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시대는 갔다. 벌써 오래 전에 갔다. 3김은 독재와의 투쟁, 우리 사회의 민주화 등 기념비적인 업적도 많았지만 보스정치, 권위주의정치, 계파정치 등의 폐해 또한 안고 있었다. 3김이라고 하고 DJ, YS, JP라고 썼다. 물론 김대중이라거나 김영삼이라거나 김종필이라고도 했다. 그것으로 충분한데도 굳이 DJ이니 YS니, JP라고 더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써댔었다.

그 시절에는 정치인을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것이 당연한 듯 했었다. 비슷한 호칭들이 난무했다. KT, SH, DR, MJ 등 기억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내가 정계에 입문했더라면 나도 JH로 불렸을까?

▲ 정재환(방송사회자·한글문화연대 부대표)
그런데 이런 식의 호칭이 차츰 사라져갔다. DJ, YS, JP가 지면에서 종적을 감추기 시작했고,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더 이상 대통령을 MH라고 표기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제나 노무현 대통령이거나 노 대통령이었다. '노 대통령'이라고 써야할 것을 '노대통령'이라고 붙여 써서 띄어쓰기는 좀 무시당했었다. 여하간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름을 더 이상 영어알파벳으로 표기하지 않는 바람에 3김시대가 확실히 청산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말이 그랬고,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할 때, 뭔가 끝났다는 느낌은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5년이나 갔다.

기이하게도 지난 해 대선을 치르면서부터 3김 식 호칭이 부활했다. 이○○이나 문○○이나 정○○ 같은 후보들은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명박 후보만큼은 유독 'MB'라고 부르고 'MB'라고 썼다. 간혹 IJ가 보였던 것 같기는 하지만, 다른 후보들을 HC, GH, DY라고 불렀던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더욱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명박 후보만 MB라고 했을까? 이러한 호칭은 대통령 직을 수행하고 있는 오늘도 MB정부라든가 MB노믹스라든가 하는 식의 표현 속에서 알쏭달쏭한 모습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

국민 모두가 MB라는 호칭과 MB라는 표기에 익숙해졌는지 모르지만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왜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이명박'이라고 이름 그대로 부르지 않는 걸까? 이것부터가 대한민국답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다가 왠지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한 느낌마저 든다. MB는 단지 호칭의 문제일 뿐일까?