪽 옆구리 부상 여파로 출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위안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