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과 프랑스 등은 현대와 전통을 바탕으로 도시 친화적이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시설물이나 건물 등을 설계, 도시 상징물로 형상화하고 있다. 사진은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선명한 빨간색의 2층 버스. /조영달기자 dalsarang@kyeongin.com

최근 세계 곳곳에서는 도시마다의 특성을 부각시키고 도시를 새로 창조하는 공공디자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리모델링, 거리조경, 도시재생 등으로 명명되는 공공디자인은 이제 삶의 질 향상과 생활환경 개선의 차원을 넘어 그 도시의 경쟁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인일보 취재팀은 전통과 첨단이 어우러져 세계 최고의 도시로 꼽히는 런던과 파리를 직접 탐방, 현지 실태 취재와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공공디자인 추진방향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경기도 어느 곳을 다녀도 버스정류장, 거리 이정표 등 공공시설물들의 모양과 형태는 거의 유사하다.

시설물 디자인에 대한 기준이 없다보니 획일성이 당연스레 여겨졌고 관심부족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개별 도시마다 특색을 갖춘 버스정류장, 거리 이정표와 도시 및 특정지역을 알리는 상징물들이 새로이 생겨나는 작업이 한창이다.

얼마전 경기도와 문화재청, 한국토지공사가 남한산성에 대한 공공디자인 적용을 추진하겠다는 협약식을 가진 것이 좋은 예이다. 그러나 지자체들의 공공시설물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걸음마 수준인 게 우리의 현실이다.

영국은 수 년 전부터 도시재생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자인 스케이프(design-scapes)' 등의 개념을 도입, 개별 도시가 가지고 있는 창조적 무드, 아우라를 찾아 이를 설계에 반영하는 한편 해당 도시에 사는 주민들과 방문객들의 관심을 자극해 설계와 접목해 나가는 도시 마케팅을 시작했다.

런던의 경우 중세 때부터 도심의 중심이 돼 온 도심내 건축물에 대해서는 철거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건축물 외관을 그대로 두고 건물 내부만 리모델링하는 건축기술이 발달돼 있다. 상업지구의 경우 건축물의 심미성을 강조하기 위해 네온사인 등 보행자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간판은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파리 역시 샹젤리제 거리에서부터 파리의 제2신도시로 불리는 라데팡스까지 이어지는 직선 도로를 중심축으로 역사성이 남아있는 건물을 최대한 살리면서 내부만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파리의 이같은 도로 중심축은 파리 근교 접근까지 수월하도록 재배치해 또 다른 도시의 상징물로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 비즈니스 디자인센터의 매니저 메일 알콕(50)씨는 "런던과 파리 등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공공시설과 생활환경시설을 역사와 도시 특성에 맞게 배치 또는 재생시키고 있다"면서 "특히 도시 재정비와 상징물 등은 지역민들의 정체성과 일체감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고심하면서 도시정책 추진 등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에서의 공공디자인도 시작 단계부터 지역 특성을 면밀히 파악해 도시설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의 공공디자인 분야는 자치단체장들이 전시 행정의 일환으로 생각해 특별한 건물 또는 상징물만 설치하려는 경향을 띠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지역민들의 만족도와 일체감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공공디자인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