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좀 읽어라. 논술공부가 따로 없느니라." 제가 아이들과 다투는 여러 이유중에 하나가 책읽기입니다. 향기나는 문학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글 쓰는 일이 업인지라 책 욕심도 조금 극성스럽고, 주섬주섬 거두어 모은 책도 꽤 되는 편이지요. 모아 두면 아이들에게 큰 유산이 되려니, 서가에 책이 고일 때마다 혼자 흐뭇하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일은 꽤 드문 일이지요.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 돌다보니 책 읽을 시간도 만만치 않거니와, 아직은 책보다는 친구들에 취할 나이여서 일겁니다.
언젠가 아들놈에게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선물했는데 열심히 읽더군요.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라 제 돈으로 코엘료의 작품을 몇권 더 사더니 삼매에 빠지더라구요. 코엘료의 문장이 워낙 쉽고 간결한데다, 전달하려는 의미가 비교적 명확하지 않습니까. 책 두께가 알맞은 것도 코엘료 작품의 큰 미덕이지요. 책 읽으라는 아비의 지청구에도 꿈적하지 않던 놈이 모처럼 작가와 작품을 제대로 만났구나싶어 쾌재를 불렀지요. 하지만 아들놈의 독서삼매는 코엘료 작품 세 권으로 끝이었습니다. 다시 만화와 판타지소설로 U턴한거지요. 이놈이 코엘료에 푹 빠졌던 이유는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어쩌고 저쩌고 하니 애들이 자기를 다시 쳐다보더라는 겁니다. 폼났다는거지요. 그런데 연금술사만으로는 계속 사기칠 수 없어서 두 권을 더 읽은겁니다. "아빠. 중딩이들은 코엘료 세권이면 1년 이상 말발에서 안져요." 하하! 도스토예프스키 몇 권 읽고 티내느라 장광설을 펼치던 제 고삐리 시절이 떠오르면서, '어차피 너는 내 새끼로구나' 했답니다.
며칠전에 대학 후배가 책을 냈다며 편집국에 찾아왔습니다. 정말 책에 미친 친구입니다. 얼마전엔 TV에도 독서광으로 소개된 적이 있지요. 책 제목이 '틈새독서'입니다. 자신의 책읽기 경험을 담아놓았더군요. 제가 아는 한 그 친구는 정말 책 속에 길이 있고, 인생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가 책에 미친건 사업에 실패하고 생계가 망가졌던 10년전 IMF 시절입니다. 책 밖에는 의지할 데가 없었고, 책을 읽으며 다시 일어서 용기를 얻었고,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 깨달았다는겁니다. 그렇다고 그 친구가 책을 통해 세속적 성공을 거둔건 아닙니다. 아직도 사는 형편은 어렵지요. 하지만 책을 동무삼아 행복하다니, 최소한 저보다는 행복한 사람이라 여겨집니다.
책을 읽자는게 아닙니다. 어렵고 힘든 시절에 저마다 행복거리를 한가지 쯤을 찾자는거지요. 아프고 힘들수록, 영혼이 고단할수록 희망거리 하나씩은 꼭 보듬어야 할테니까요. 그 희망거리,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들의 희망찾기가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경인플러스 부장>경인플러스>
희망 찾아보기
입력 2008-12-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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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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