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만큼 피아노 교습소와 음악대학이 많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그 만큼 음악에 관심과 소질 그리고 열정이 많기 때문 아닐까? 그러나 많은 음악전공자들이 막상 무대에 설 수 있는 자리는 그리 많지도 않다. 오케스트라 연주자 1명을 뽑기 위한 오디션에 100여명씩 몰리는 현실을 보면 음악계의 비현실적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게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텔레비전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비록 허구의 드라마이긴 하나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시청자들은 먼지 쌓인 피아노 건반을 오랜만에 두드리며 자취를 감춰버린 음악적 재능을 되살려내기도 하였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하였는데 그 오디션 현장은 5대1의 경쟁률만큼이나 뜨거웠다. 악기 하나 다루지 못하는 문외한의 입장에서 보면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한 음악인의 열정이 멋지다.
지난 16일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순수 국내파로 1위에 입상한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의 성공담은 과히 입지전적이다. 형편이 어려워 단칸방에서 음악가의 꿈을 키웠고, 음악계에서는 한 번쯤 다녀오는 유학 한 번 못 가고, 악기를 빌려가며 대회에 참가하였던 어린 소녀의 성공은 우리 음악풍토로 보았을 때 이변임에 틀림없다. 음악이 있는 집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없는 집 아이들에게도 향유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커뮤니케이터·한국외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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