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후 인천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담아 두고 있을 인천 남구 수봉산의 놀이시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지난 3일 찾은 수봉산 정상 부근 놀이동산은 폐쇄된 채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달 중순이면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 이곳에 놀이기구가 들어선 것은 1979년 7월. 6천여㎡ 면적에 회전목마와 범퍼카 바이킹, 텀블링, 기차놀이 등 19종의 놀이시설이 마련돼 있다. 또 식당 등 부대시설도 13개동이나 된다. 이 놀이시설은 이곳에 오기 전에 중구 자유공원에 있던 것이라고 한다. 자유공원 정상을 광장으로 조성하면서 놀이시설을 수봉공원으로 그대로 옮기게 됐다고 한다. 자유공원에서만 10여년을 있었다고 하니 이번에 철거되는 수봉공원 놀이시설은 40년 세월을 인천의 어린이들과 함께 해온 셈이다.
수봉공원에 놀이동산을 처음 만든 것은 '자유낙원'이란 회사였다. 자유낙원은 이 시설을 남구청에 기부채납한 뒤 15년을 무상 임대 형식으로 운영했고, 그 다음부터는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가며 구청의 위탁을 받아 운영해 왔다. 1년 운영비가 1억원을 넘었다. 놀이시설 이용료가 500원에서 1천원 정도였으니, 참 많은 어린이들이 놀이동산을 이용한 것이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가장들은 5월이면 이곳 수봉공원 놀이동산을 찾곤 했다. 아이들을 입장료가 비싼 화려한 곳에는 데려 가지 못하더라도 어린이날 구색을 맞출 수 있는 곳이 바로 수봉공원 놀이동산이었다. 이곳에선 몇 만원이면 하루 종일 아이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남구청은 이 놀이동산을 없애고, 그 자리를 숲 속의 쉼터로 만들기로 했다.
놀이시설이 워낙 오래되다보니 너무 낡아 안전사고가 날 위험성이 크다는 게 철거 이유다. 대신 이 자리에 나무를 많이 심고, 야생화를 중심으로한 들꽃마당 등의 자연학습공간, 휴게마당, 어린이놀이터, 다목적 광장, 야외무대 등을 만들어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심 녹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수봉산이 '공원'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일제 식민지 시대때부터다. 1944년 1월 8일자로 공원으로 지정(조선총독부 고시 제13호)된 것이다. 수봉공원은 그 자체로도 '역사'다. 수봉산은 '봄의 산'이라고 불릴만큼 봄꽃의 향연이 화려하다. 밑자락 문화회관쪽에서 산 정상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터널을 이룬 벚꽃은 인천지역에서 가장 뛰어난 풍광을 제공한다.
남구가 새롭게 꾸미기로 한 공원면적은 6천104㎡다. 도심 속 허파의 역할을 하는 수봉산에 각종 야생화 등 꽃과 나무를 더 심어 교육·휴게 기능까지 추가하겠다는 게 남구의 생각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야생화 탐방기능이다. 유치원생이나 학생들이 이곳에서 우리의 야생화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나비동산·돌탑동산·바람동산 등 야생화 공원을 별도의 콘셉트를 갖는 공간으로 나누기로 했다. 또 산을 자주 찾는 노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운동기구도 많이 설치하기로 했다. 여기에 야외 무대까지 만들어 언제나 숲속 공연이 펼쳐질 수 있도록 가꾸기로 했다. 남구는 내년 봄까지 놀이동산 자리에 공원 조성 사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내년 여름부터는 수봉산 공원이 또다른 도심속 명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