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군내면 백연리 민통선 안쪽 반환공여구역(반환 미군기지) 캠프 그리브스에 대한
활용방안을 두고 파주시와 육군 1사단이 마찰을 빚고 있다.
파주시는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 이곳에 남북문화예술교류시설과 체육시설,
비즈니스센터 등이 들어서는 남북 및 국제문화예술교류단지를 조성한다는 방침인 반면,
육군 1사단은 이곳이 군사상 요충지로 적 침투에 대비해 군(軍)에서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캠프 그리브스란?
캠프 그리브스는 자유로 끝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인 임진강 건너 군내면 백연리 산 72의 1일대 25만300여㎡ 군 주둔지로, 주한 미군 2사단 505-1 보병대대가 사용하다 2004년 철수한 뒤 지난해 4월 13일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 따라 우리 측이 최종 반환받았다. 환경오염 치유작업은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자유로, 통일로, 경의선 등 탁월한 접근성을 가지고 있고 임진강과 연접해 경관이 수려할뿐 아니라 임진각 관광지, 도라산 평화공원, 해마루촌(녹색농촌체험마을), 제3땅굴 등 인접 관광지와 연계, 개발여건이 우수한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 파주시의 남북 및 국제문화예술교류단지 활용계획
시는 반환 미군기지 25만300여㎡와 주변지역 61만6천700여㎡ 등 86만7천여㎡ 부지에 공연장·전시장 등 남북문화예술교류시설과 체육관·축구장 등 체육시설, 비즈니스센터가 들어서는 남북 및 국제문화예술교류단지를 2011년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 3월 캠프 그리브스를 포함한 6곳의 반환공여지에 대한 개발계획을 수립한 후 같은 해 8월 23일 1차 활용계획을 국방부에 제출했다. 시는 이어 올해 1월 31일과 2월 18일 변경된 캠프 그리브스 활용계획을 국방부에 다시 제출하는 등 반환 미군기지 매입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는 특히 지난해 8월 국방부 주관 관계부처 협의 때 캠프 그리브스가 매각 대상 미군기지에 포함돼 있었던 점과 반환기지 관리계획 수립시 지자체 의견을 반영토록 한 점 등을 들어 파주시에 매각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천재 시 도시디자인국장은 "지난해 관계부처 협의 때 전국 79곳 반환예정 공여지 가운데 캠프 그리브스를 포함해 49개 기지는 환경오염 치유 뒤 매각 처분 대상으로 분류됐으며, 지난 6월 국무총리실 사회갈등정책관실 주관 회의 때에는 전국 23곳 반환이 끝난 공여지 가운데 캠프 그리브스를 포함한 18곳이 환경오염 치유대상에 선정됐다"면서 매각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 국장은 또 "캠프 그리브스를 '남북 및 국제문화예술교류단지'로 활용하는 방안이 2단계 반환공여지 발전종합계획에 반영돼 현재 행정안전부 심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민들은 2006년 3월 한국군 계속 사용 백지화를 요구하는 탄원서 제출을 시작으로 올해 10월까지 5차례에 걸쳐 총 15만1천700여명(성인 인구의 65%)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국방부와 1사단에 전달했다.
# 육군 1사단의 계속 사용 주장
육군 1사단은 캠프 그리브스는 이미 국방부에서 자체 활용하는 것으로 확정된 상태여서 파주시의 요구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4월 국방부에서 캠프 그리브스를 자체 활용하기로 결정한 뒤 이 같은 내용의 관리계획을 수립해 국회 보고 절차를 마쳤다.
국방부는 후속 조치로 캠프 그리브스를 지난 6월 12일 1사단에 관리 전환했으며, 1사단은 예하 2개 부대의 병영으로 활용하기 위해 캠프 그리브스 개보수 비용 112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한 상태다.
1사단은 특히 경기도가 임진강 통일대교 상류 초평도를 포함한 임진각 주변을 청소년 생태체험공간(DMZ ECO PARK)으로 조성할 방침이어서 이 일대 군 철책선 제거를 요청하는 등 적 침투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1사단은 이에 따라 임진각에서 초평도까지 임진강 남측의 철책선을 철거하는 대신 첨단 야간 감시장비와 탐조등, 폐쇄회로(CC)TV, 군 초소 등을 추가 설치하기로 하는 협약을 경기도와 체결하면서 반대편 캠프 그리브스는 적 침투 방어를 위해 1사단이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육군 1사단장 신현돈(육사 35기) 소장은 "캠프 그리브스는 군사상 요충지로 군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이미 결정이 났으며 군 작전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국방부 장관의 고유 권한"이라며 파주시의 매각 요구를 일축했다. 신 소장은 또 "캠프 그리브스는 애초부터 국방부에서 자체 사용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지자체에 매각할 경우 민통선이 남방한계선과 불과 500밖에 안 돼 유사시 군 작전에 많은 문제점이 대두된다"고 덧붙였다.
# 민간 전문가 의견
민간 전문가들은 캠프 그리브스는 대한민국 통일과 국제위상을 높이는 전략적 후보지로, 정부는 파주시가 제안한 '남북 및 국제문화예술교류단지' 활용방안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충주대 이상규 교수는 지난 4월 29일 가진 '캠프 그리브스 활용방안을 위한 토론회'에서 "경기북부지역은 남북 분단의 중심적 피해지역이자 국가안보 책임을 50여년간 수행해 왔다"면서 "반환된 캠프 그리브스 활용가치는 국가차원의 것으로, 파주시 제안을 심도있게 검토해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양대 정일훈 교수는 "캠프 그리브스를 포함한 주변지역을 파주시 공간구조와 연계해 별도의 특수생활권으로 구분, 관광 및 학술연구 거점으로 정비 개발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연계개발은 남북 관계개선 등 국내외 여건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신속한 맞춤형 남북교류 전진기지 구축을 가능하게 해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기개발연구원 박은진 책임연구원은 이에 앞서 지난 1월 30일 'DMZ 평화생태공원 기본구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두루미와 재두루미 등 세계적인 보호희귀종과 저어새, 독수리 등 멸종위기종이 다수 서식하는 곳인데다 임진각, 판문점, 도라산역 등 안보관광자원도 풍부하다"면서 캠프 그리브스는 리모델링을 통해 'DMZ생태연구체험관'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