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를 지닌 영국과 프랑스의 공공디자인은 도시의 전통을 그대로 살리고, 여기에 새로운 것을 더하는 형태로 도시전체를 브랜드화하고 있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경우 500여년 조선왕조의 유물이 상당수 그대로 보존돼 있어,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공공디자인의 활용가치가 어느 곳보다 높은 지역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러한 유물들은 보호대상으로만 간주될 뿐 접근성이 떨어져 도시와 자연스레 어우러지지 못하고 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의 경우 몇 해 전부터 화성국제연극제 등을 통해 조명받기 시작했지만 공공디자인 홍보보다는 일회성 행사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고 유럽처럼 화성 주변의 옛 모습을 형상화해 도시 전체를 다시 리모델링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개발 위주 도시계획으로 인해 전통의 가치가 무시돼 온 결과다.
그나마 올해 대한주택공사가 의정부 민락2 택지개발지구에서 신한옥 디자인 공모전을 실시하면서 공공디자인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획일화된 아파트 주거문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옥 건축물을 통해 공공디자인을 설계하겠다는 취지의 기획으로 일종의 '도시 브랜드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실제 프랑스 남부의 페리크시는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강을 사이에 두고 도시가 서로 양분된 형태였다. 도시 저지대에는 주거시설 등 생활밀집지역이 집중돼 있었고, 고지대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성당 등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마땅한 연결 루트가 없어 도시시설이 서로 단절됐던 것.
이에 페리크시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고지대와 저지대의 도시기반시설을 계단 형태의 길로 연결했다. 특히 자연 친화적인 나무와 석재 등을 이용, 연결로의 높이 문제를 해결하는 등 도시의 역사와 주민 생활권을 하나로 묶었다.
프랑스 공공디자인 전문기관인 '듀브스 앤드 리세'의 프레데릭 블레로씨는 "도시계획은 특정 건물 등 하나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주변 입지 요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공공디자인 설계는 기능적인 면과 조경배치 등 주변환경에 어울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도시의 역사성이 있다면 이 부분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