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보면 기차는 참으로 특이한 교통수단이다. '낭만'이라는 색다른 '화물'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버스나 택시, 비행기에서 는 낭만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화물의 부피는 기차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크루즈 여행도 낭만적이겠지만 서민들이 호화유람선을 탈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어쨌거나 기차는 낭만을 체험하기에 가장 우위에 있는 교통수단인 것은 확실한 듯 하다. 별빛열차가 처음 서울과 인천을 오간 날 열차의 안과 밖을 둘러보았다.

# 별빛열차 인천에 처음 도착한 날

지난달 29일 오후 8시40분 인천역 플랫폼. 'LOVE STORY 별빛열차'가 낭만을 가득 싣고 인천에 도착했다. 모두 7량의 별빛열차가 멈춰서자 연인과 가족 등 승객들은 열차 안에서 만끽한 낭만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인천'에 발을 내디뎠다.

'LOVE STORY 별빛열차'는 '2009 인천방문의 해'와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을 맞아 인천관광공사(사장·최재근)와 (주)코레일투어서비스가 공동 개발한 테마관광 열차상품으로 이날 처음 인천과 서울의 레일위를 달렸다.

승객들은 이날 오후 7시30분께 서울역에서 이 열차에 탑승, 한시간 동안 추억으로의 여행을 한 터였다. 인천역에서 이들을 제일 먼저 맞이한 것은 마루·아라·우리 등 '2009 인천방문의 해' 캐릭터들. 손을 흔들며 손님을 맞이하는 캐릭터들과 기념촬영을 한 후 인천역 출구를 빠져나온 승객들 앞엔 양 옆에 청사초롱으로 장식한 통로가 레드카펫처럼 펼쳐져 있었다. 맨 처음 출구를 빠져나온 연인 이승우(29)·이동희(28)씨는 인천관광공사측이 마련한 장미꽃 한다발을 받고는 "인천에 처음 왔는데 서로 교제한지 2년만에 최고의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승객들이 향한 곳은 한국 속의 작은 중국이라 일컬어지는 차이나타운. 별빛열차는 인천역에 도착한 후 차이나타운에서 한 시간 가량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져 있다. 타악 퍼포먼스 그룹의 길거리 공연이 펼쳐진 차이나 타운에서 승객들은 인천이 원조인 자장면을 맛보았고 처음 보는 '공갈빵'에 신기해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시 별빛열차가 서울로 향할 시간. 승객들은 별빛 추억을 안겨 준 인천을 내년 인천방문의 해에 다시 찾을 것을 기약하며 열차에 올랐다.

# 시승기

열차 안에서는 무슨일이….

열차의 천장은 동화속의 밤하늘이었다. 황금색 별과 은색 달, 우주인, 그리고 인천방문의 해 캐릭터인 마루·아라·우리가 밤하늘을 장식하고 있었다.

은은한 조명 속에 감미로운 음악, 안락한 의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열차의 진화'는 충격적(?)이었다.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20대 연인들이 속속 열차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각자 손에는 탑승 전 (주)코레일투어서비스측이 제공한 와인과 간식이 들려 있었다.

이어 여성 승무원이 다가오더니 승객들에게 '여자분께 드리라'며 장미 한송이씩을 나누어 준다. 남자에게 꽃을 받는 여자의 표정이 꽃보다 더 화사하다. 70~80년대를 연상시키는 DJ의 멘트와 음악이 이어지는 사이 서로 사진을 찍어 주고 와인을 마시는 연인들은 자신들만의 세계에 취해 있는 듯했다.

"월미도 베이비가 탄생할 위험도 있지만 인천은 아주 낭만적인 곳입니다. 최초의 성냥공장과 사이다 공장이 있었던 인천으로 오세요."

유머를 곁들여 인천을 소개하는 최재근 인천관광공사 사장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자 좌중에 웃음이 터진다.

이어 사연을 소개하는 시간.

"우리 결혼한지 열흘됐어요. 축하해 주세요.",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엄마, 아빠의 마음을 전해주세요."

DJ가 승객들의 다양한 사연을 소개한 후에는 통기타 가수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졌다. 인천역을 앞두고 객실에 울려퍼지는 추억의 팝송은 1시간 동안의 추억 여행에 짙은 여운을 남겨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