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해야겠는데 수입은 적고..돈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를 하지만 안타깝기만 하죠"
아마추어축구 K3리그 승부조작 파문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서울 파발FC 배형렬(46) 감독이 젊은 선수들의 삐뚤어진 윤리의식 부재와 더불어 열악한 구단들의 재정 문제를 도박 파문의 원인으로 손꼽았다.

   배 감독은 26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유소년 시절부터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승부에만 내몰린 선수들의 잘못된 윤리의식이 가장 큰 문제"라며 "선수들의 열악한 수입도 승부조작에 쉽게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열악한 수입..달콤한 돈의 유혹

지난 4월 배 감독은 중국 도박사이트 업자로부터 승부조작을 제의받았다. 1년에 수십억 원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과 더불어 나중에 해외에 나가서 조용히 살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해왔지만 거절했다.

   배 감독은 "아무리 내가 무명으로 선수생활을 끝냈지만 지도자로서 명예롭게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제의를 뿌리쳤다"며 "하지만 선수들에게 파고들지는 생각도 못했다. 어린 선수들이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왜 이렇게 쉽게 승부조작의 독배를 마셨을까. 결국은 열악한 수입때문이다.

   배 감독에 따르면 K3리그 팀들 대부분이 연봉제가 아닌 수당제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매 경기 성적에 따라 자신의 급여가 결정되는 구조다.

   파발FC의 경우에도 승리수당 10만원 외에 식사비와 교통비를 포함한 약간의 출전수당만 주고 있다. 다른 구단들도 대부분 승리수당이 20여만 원을 넘지 않는다는 게 배 감독의 귀띔이다.

   한 달에 4경기밖에 없는 현실에서 선수들은 한 달에 기껏해야 50~80만원의 수입밖에 없고, 성적이 나쁘면 수입은 더욱 곤두박질한다.

   배 감독은 "K3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가운데 일부는 개인 직업을 가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충당하면서 축구를 하고 있다. 축구는 계속해야 하는데 수입은 적다. 돈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라고 설명했다.

◇외형적 성장에만 치우친 축구협회 행정

K3리그의 한 지도자는 축구협회의 안일한 행정에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K3리그는 지난해 시범리그를 거쳐 올해 정식으로 시작됐지만 리그에 참석한 구단들의 재정은 모래성이나 다름없다.

   이 지도자는 "축구협회가 외형적으로 리그만 키우는 데 급급했지 그에 따른 행정적인 뒷받침은 미약하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K3리그 이전에는 일반 기업체에서 취미로 볼을 차던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의 성격이 강했다"며 "협회에서 K3리그를 만들면서 이들이 대부분 직업선수로 전환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결국은 돈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대부분 구단들이 열악한 환경에 신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파발FC의 경우에도 내년 스폰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사실상 팀을 접을 위기를 앞두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수들도 자구책 마련에서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 같다는 게 배형렬 감독의 분석이다.

   또 다른 구단의 지도자는 "재정문제로 내년에 정상적으로 리그에 참가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호소하는 팀들이 많다. 또 반대로 K3리그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팀들도 있다"며 "팀들이 자꾸 들락날락하면 리그 안정화가 흔들린다. 축구협회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구단들이 재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스폰서십을 찾을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해줘야 하지만 공중파 중계도 잡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게 K3리그 지도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더불어 승부조작에 대한 제보를 일찌감치 받고도 사건이 터지고 나서 뒤늦게 진상조사단을 꾸린 축구협회의 늑장 대응도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