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경우는 달랐다. 백악관 측과의 회의는 꽉 짜여 있었다. 도착 첫날 간단한 인사말부터 시작한 회의는 의제 순서에 맞춰 꼬박이 진행되었다. 민감한 사항에 대한 첨예한 설전이 이어지고 다음날에도 계속되었다. 물론 느긋한 만찬 초대는커녕 점심은 샌드위치로 때워야 했다.
혹자는 동양을 '관계의 문화', 서양을 '행동의 문화'로 구분한다.
앞서 베이징에서의 만찬은 상대와의 교감을 형성하고 이해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친구가 되면 (관계가 형성되면) 협상은 급진전하고 일괄 해결될 수 있다. 반면 백악관과의 회의에서 보듯, 미국의 경우는 관계보다는 정보와 사실의 확인을 우선한다. 친분이 있어도 일과는 별개다. 동양에서는 '한 개인이 누구인가'가 중요하다. 많은 사람을 사귀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개인의 큰 자산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그가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하다. 관계는 관계고 일은 일이다.
입사 이력서를 비교해도 미국이나 유럽의 이력서는 최근 직무를 중심으로 쓰여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이력서는 대부분 본적(지연), 학력(학연), 본관(혈연)… 등등 개인 중심이다. 그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해왔는지는 뒷면에 기록되어진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우리나라에서 '새 대통령 인맥 찾기' 소동(?)이 벌어진 듯하여 실소를 머금게 한다. 뭔가 엮어야 하는… 지극히 우리식이다. 과거의 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연(舊緣)이 없어도, 공통의 관심사가 존재하고 신뢰와 존중이 바탕이 된다면 새로운 관계가 더욱 공고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오바마 시대에 케냐가 얼마나 덕(?) 볼 수 있는지… 글쎄다.
/문화커뮤니케이터·한국외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