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의 '삐라'살포를 문제삼은 북한 군부가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 통행을 엄격히 제한·차단하겠다고 밝힌 12월1일이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연일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에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여의치 않을 경우 자신들이 직접 몸으로 대북 삐라 살포작업을 막겠다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애끓는 기업인들과 달리 북한 군부의 개성공단 폐쇄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북측의 전형적인 '엄포'일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이 북한군의 전략적 요충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위력시위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게 개성공단의 오늘이다.


지난 2004년 시범공단 입주를 시작으로 현재 개성공단에는 88개 기업이 입주해 가동중이다. 지난 7월말 현재 이들 기업의 생산액은 4억 달러를 넘어섰다.

41개 공장 신축공사가 진행중이며, 오는 2010년까지 3.3㎢ 규모의 1단계 사업이 모두 마무리 되면 400여 개 기업체가 입주하게 된다. 인천에도 개성공단에 진출했거나 공장부지를 분양받은 업체가 30개에 이른다. 이들 업체가 개성공단에 투입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투자 규모는 업체당 30억~80억달러 가량 된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말이다.

3단계로 나눠 진행되는 개성공단 개발사업은 공장구역 26㎢와 생활·관광·상업구역 등을 갖춘 배후도시 40㎢ 등 총면적 65.7㎢ 규모로 계획돼 있다.


남북경협 기반 구축을 목표로 추진중인 1단계 사업에서는 봉제와 신발 등 노동집약 업종을 중심으로 입주시켜 중소기업의 활로를 개척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2단계는 전기·전자 등 기술집약적 산업 위주로 공단을 조성, 세계적 수출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마지막 3단계는 IT와 바이오 등 첨단 업종 중심의 복합공업단지를 조성해 해외유망기업 및 대기업을 유치, 동북아 거점으로 개발한다는 것이 개성공단의 최종 목표다.

개성공단의 우선적인 장점은 우수한 노동력을 저렴한 임금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기준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평균 보수는 사회보험료를 포함해도 월 73달러 안팎.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과 비슷한 데다,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중국과 비교해서도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노동력도 기대이상으로 우수하다는 게 현재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는 "말이 통하고 우리 민족 특유의 손재간 그리고 이직률이 제로에 가까워 노동숙련도가 쌓이는 등 기대 이상의 노동력을 갖고 있다"라며 "대졸 이상의 연구개발 인력 역시 일부 직원은 오히려 남측 인력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귀띔했다.

개성공단 초기 입주기업인 (주)대화연료펌프 유동옥 대표이사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상대는 중국일 수밖에 없다"며 "개성공단은 중국과 비교해 인건비, 물류비, 관세(중국은 8%, 개성공단은 0%), 노동의 질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며 개성공단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개성공단은 1시간 거리 안에 세계 국제항공화물 처리량 2위를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 인천항이 위치해 있어 물류비용에 있어서도 비교우위에 있다. 나아가 제품생산이 활성화 될 경우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중국횡단철도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유럽 등으로 수출이 가능, 선박을 이용할 때와 비교해 물류비 절감효과가 크다는 것이 입주기업들의 분석결과다. 독일 함부르크까지 배로 33일이 걸린데 반해 철도로는 11일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남한의 철도가 경의선 및 경원선과 연결되면 남한은 고립무원의 외딴섬이 아닌 대륙의 진출구로 일본 등 인근 국가들이 남북한의 철도를 이용하는 새로운 실크로드 시대를 열 수 있는 입지적 우위에 놓여 있는 곳이 또한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이 지닌 잠재가치가 조금씩 드러나자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투자시찰단도 점점 세계화하는 추세다.

지난 4월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관계자 및 기업인들이 개성공단을 찾았고, 5월에는 영국 하원의원과 외무부 관계자들이 현장을 둘러봤다. 6월에는 유럽상공회의소 기업인들이, 7월에는 대만섬유업계 관계자들이 방북했다.

개성공단에는 지난 3월 독일계 자동차 부품업체가 공장 착공식을 가졌고, 중국계 미싱용품제조업체와 의류업체가 입주를 준비중이다.

불과 몇년전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중국을 눈여겨봤었다면 앞으로는 개성공단이 세계 경제의 블루오션으로 자리잡을 시간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역시 개성공단을 침체된 우리 경제의 돌파구이자 미래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경쟁력을 상실했던 중소 제조업체들이 개성공단 입주이후 활력을 되찾았고, 최소 수십여 곳에 이르는 원자재 납품 협력업체들도 생기를 되찾고 있다.

기업인들은 남한의 기술과 자본이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과 합쳐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치열한 적자생존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정치적 이유에 따라 막다른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는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기업인들의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이유다.

 
 
■ 유동옥 인천 입주기업협 회장


"대북경협·개성공단, 분리해서 추진해야"

"대북경협 사업과 개성공단은 따로 분리해서 바라봐야 합니다. 대북경협이 남측의 북측에 대한 '퍼주기식 사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개성공단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남과 북이 윈윈하는 사업이 바로 개성공단 사업입니다."

개성공단에 진출했거나 진출할 예정인 인천지역 30개 기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인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유동옥 ((주)대화연료펌프 대표이사)회장. 유 회장은 최근 개성공단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남과 북 양측에서 모두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성공단에 투자를 결정하고 입주한 기업체들은 순수 시장원리에 따르고 있습니다.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남북협력을 통해 남북통일에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하는 열정이 넘치는 분들입니다. 남과 북 모두 개성공단을 더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유 회장은 이달초 북한 군부가 개성공단을 둘러본 뒤 폐쇄 운운하는 등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이같은 입장을 통일부에 성명서 형태로 전달했다고 전했다.

유 회장은 최근 북한 군부가 12월부터 군사분계선 통과를 엄격하게 제한·차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북측 관계자로부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활동에는 지장을 안 줄 것이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최소한 오피니언 리더들 만이라도 개성공단의 진정한 의의를 깨닫고 보호·육성하는데 힘을 보태줬으면 합니다. 개성공단에 대한 공감대가 일반 시민들에게도 퍼져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박성현기자·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