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의 결혼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먼 타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이민 여성들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회구성원들이 됐다. 하지만 언어 소통 문제와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 그리고 이로 인한 결혼이민 여성들의 자녀 양육문제까지 겹치면서 이들의 안정적인 한국 정착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에 따라 최근 결혼이민 여성의 적응을 돕고, 완전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각 기관 및 단체들의 사회적 노력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결혼이민 여성, 배워야 산다.

얼마전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결혼이민 여성을 위한 뜻깊은 행사가 마련됐다.

이는 바로 외국 여성 결혼이민자의 안정적인 정착과 올바른 가정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열린 '2008 여성 결혼 이민자 교육'으로 한국 농사문화의 이해와 작물재배 이론과 실기, 전통문화의 이해와 예절 익히기, 행복한 가정만들기, 한국의 전통 음식만들기 등의 교육이 다양하게 실시돼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교육이 진행되기까지는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는 게 도 농기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혼이민 여성들의 경우 폐쇄적인 가정 환경과 외부 정보에 누출되지 못해 교육생을 모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며, 결혼이민 여성 가족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통해 가까스로 교육이 열릴 수 있었다.

하지만 교육 내용에 대한 결혼이민 여성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같은 입장의 결혼이민 여성들과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가족들에게 해줄 수 있는 한국 요리를 배우며, 조금씩 한국 사회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었다.

교육 이후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도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이 64.5%에 달했으며, 주변 결혼이민 여성에게 교육을 권유하겠다는 응답도 93.5%에 육박했다.

특히 도 농기원은 교육에 참여한 교육이수자에게는 수료증을 수여해 성취감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교육 우수 수료자인 마리로웰비테포르(필리핀)·김성화(중국)·난요애(미얀마) 등 3명에게는 가족과 함께 모국을 방문할 수 있는 항공권을 제공해 결혼이민 여성의 경제 및 복지 문제에도 신경을 썼다.

교육을 주관한 김영호 농업기술원장은 "농촌지역에서 결혼한 열명중 네명이 국제결혼이며, 급속하게 다문화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이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후 "지속적인 교육과 배려가 필요한만큼 매년 교육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결혼이민 여성의 사회참여도 필요

외국어 강사, 이주여성 상담원, 바리스타, 의류수선사, 지자체 계약직공무원, 지역특산물제조사, 계기검침 및 안전점검원. 이는 바로 전문가에 의해 결혼이민 여성에게 적합한 직종으로 꼽힌 직업들이다.

지난 6일 YWCA 주관으로 열린 '결혼이민 여성 직종 개발 연구보고회 및 취업설명회'에서 김병숙 경기대학교 직업학과 교수는 결혼이민 여성을 위한 7가지 직종을 추천했다.

김병숙 교수 연구팀은 롯데홈쇼핑과 공동으로 진행중인 '한하늘 한땅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전국의 결혼이민 여성 2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면접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물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결혼이민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필요로 하는 교육 1순위는 한국어, 2순위가 취업교육이며, 한국어를 어느 정도 익히고 한국사회에 정착을 한 결혼이민 여성 대부분은 높은 취업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이민 여성들이 취업을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고 본국에 있는 가족을 돕고 싶다는 점이었다.

보고서는 많은 수의 결혼이민 여성들이 막연히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취업에 대한 별다른 준비없이 취업 현장으로 뛰어들었다가 계속되는 저임금과 가정불화, 낮은 직업의식에 따른 재취업의 어려움 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며, 결혼이민 여성에게 직업의식 교육 등 취업과 관련한 사전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YWCA 관계자는 "결혼이민 여성 역시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는 이 사회의 일원"이라며 "7가지 추천 직종 외에도 결혼이민 여성들의 취업을 위해 지속적으로 직종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이민 여성 현황과 문제점

우리나라의 결혼이민 여성은 2007년 현재 6만7천여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해 태어나거나 양육되는 아이들은 8만여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기도내에도 중국·베트남·필리핀 등에서 결혼이민으로 이주한 여성이 1천400여명에 달하는 상황으로 대부분 농촌지역에 집중돼 있다.

전북대 설동훈 교수의 '한국의 결혼이민여성 가족의 현황과 정책'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극심한 빈곤과 실업에 시달리는 저개발국의 여성들은 미국·일본·한국·대만 등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로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그들이 자기 나라를 떠나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가난이다. 이주노동자로 해외 취업의 길에 나서는 것보다 국제결혼을 하는 것이 비용이 훨씬 덜 들기 때문에, 빈국의 저소득층에 속하는 젊은 여성들이 결혼이민자가 되고 있다.

결혼이민 여성 통계를 살펴보면 이와 관련한 사회적 문제점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지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결혼이민 여성의 통계를 보면 국제결혼 부부의 평균 연령은 부인이 34세 그리고 남편이 41세로 부부간 연령 차이는 평균 7세 정도였다. 특히 남편이 10살 이상인 경우가 34%에 달했다. 또 국제결혼 부부 중 50% 이상이 일상적인 대화상의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남편과 성격 차이(33.4%), 생활방식 차이(22%), 경제문제(12%), 음주(11%) 등 다양한 이유로 불화가 일어나고 있다.

결혼이민 여성들은 부부 불화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로 상담하는 사람으로 모국 친구(30%)를 가장 많이 꼽고 있으며 상담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사람도 15%나 됐다. 또한 조사에서 58%가 한국어 의사 소통,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차이, 생활습관의 차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시부모의 관계에서 한국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가장 많은 결혼이민자가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